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 화질 좋아요”… 불법촬영 도구 변형카메라 규제 사각지대
“몰카 화질 좋아요”… 불법촬영 도구 변형카메라 규제 사각지대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2.06.16 07:00
  • 수정 2022-06-15 2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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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전자상가에서 직접 구매해보니]
이유 묻지 않고 불법 아니라며 설득도
규제 법안 발의됐지만 논의 진척 없어

최근 불법 촬영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학교에서부터 시작해 회사 건물, 렌탈 스튜디오 탈의실까지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하고 있는 불법촬영 사건의 대부분은 초소형 카메라 혹은 변형 카메라를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 초소형 카메라를 구입하기는 어렵지 않다.

용산 전자상가의 업체 앞 사진. '몰래카메라', '초소형 카메라'를 판매한다고 적혀있다. ⓒ여성신문
용산 전자상가의 업체 앞 사진. '몰래카메라', '초소형 카메라'를 판매한다고 적혀있다. ⓒ여성신문

지난 13일 기자가 직접 용산 전자상가로 방문해 초소형 카메라 구입을 시도했다. 초소형 카메라를 판매하는 가게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길가에 위치한 가게 곳곳에 ‘몰래카메라’를 판매한다는 스티커가 크게 붙어있었다. 몇몇 가게에는 ‘몰래카메라’ 탐지기도 함께 판매한다고 적혀있기도 했다.

몰래카메라를 판매한다고 홍보하고 있는 가게를 방문해 ‘초소형 카메라를 찾는다’고 말하자 업체 직원들은 곧장 제품을 추천했다. A 업체에서는 HD(고화질) 영상 촬영이 가능한 작은 사이즈의 캠코더를 추천했다. 가장 잘 알려진 변형 카메라 중 하나인 안경 카메라는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플라스틱 재질로 발각되기 쉽고 촬영 가능 시간이 짧다는 이유에서였다. B 업체에서는 자동차 리모컨 키 모양의 변형 카메라를 추천했다. 이 변형 카메라는 상단에 아주 작은 렌즈가 설치돼있었다. 일반 자동차 리모컨 키와는 전혀 구분되지 않았다.

자동차 리모컨형 키  ⓒ여성신문
자동차 리모컨형 키 ⓒ여성신문
안경 카메라(상단)와 펜 카메라(하단) ⓒ여성신문
안경 카메라(상단)와 펜 카메라(하단) ⓒ여성신문

초소형 카메라 구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유는 대부분 묻지 않았다. C 업체에서만이 이유를 물어봤지만, 이 또한 법원 제출용인지 묻는 것이었다. 이외의 이유는 상관없다는 반응이었다. C 업체 직원은 “요새 젊은 사람들이 휴가철 노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담기 위해 많이 사 간다”며 “불법도 아니”라며 설득하기도 했다.

인터넷 구매도 마찬가지로 쉽게 가능하다. 인터넷에 ‘초소형 카메라’를 검색하면 다양한 쇼핑몰 사이트가 뜬다. 그중 하나를 골라 눌러보면 단추 카메라, 안경 카메라, 벨트 카메라, 모자 카메라 등 초소형 카메라가 변형된 여러 카메라를 구입할 수 있다. 가격대는 만 원대부터 30만 원대까지 천차만별이다.

이처럼 초소형·변형 카메라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데 문제의식을 느낀 한 청원인이 2021년 6월 안경이나 볼펜, 액자 등 위장된 모습으로 불법 촬영에 쓰이는 초소형 카메라 유통 규제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 글을 올렸다. 청원에 동의한 사람이 20만 명을 넘으면서 청와대 측이 답변하기도 했다. 당시 고주희 청와대 디지털소통센터장은 “정부는 법률안이 변형 카메라를 악용한 범죄에 실효성 있게 대응함과 동시에 제기되었던 산업발전 저해 우려 등이 최소화되는 방향으로 제정될 수 있도록 해당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하고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시 청와대에서 언급한 법률안은 ‘변형카메라의 관리에 관한 법률안’으로,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2명이 2021년 3월 해당 의안을 발의했다. 이후 윤영찬 의원 등 12명도 같은 이름의 법안을 냈다. 두 법안 모두 변형 카메라의 제조·수입·판매 등을 관리하고 이력정보시스템을 구축·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 내용으로 2021년 11월 이재명 현 의원이 대선 공약을 걸기도 했다.

그러나 법안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기술 발전을 저해할 수 있고 판매자의 판매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변호사회 박지희 변호사는 “원천적으로 아예 금지하는 게 아니라 등록을 하게 해 관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불법촬영 범죄는 현재 예방할 수 있는 제도 자체가 없다. 범죄 예방을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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