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호법 위반 파기환송 대법...같은 형량 선고 가능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인 유학생의 친구들이 30일 서울 대법원에서 열린 음주운전자의 상고심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인 유학생의 친구들이 30일 대법원에서 열린 음주운전자의 상고심이 끝난 후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횡단보도를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을 차로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운전자에게 징역 8년이 확정했다. 

9일 대법원 제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위험운전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의 재상고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확정했다.

‘윤창호법’ 위헌판결에 따라 대법원에서 한번 파기환송된 사건이지만 파기환송 전과 같은 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만 상고한 사건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한 경우 환송 후 2심은 환송 전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을 뿐 동일한 형을 선고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환송 전과 동일한 징역 8년을 선고한 데에 불이익변경금지 원칙에 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김씨는 2020년 11월6일 밤 서울 강남구의 한 도로에서 술에 취한 채 차를 운전하던 중, 횡단보도 건너던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당시 28세)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079%의 만취 상태로 제한속도(시속 50㎞)를 약 30.4㎞초과한 데다 차량 정지신호도 위반했다. 김씨는 과거에도 두 차례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1심과 2심은 김씨의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 구형량(징역 6년)보다 무거운 징역 8년이라는 이례적인 선고를 내렸다. 

이후 김씨에게 적용된 도로교통법 148조의2 1항, 두 차례 이상 음주운전에 대해 가중처벌하는 이른바 ‘윤창호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자 대법원은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위헌 결정이 나온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관련 가중처벌법 대신 일반 처벌 조항을 적용하는 취지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김씨는 주의력과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만연히 운전했다는 점에서 주의의무위반 정도가 크고 매우 무겁다”라며 파기 전 원심과 같은 형량인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적용되는 법 조항만 다를 뿐 죄책은 똑같이 중하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환송 후 2심에서 피고인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적용법조가 변경됐는데도 환송 전과 동일한 형을 선고한 것은 ‘불이익변경금지’에 반한다”며 재상고했다. 불이익변경금지는 형사소송법 368조에 따라 피고인만 항소한 사건에서 원심보다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한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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