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 없고 음성인식은 말썽...시각장애인 고려 없는 지방선거 공보물
점자 없고 음성인식은 말썽...시각장애인 고려 없는 지방선거 공보물
  • 권묘정 기자
  • 승인 2022.05.25 18:33
  • 수정 2022-05-25 18: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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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도의원과 시‧군 기초위원은
점자‧음성 선거공보물 배포 의무 제외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공보물이 배포됐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에 따르면 대통령,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 후보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형 공보물을 제출하거나 그 내용을 음성이나 점자로 확인할 수 있는 큐알(QR)코드 등을 공보물 책자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공보물이 배포됐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에 따르면 대통령, 지역구 국회의원,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 후보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점자형 공보물을 제출하거나 그 내용을 음성이나 점자로 확인할 수 있는 큐알(QR)코드 등을 공보물 책자에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6월 1일 지방선거 공보물은 시각장애인들에게 친절할까. 아직 개선할 부분이 많아 보인다.

점자형 공보물 제작은 모두의 의무가 아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에 따라 시‧도지사 후보자들은 점자형 공보물이나 큐알코드를 제공해야 하지만 광역시‧도의원과 시‧군 기초의원은 예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후보자의 점자형 선거공보 제출률은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준 33.03%다.

시각장애 당사자인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김훈 연구원은 “(점자 공보물이 없어) 정보를 얻기 어려워 투표를 할 수 없는 지경”이라며 “장애인들이 투표를 안 하게 되는 원인”이라고 밝혔다.

물론 대안은 존재한다. 문자인식 프로그램으로 공보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다. 그렇다고 내용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공보물의 글자 배치가 비장애인 위주로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공보를 음성 인식 프로그램으로 들어봤다. 글자가 순서대로 인식되지 않고 아래 글자부터 들리는 경우가 많았다. 아예 인식되지 않는 글자도 있었다. 디자인을 위해 다양한 글씨체를 사용하고, 글자 대신 그림 파일을 넣은 결과인 듯했다.

기자가 직접 선거 공보의 내용을 음성인식으로 들어봤다. 표의 경우 위에서 아래로 글자를 읽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음성 인식 시스템은 무조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자를 읽기 때문에 정보를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송영길 후보자 선거 공보물 갈무리
기자가 직접 선거 공보의 내용을 음성인식으로 들어봤다. 표의 경우 위에서 아래로 글자를 읽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음성 인식 시스템은 무조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글자를 읽기 때문에 정보를 제대로 알아듣기 힘들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자 선거 공보물 갈무리

특히 표로 기재된 ‘후보자 정보공개자료’는 제대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표 항목에 따라 위에서 아래로 읽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프로그램은 무조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기 때문이다.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을 온전하게 보장하려는 노력은 꾸준히 이뤄졌다. 2020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시각장애인은 문자‧음성으로 공약을 담은 이동저장장치(USB)를 점자 공보물과 함께 받을 수 있게 됐고, 일반 공보물 상단에 음성변환용 QR코드가 기입되기도 했다. 책자형 선거공보물과 같은 면수로 만들어져 상대적으로 정보를 담는데 제한이 있었던 점자형 선거공보물의 면수가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 때 점자, QR코드, USB 공보물을 모두 낸 후보는 14명 중 단 3명에 불과했다. 또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가 지난 3월 7일 낸 성명서에 따르면 문자‧음성으로 공약을 담은 USB가 PC에서 인식되지 않거나 저장된 파일을 불러오지 못하는 문제가 확인되기도 했다.

2020년 1월 29일 인권위는 선관위원장에게 시각장애인이 장애인이 아닌 사람과 동등하게 선관위 홈페이지와 정책‧공약 알리미에 있는 공직선거 후보자 등에 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선관위도 후보자들이 누리집 정책·공약마당에 게시할 공보물을 피디에프(PDF) 파일로 낼 때 시각장애인들이 공보물의 내용을 소리로 들을 수 있도록 문자인식이 가능한 형태로 제출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

선관위는 “점자형 선거공보 제작비용과 저장매체 구입비용 등은 전액 지방자치단체에서 부담하므로, 공직선거법상 의무 제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후보자라도 시각장애인 유권자의 선거정보 접근성 제고를 위해 점자형 선거공보 등 작성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 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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