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편중인사, 코드인사 그만... 새 국가인재 정책이 필요하다
[최연혁의 북유럽 이야기] 편중인사, 코드인사 그만... 새 국가인재 정책이 필요하다
  •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학 정치학과 교수
  • 승인 2022.06.11 11:09
  • 수정 2022-06-11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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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뉴시스·여성신문

미국 7대 대통령이었던 앤드류 잭슨은 대통령에 당선되자 마자 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했다. 중앙정부의 고위공무원들이 동부 명문가 집안의 후손들이 장악하고 백악관 관료들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가며 부패를 일삼았기 때문이었다.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부터 바로 이전 대통령이었던 존 퀸시 애덤스 대통령 때까지 이 전통이 유지되어 오면서 건국 초기 50년 동안 버지니아주와 메사추세츠주 출신의 동부 명문가 집안이 중앙정치를 장악하고 있었다. 잭슨 대통령은 동부 명문대 출신인 고위공무원들을 교체하지 않으면 자신의 통치기간 동안 어떤 개혁도 성공할 수 없다고 판단해 극약처방을 들고 나섰다. 그때 그가 처음으로 들고 나온 비책이 바로 고위공직자 임명권이었다. 이렇게 시작된 것이 바로 정실인사제도(patronage)다. 측근정치의 시작을 알린 셈이다.

정실인사제도는 정권이 바뀌어도 그대로 행정권력을 거머쥐고 있었던 엘리트들을 교체해 정권의 새로운 피를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렇게 해서 잭슨 대통령은 테네시주의 가난한 가정 출신으로 미국 최초로 개천에서 용이 난 격의 새로운 신화를 쓸 수 있었다. 지금의 민주당도 잭슨이 대통령이 되면서 세운 정당이다. 정실인사제도와 민주당의 새로운 인재들과 함께 연임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실인사제도는 정권 교체를 통해 새로운 인물을 공급하는 역할과 함께 부정적인 결과도 초래했다. 바로 대통령 측근정치와 매관매직이라는 또 다른 부패행태의 정치가 뿌리를 내리게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측근들은 대통령의 실세에 줄을 서서 돈으로 직책을 사고자 했고, 원하는 직책을 받아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탈락한 공신들 중 앙심을 품고 적으로 돌아선 경우도 허다했다. 20대 대통령이었던 제임스 가필드 대통령은 앙심을 품은 옛 동지가 저지른 암살로 희생된 첫 사례이기도 하다. 이후 미국은 매관매직과 정실인사제도를 손봤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해 경력과 실력을 우선시 하는 충원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고위직 임명권은 여전히 많은 민주국가에서 통치자의 고유한 권한으로 유지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헌법재판소장, 감사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대법원장, 검찰청장, 경찰청장, 정부기관장, 외국 공관장 등 엄청난 수의 기관장을 임명한다. 대통령의 권력이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고위직 임명권이 대통령 한 사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가 있을까? 스웨덴 등 북유럽국가들에서 몇 가지 아이디어를 얻어 보면 어떨까 싶다.

첫 번째로 정당을 구분하지 않는 임명방법이다. 스웨덴과 노르웨이, 핀란드 등의 국가에서 행정도지사를 임명할 때 당적에 관계없이 여야의 인재들을 골고루 기용한다. 전직 당대표, 장관, 차관 등 소속정당에 관계없이 임명하기 때문에 인재풀은 상당히 넓고 가장 능력 있는 인재를 골라 임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 같은 원칙은 해외공관장을 임명할 때도 적용된다. 역대 여야 당대표들과 정부각료 인사들 중 해당국의 언어, 문화, 역사, 지역엘리트 등과의 교류경험 등을 바탕으로 임명하기 때문에 국가를 가장 잘 대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배치하게 되는 셈이다. 진정 국가를 위해 일할 뿐 정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최고의 인재를 배치하는데 최선의 방법이다.

두 번째로 정부기관장을 임명할 때 부처장인 장관에게 책임을 일임하는 방식이다. 스웨덴의 경우 343개의 중앙기관장의 임명과 해임에 대한 책임은 해당 장관에게 있다. 임명과 해임 시 각료회의에서 사전보고만 할 뿐 총리는 중앙기관장의 임명과 해임권에 대한 어떠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물론 여야구분 없이 임명되기 때문에 최고의 인재를 임명할 수 있다. 중앙교육청장도 이 같은 방법으로 여야출신의 인재들 중 교육부 장관이 임명하게 되어 최고의 교육행정가가 국가교육의 백년대계를 위해 봉사하게 된다.

세 번째로 풀뿌리 민주주의제도의 활용이다. 예를 들어 전국 국립대 대학총장의 경우 직접선거에서 복수추천된 인사를 총장선출위원회에서 교육부에 보고하면 교육부장관이 임명하는 절차를 거친다. 물론 마지막 절차는 각료회의에서 보고로 끝난다. 낙하산 인사로 정권에 충성하는 정치인을 막는 중요한 기능을 갖는다.

통치권자의 자기사람 심기는 수직적 충성관계를 만들어낼 뿐 국가의 최고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한다. 측근을 임명하면 임명권자에게만 충성하기 때문에 국가와 국민을 위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임명권자의 신임과 인정을 받기 위해 작동하는 기관은 수직적 충성조직이기 때문에 실패하게 되어 있다. 지금 국가가 총체적 위기일 때 국가를 새롭게 개조할 수 있는 인재의 적재적소 배치를 위한 발상의 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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