메타버스서 공포증 극복·명품 쇼핑...‘비바 테크놀로지 2022’ 참관기
메타버스서 공포증 극복·명품 쇼핑...‘비바 테크놀로지 2022’ 참관기
  •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 승인 2022.06.23 06:54
  • 수정 2022-07-18 2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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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랑 산다]
유럽 최대 스타트업 및 기술 전시
‘비바 테크놀로지 2022’ 참관기
감각에 ‘트릭’ 주고 가치를 찾는 아이디어들

우리는 눈이 나쁘면 안경을 쓰거나 콘택트렌즈를 낀다. 청각에 문제가 있으면 보청기를 쓸 수 있고, 다리를 다치면 목발을 짚는다. 철학적으로 이러한 보철을 몸의 연장(extension)으로 해석하기도 하는데, 가령 안경은 눈의 역할을 강화하거나 혹은 보는 행위 자체를 가능하게 만드는 매개고, 그리하여 한 몸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요즘은 ‘내 모든 기억은 스마트폰과 구글 클라우드가 가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IT 기기와 각종 가상 공간 같은 외부적 장치들이 내 기억과 동기화되기도 한다. 

지난 15일~18일 파리에서 열린 유럽 최대 스타트업 전시 ‘비바 테크놀로지(Viva Technology)’에서는 더 다양한 몸의 연장들이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단연 메타버스 공간. 국내와 마찬가지로 유럽 지역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원격근무가 대세가 됐고, 이에 따라 메타버스 공간에서 함께 자유롭게 소통하기 위한 다양한 협업 툴이 소개됐다. 많은 참가자들이 부스마다 설치된 각종 기기를 몸에 착용하고 솔루션들을 비교해 체험했다. VR 기기를 끼고 스테이지에 올라 아바타로서 가상공간에서 만나 자유로이 대화하는 것은, 여전히 번거롭고 그저 신기한 광경에 불과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화상회의 플랫폼만으로는 다소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의 니치를 잘 찾는다면 충분히 효과적인 작동을 할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VR 기계를 특히 탁월하게 활용하는 경우는 인지치료 파트였다. 한 업체의 경우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여러 공포증(phobia)의 상황을 각각 인지과학적 소견에 기반해 콘텐츠로 만들었고, 해당 증상을 겪는 사람에게 VR을 낀 상태에서 공포스런 환경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겪게 했다. 가령 고소공포증이 있다면, 처음에는 조금 높은 빌딩에서 아래를 내려다보게 하고, 극복이 되면 점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게 해서 차츰차츰 적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꽤 현실감 높은 영상으로 구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평소의 울렁임이 조금 경감되는 느낌이었다. 물론, 실제 상황이 아니라는 데서 오는 위안도 컸겠지만 말이다. 

지난 15일~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 ‘Viva Technology’에서 체험한 고소공포증 극복 솔루션. 높은 크레인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높이를 느낄 수 있다.  ⓒ저자 촬영
지난 15일~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 ‘Viva Technology’에서 체험한 고소공포증 극복 솔루션. 높은 크레인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며 높이를 느낄 수 있다.  ⓒ저자 촬영

실제와 최대한 비슷한 경험을 주는 것에 대한 집착 

코로나19 상황으로 전통적인 판매 방식을 고수하던 명품업계 또한 거듭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구매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사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에 몰입해왔다. 매년 본 전시에 참여하는 LVMH 그룹의 경우, 몇 년째 산하 브랜드들의 가상환경 적응을 강조해 왔다. 가령 가방, 의류, 신발, 화장품 채널에서는 직접 입어 보고, 들어 보고, 신어 보고, 발라 봤을 때의 결과를 AR로 보여줄 수 있도록 하는 플랫폼에 줄곧 힘을 줬다. 4년 전 참석했을 때에 비해 객체 인식을 비롯한 각종 성능이 좋아져 큰 지연 없이 자연스럽게 경험이 가능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단순히 옷을 매칭해 보는 것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소재의 질감처럼 실제 화면에선 구현이 어려워 보이던 것을 온라인상에서 최대한 구현했다는 점이었다. 오랜 전통의 한 섬유 소재 브랜드는 자사의 천들을 디지털화하는 데 공을 들였다. 실제 아이패드 상에 띄워진 천들을 손가락 끝으로 흩날려보면, 해당 천이 얼마나 묵직한지, 어떤 두께와 질감을 지녔는지, 실제 체크 패턴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 등을 느낄 수 있다. 천마다 화면 속에서 달리 흩날려지는 무게감이 시각적인 정보로 다가온다. 촉각을 매개하기 위한, 일종의 트릭인 셈이다. 그동안 텍스트 후기나 클로즈업한 천의 사진이 중심이었던 온라인 의류/잡화 쇼핑에 대해 경쟁력 있는 대안이 되리라 보였다. 담당자에 따르면 “아주 보수적인 성향의 업체인데 참으로 진보적인 챌린지를 했다”고 한다. 

