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주차 태아 포함 어린이들
13일 ‘2030 온실가스 40%는 위헌’ 헌법소송 청구
“현행 탄소중립법, 아이들 기본권 침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아기기후소송단과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5개 단체가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아기기후소송단과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5개 단체가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저에게는 기본권이 있습니다.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걸 어른들이 파괴하고 있습니다.” - 한제아(10·서울 흑석초 4·‘2030 온실가스 40%는 위헌’ 헌법 소원 청구인)

어린이 62명이 13일 기후위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3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이 그 대상이다. 이 법안 제3조 제1항은 2030년까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로 규정하고 있다. 이걸로는 기후변화를 저지하기에 역부족이며, 해당 법안이 기후 위기를 겪을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요청했다. 

소송인 62명은 5세 이하 39명, 6세~10세 이하 22명, 20주 차 태아 1명으로 구성됐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를 상대로 한 기후소송이 증가하는 가운데, 5세 이하 아기들이 주 청구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헌법소원을 주도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보건위원회,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 등의 ‘아기 기후 소송단’은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헌법소원의 취지를 설명했다. 청구 당사자인 아기들과 양육자들이 참석해 발언, 영상 상영, 율동 등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아기기후소송단과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5개 단체가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아기기후소송단과 정치하는엄마들을 비롯한 5개 단체가 '지구를 지켜라, 아기 기후 소송'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청구인 ‘딱따구리’(20주 태아)의 대리인인 산모 이동현 씨는 “딱따구리는 이 세상에 이산화탄소를 1g(그램)도 배출한 적 없는데 지금의 기후 위기와 재난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면서 “기후재난이 다가오고 있지만, 우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너무나 소극적이고 무책임하다. 우리 정부는 기후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청구인 서태웅(1)‧서다미(3)‧서지효(6)의 대리인 서성민 씨는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은 ‘파리협정’ 등 국제사회에서 합의된 기준에 따라 기후재난으로부터 청구인들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에 불충분한 목표로서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의 총 목표를 제시한 규정에서조차 임박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국가별 감축량의 최저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감축목표를 제시하고 있다”면서 “헌법재판소는 아기들의 청구를 면밀히 살펴서 현행 탄소중립기본법이 아이들의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어 아기 기후소송단 측은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제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도 상승폭이 1.5℃로 제한될 경우, 2017년에 태어난 사람의 탄소배출 허용량은 1950년에 출생한 사람이 배출할 수 있었던 양에 비해 8분의 1로 줄어든다”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현 세대가 책임지고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