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즌 맞아 ‘주체적 여성상’ 부각
‘여성 연대’ 서사도 늘어
더 화려해진 무대와 볼거리
8월15일까지 샤롯데씨어터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주인공 마타하리 역을 맡은 배우 옥주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마타하리’에서 주인공 마타하리 역을 맡은 배우 옥주현.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마타 하리. 본명 마가레타 거트루이다 젤러. 남성을 유혹해 파멸시키는 ‘팜므파탈’로 그려진 여성. 뮤지컬 ‘마타하리’는 그 낡은 틀을 깨려 한다. 여성을 존중하지 않는 시대에 행복을 찾아나선 여성, 자기 운명을 남성들의 손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생존을 도모했던 여성의 이야기를 그린다.

공연기획사 EMK가 2016년 처음 선보인 오리지널 뮤지컬이다. 1910년대 프랑스 파리에 혜성처럼 나타난 무희, 관능적인 춤과 신비로운 외모로 유럽에서 명성을 떨쳤으나, 제1차 세계대전 중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 당국에 체포돼 총살당한 마타하리의 삶을 기반으로 했다. 

이번 세 번째 시즌을 맞아 ‘주체적 여성상’에 초점을 두고 극을 수정했다. 아동학대·가정폭력 생존자가 홀로서기에 성공하고, 사랑에 빠지고, 누명을 쓰고 사형당하기까지의 감정 변화와 주체적 선택에 주목했다. 극중 마타하리는 권력을 쥔 남성들의 욕망과 필요에 따라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나, 삶의 주도권을 넘기지 않겠다는 다짐과 끈기를 강조한다.

극작가 아이번 멘첼은 “어린 시절과 결혼생활의 성적 학대를 피해 파리에 도착해 이국적인 무용수로 거듭난 비범한 여성의 투쟁에 대한 이야기에 더욱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또 “여성의 권리가 위협받고 있는 현 시대에 마타하리는 주변 남성들이 지시한 삶 대신 스스로 선택한 인생을 사는 것이 범죄가 됐음을 보여준 여성으로서 증언하고 있다”고 했다.

‘여성 연대’ 서사도 늘었다. 이혼 후 혈혈단신으로 파리에 온 마타하리에게 손을 내밀고, 마지막까지 든든한 버팀목이자 가족이 돼 주는 안나(한지연·최나래)와의 서사가 추가됐다.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 깊이 의지하는 두 여성이 주고받는 대사와 몸짓이 애틋하고 따스하다. 대사 없이 춤으로만 마타하리의 상처, 불안, 욕망과 용기 등 감정과 서사를 전달하는 ‘마가레타’도 인상적이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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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마타하리’ 세 번째 시즌이 개막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마타하리’ 세 번째 시즌이 개막했다.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마타하리’ 전 배역 캐릭터 포스터.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마타하리’ 전 배역 캐릭터 포스터.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세 번째 시즌을 맞아 스케일은 더 크고 화려해졌다. ‘믿고 보는’ 배우 옥주현, 성공적 뮤지컬 데뷔를 치렀다는 평을 받는 아이돌 출신 솔라(마마무)가 마타하리로 분해 강렬한 무대를 선보인다. 화려한 조명 아래 번쩍이는 의상과 액세서리, 매혹적인 밸리 댄스와 노래에 눈과 귀가 즐겁다. 자본을 아낌없이 투입한 무대 세트도 보는 재미를 더한다. 1910년대 ‘벨 에포크’가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하다. 3층 높이의 거대한 무대 세트가 변신을 거듭하며 화려한 대극장과 전쟁터를 오간다. 의상만 수백 벌이 넘는다. 배우들은 춤추고 노래하며 낭만과 풍요의 도시 파리가 제1차 세계대전의 어둠에 물들던 시대로 관객을 데려간다.

마타하리의 연인이자 진실한 사랑을 노래하는 프랑스군 조종사 아르망 소위(김성식·이홍기·이창섭·윤소호), 뒤틀린 사랑에 괴로워하다 결국 마타하리를 죽음으로 몰아넣는 프랑스 정보당국 최고책임자 라두 대령(최민철·김바울) 간 삼각관계도 흥미롭다. 실제 마타하리의 생애나 당시 유럽사를 잘 몰라도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고르게 잘 만들어진 작품에, 페미니즘 한 스푼을 더해 시대에 맞는 공연으로 돌아왔다.

붉은색 자수 드레스를 입은 마타하리가 당당하게 사형장에 서서 열창하는 넘버 ‘마지막 순간’은 이번에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내 운명에 당당히 맞설게/아픔은 잊은 채/어떤 미움도 후회조차 남지 않도록...” 지난 9일 저녁 공연에선 옥주현 배우가 노래를 마치자 기립박수가 터졌다. 8월15일까지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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