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언니들]
김가연 트위터코리아 공공정책 총괄 상무
법무부 공무원으로 출발해
시민단체 ‘오픈넷’ 변호사로 7년
‘워마드 지키기’ 등 법률지원 전담

“트위터, 표현의 자유 중시하면서도
안전한 공공 대화의 장으로 만들 것
코딩 몰라도 트위터 취업 가능
지속가능한 직장생활 열쇠는 ‘소통’”

지난 7일 서울시 강남구 트위터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김가연 트위터코리아 상무. ⓒ홍수형 기자
지난 7일 서울시 강남구 트위터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김가연 트위터코리아 상무. ⓒ홍수형 기자

공무원, 공익변호사, 글로벌 IT 기업 임원. 독특한 행보다. 김가연(42) 변호사가 지난해 트위터코리아 공공정책총괄 상무에 오르자 ‘예상치 못한 인물’이라는 평이 나왔다.

온라인상 표현의 자유를 위해 설립된 비영리단체 ‘오픈넷’ 공익변호사로 7년간 일했다.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 ‘워마드’ 운영자가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자 ‘워마드 지켜주기 캠페인’에 나서 경찰의 불송치 처분을 끌어냈다. 강용석 변호사로부터 모욕죄로 고소당한 누리꾼들을 지원해 무혐의 처분을 받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올린 일베 회원에 대한 수사 중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모욕죄,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현행법상 유죄 판단 기준이 모호해서 악용의 소지가 크다는 게 이유다.

첫 직장은 법무부였다. 국제법무과 사무관으로서 해외 진출 기업 법률 지원, FTA 협상 지적재산권 분야 지원, 아시아 지역 ODA 등을 맡았다. 뉴질랜드에서 학교를 나와 영어가 유창하다. 보수적인 공무원 조직문화가 잘 맞지 않았다. 온라인 이슈와 정보인권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정보인권단체 ‘오픈넷’으로 이직했다. 2021년 9월 트위터로 왔다. 트위터코리아 공공정책총괄 상무직을 맡아 정부, 국회, 공공기관 등과 소통하고, 관련 규제에 대응하고 있다.

“트위터는 오픈넷과 같은 비전을 공유하는 기업, 수익보다 가치와 이상을 추구하는 곳이라고 봤어요. 제가 해온 활동을 이어갈 수 있겠다 싶었죠.”

직함은 상무인데 팀원 없이 1인 체제로 일하고 있다. 트위터코리아 임직원이 총 30여 명이다. 그간 대통령선거, 지방선거를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협력해 정확한 선거 정보 제공에 힘썼다. 아시아 최초로 선거 관련 가짜뉴스를 필터링했고,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의 공식 계정 리스트를 제공했다. #2022투표하세요 #대통령선거 등 해시태그와 이모지를 이용한 투표 독려 캠페인도 펼쳤다. 대통령과 정부 부처 등에 트위터 계정 관리 컨설팅도 제공한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에 맞춰 대통령비서실 디지털소통비서관실 관계자들과 만났다. 윤석열 대통령의 영문 계정 개설, 환영 트윗 작성 등 ‘트윗 외교’에 기여했다.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시민·사회단체에 온라인 광고비 지원, 캠페인 지원 등을 제공해왔다. 젠더폭력 피해자를 돕기 위한 ‘#ThereIsHelp’ 알림 서비스도 제공한다. 트위터에서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불법촬영’ 등을 검색하면 한국여성인권진흥원과 한국여성의전화 상담·신고처가 뜬다. 3·1절, 세계여성의날 등 기념일엔 특별 이모티콘을 만들어 이용자들의 인식 확대와 캠페인 참여를 유도했다. 트위터를 더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한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라이브 음성 커뮤니티 ‘스페이스’ 기능 확대, 크리에이터 수익 지원 프로그램 등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위터 인수에 나서면서 트위터의 앞날을 두고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절대적인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 가짜뉴스, 혐오발언 제재가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김 상무는 “트위터는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플랫폼인 동시에 안전한 공공 대화의 장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트위터가 ‘성착취물 규제 사각지대’라는 오랜 지적에 대해서도 “AI 기술을 병행해 성 착취물, 디지털 성범죄 관련 게시물 유통 방지에 힘쓰고 있으며, 2021년 12월 ‘n번방 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에 맞춰 더 강력한 제재에 나섰다”고 밝혔다. 트위터 고객센터 신고란에는 ‘한국법’ 카테고리가 생겼고, 신고 절차도 간소화됐다.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올린 계정은 즉시 삭제, 영구정지된다. 유사 이메일 계정 등록도 막았다.

지난 7일 서울시 강남구 트위터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김가연 트위터코리아 상무. ⓒ홍수형 기자
지난 7일 서울시 강남구 트위터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김가연 트위터코리아 상무. ⓒ홍수형 기자

트위터는 여성 리더십이 돋보이는 기업이다. 비자야 가디(Vijaya Gadde) 최고법무책임자, 레슬리 버랜드(Leslie Berland) 마케팅최고책임자(CMO)와 공공정책 최고책임자도 여성이다. 한국에도 김 상무, 신희정 커뮤니케이션 상무, 글로벌 K팝 & K콘텐츠 파트너십 총괄 김연정 상무 등 여성들이 요직에 포진했다. 2021년 기준 트위터 전 임직원의 44.7%가 여성이다. 2017년(38.1%) 이래로 꾸준히 늘고 있다. 채용 시 최종 후보자에 여성과 소외계층 출신(미국 내 흑인/라틴계 지원자)이 최소 1명 이상이어야 한다는 지침도 마련했다. 2025년까지 임직원의 최소 50%를 여성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트위터는 2020년 5월 ‘영구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하루 몇 시간씩, 어디서 일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재택근무에 필요한 책상, 의자, 프린터 등 물품 구입비, 집에서도 건강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웰니스 수당도 지원한다. 소통의 장도 마련했다. 트위터코리아 임직원은 매월 화상 티타임을 열고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1년에 2회 플로깅 등 임직원이 자율적으로 참여하는 봉사활동도 연다.

김 상무는 개발자가 아니어도, 코딩할 줄 몰라도 트위터에서 일할 수 있다고 했다. “테크업계의 흐름을 어느 정도 알고 있고, 개발자와 다른 직군들과 협업하면 충분히 잘할 수 있습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이직이나 퇴사를 고민하는 이들에게는 “더 발전할 수 있는데 익숙한 환경을 떠나는 게 두려워서 고민한다면 무조건 이직하라고 하겠다. 지금 하는 일, 상사, 동료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라면 회피에 불과하다. 여우를 피하려다 호랑이를 만난다. 이직해도 비슷한 문제를 맞닥뜨릴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직장이라면 최소한 1년은 버텨라. 그 이후에 판단하는 게 좋다”고 했다.

지속가능한 직장생활의 열쇠는 ‘소통’이라고 했다. “내가 말하지 않아도 상사, 동료가 알아줄 거라고 생각해선 안 됩니다. 업무 고민이 있다면 진솔하게 털어놓고 조언을 구해 보세요. 부족하고 나빠 보이는 사람에게도 배울 점이 있습니다. 최악의 상황에도 그런 사람에게 대처하는 법을 배울 수 있죠.”

에너지드링크를 커피처럼 마시는 ‘일 중독자’인 그에게 코로나19는 “죽으면 다 소용없다”는 깨달음을 줬다. 산책, 산부인과 정기 검진을 적극 권했다. “산부인과 진료를 막연히 꺼리는 여성들이 많은데, 30대가 넘어가면 산부인과에 친숙해져야 합니다. 별일 없어도 정기 검진을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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