지난 15일~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 ‘Viva Technology’에서 한 섬유 소재 브랜드가 선보인 디지털 경험. 천을 움직일 때의 동작을 생동감 있게 구현해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저자 촬영
지난 15일~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 ‘Viva Technology’에서 한 섬유 소재 브랜드가 선보인 디지털 경험. 천을 움직일 때의 동작을 생동감 있게 구현해 질감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저자 촬영

가상공간뿐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도, 기술을 활용해 감각을 슬쩍 속이는 ‘트릭’들은 꽤 흥미로운 경험을 선사했다. 유화 작품을 감쪽같이 카피하는 특수 3D 프린팅 업체는 그림의 질감을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이 업체의 경우 흰색 실리콘으로 1차 텍스쳐 작업을 한 뒤 2차적으로 색을 입히는 방식을 활용한다. 한정판으로 최대 100점까지 찍어내 미술 시장 진입을 원하는 대중의 접근을 높였다. 무엇보다도, 시각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나 현장에서의 직접적인 경험이 힘든 경우에 대해, 유화 특유의 질감을 촉각적으로 직접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돋보였다.  

지난 15일~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 ‘Viva Technology’에서 본 3D 원화 프린팅. 만져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것이 진짜 작품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참고로 중앙 위 사진이 원화다.  ⓒ저자 촬영
지난 15일~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 ‘Viva Technology’에서 본 3D 원화 프린팅. 만져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어떤 것이 진짜 작품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참고로 중앙 위 사진이 원화다.  ⓒ저자 촬영

사람의 시각적 트릭을 보조하는 도구도 인상적이었다. 한국인들로 구성된 한 업체는 이번에 LVMH에서 주관하는 어워즈에서 수상하기도 했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해 모조품을 탁월하게 찾아내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인공지능은 인간의 감각을 살짝 속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람이 속을 법한 가짜의 영역을 그 자신만의 방식으로 탁월하게 찾아내기도 한다. 

이러다 우리 다 속아서 기계에 점령? 답은 “아니다”

많은 솔루션들은 이렇듯 인간 지각을 영리하게 틀어가며 놀라운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그리고 그 기반에 알고리즘의 무한한 발전이 자리하고 있다. 고객의 니즈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 달려드는 아이디어와 이를 뒷받침할 자본이 끊이지 않고 있고, 그래서 우리는 더욱 손쉽게 우리 주변에 이러한 기술들을 받아들이게 된다. 

모든 것이 이토록 침습적인데다, 인공지능은 갈수록 인류의 지능에 필적한다고 하니, 이번 행사에서도 ‘기계의 위협’은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였다. 인공지능 석학인 메타의 수석과학자 얀 르쿤과 에릭 슈미트 전 구글 CEO는 행사 내 토론에서 “인류를 살상할 터미네이터는 안 나온다”고 못을 박았다. 르쿤은 기본적으로 인공지능은 침팬지나 인간처럼 사회화가 되지 않고, 외려 오랑우탄처럼 혼자 사는 쪽으로 설계돼 있다고 했다. 인공지능들끼리 합심해 인간계 정복을 하려는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힘들다는 것이다. 슈미트 또한 결국 알고리즘은 인간이 설계하게 돼 있고, 우리 인간들은 아주 이성적으로 이러한 도구를 만들어내지 않을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시장은 사람의 호감을 얻기 위한 여러 일상 침습적인 기술을 속속 내어놓고 있다. 그것은 사람의 소비를 더 촉진할 수 있고, 사람의 건강을 더 탁월하게 지키는 것으로 쓰일 수도 있으며, 할 수 없던 것을 해낼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기술은 그렇게 깊이, 우리의 삶 속에 머물 수 있다. 슈미트 역시 “앞으로는 인텔리전스들과 인간이 어떻게 상호작용할 것인지가 주된 논의의 관점이 돼야 한다”고 스타트업 종사자들에게 강조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해서 인공지능을 공부하고, 배운 것을 서로에게 알려줘야 한다. 혹여나 인공지능이 사회화돼 인간을 지배하려 들더라도, 우리 스스로 기계의 트릭과 위협을 구분할 정도는 돼야 할 테니 말이다.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유재연 옐로우독 AI펠로우

소셜임팩트 벤처캐피털 옐로우독에서 AI펠로우로 일하고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분야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고, 주로 인공지능 기술과 인간이 함께 협력해가는 모델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AI랑 산다>는 장밋빛으로 가득한 AI 세상에서, 잠시 ‘돌려보기’ 버튼을 눌러보는 코너다. AI 기술의 잘못된 설계를 꼬집기 보다는, 어떻게 하면 AI 기술과, 그 기술을 가진 이들과, 그리고 그 기술을 가지지 못한 자들이 함께 잘 살아갈 수 있을지 짚어 본다. 

① 인공지능이 나에게 거리두기를 한다면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0379

② 기계가 똑똑해질수록 인간은 바빠야 한다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1310

③ 인간이 AI보다 한 수 앞서야 하는 이유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2353

④ AI에게 추앙받는 사람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3684

⑤ 메타버스서 공포증 극복·명품 쇼핑...‘비바 테크놀로지 2022’ 참관기
http://www.women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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