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첫 판례...일선 사업장에서 재논의 불가피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19년 10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준법투쟁을 시작한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 폐지, 안전인력 충원, 4조 2교대제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2019년 10월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총파업 예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준법투쟁을 시작한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임금피크제 폐지, 안전인력 충원, 4조 2교대제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합리적인 이유 없이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직원의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현행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한 것이므로 무효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퇴직자 A씨가 자신이 재직했던 한 연구기관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의 규정 내용과 입법 취지를 고려하면 이 조항은 연령 차별을 금지하는 강행규정에 해당한다고 봐야 한다"며 "이 사건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전후해 원고에게 부여된 목표 수준이나 업무의 내용에 차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령자고용법 4조의4 1항은 사업주로 하여금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을 갖고 노동자나 노동자가 되려는 사람을 차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은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경우란 연령에 따라 근로자를 다르게 처우할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거나 달리 처우하는 경우에도 그 방법·정도 등이 적정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며 고령자고용법이 규정한 연령 차별의 '합리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기준을 설정했다.

A씨는 1991년 B연구원에 입사한 뒤 2014년 명예퇴직했다.

연구원은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2009년 1월에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도입했고, A씨는 2011년부터 적용 대상이 됐다.

A씨는 임금피크제 때문에 직급과 역량등급이 강등된 수준으로 기본급을 지급받았다며 퇴직 때까지의 임금 차액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이 사건 성과연급제는 원고(A씨)를 포함한 55세 이상 직원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연령 때문에 임금, 임금 외의 금품 지급 및 복리후생에 관해 차별하는 것"이라며 "고령자고용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B연구원 측은 고령자고용법에는 모집과 채용에서의 차별에만 벌칙 규정이 있으므로 임금에 관한 차별 금지 규정은 강행 규정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과 2심 재판부는 "피고의 직무 성격에 비춰 특정 연령 기준이 불가피하게 요구된다거나 이 사건 임금피크제가 근속 기간의 차이를 고려한 것이라는 사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B연구원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당시 노동자 과반으로 조직된 노동조합과 장기간 협의를 거친 뒤에 노조의 동의를 얻었다고 해도 취업규칙의 내용이 현행법에 어긋난다면 그 취업규칙은 무효라고 했다.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대법원이 처음으로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함에 따라 개별 사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시행 방법 등을 두고 노사 간 재논의·협상 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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