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아트뮤지엄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미술관 공동 주관
1940~1970년대 유화·조각 등 70여 점

호안 미로,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 (Woman with a Beautiful Hat, Star), 1978, Acrylic and oil on canvas, 116 x 89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호안 미로, 아름다운 모자를 쓴 여인, 별 (Woman with a Beautiful Hat, Star), 1978, Acrylic and oil on canvas, 116 x 89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파랗게 붓칠한 캔버스, 굵게 그린 검은 선. 빨강, 노랑 원색 대비가 강렬하다. 추상화 같지만 모자를 쓴 여인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초현실주의 거장 호안 미로의 그림엔 밝은 에너지가 넘실댄다. 전통적 작법은 찾아볼 수 없다. 원근법, 중력, 부피 등 사실적 표현을 버렸다. 단순한 선과 색채로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를 열었다.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예술가 중 하나인 미로의 작품이 서울에 왔다. 마이아트뮤지엄에서 열린 ‘호안 미로 : 여인, 새, 별’ 전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호안 미로 미술관과 공동 주관한 전시로, 미로의 활동 후반기인 1940~1970년대 유화, 드로잉, 판화, 태피스트리, 조각 등 70여 점을 선보인다. 호안 미로 미술관 교육 프로그램 디렉터 조르디 클라베르가 기획했다.

호안 미로, 사람과 새(Figure and Bird), 1948, Lithograph, 65 x 50.5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호안 미로, 사람과 새(Figure and Bird), 1948, Lithograph, 65 x 50.5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호안 미로, 여인 III (Women III), 1965, Oil and acrylic on canvas, 116 x 81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호안 미로, 여인 III (Women III), 1965, Oil and acrylic on canvas, 116 x 81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호안 미로, 달빛 아래 카탈루냐 농부(Catalan Peasant in the Moonlight), 1968, Acrylic on canvas, 162 x 130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호안 미로, 달빛 아래 카탈루냐 농부(Catalan Peasant in the Moonlight), 1968, Acrylic on canvas, 162 x 130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호안 미로, 몬로이치 IV (Mont-roig IV), 1974, Lithograph, 76 x 57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호안 미로, 몬로이치 IV (Mont-roig IV), 1974, Lithograph, 76 x 57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여인, 새, 별, 태양, 달, 별자리, 사다리.... 미로의 그림은 시적이고 상징적인 기호들로 가득하다. 초기에는 시의 한 구절을 작품 속에 직접 인용하기도 했는데, 갈수록 장식적인 요소를 배제하고 사실적인 요소는 과감하게 변형한다. 단순한 선과 순수한 원색을 이용해 꿈과 환상의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2차 세계대전, 스페인 내전 전후의 암울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화가의 의지가 드러난다.

미로는 1893년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1920년 프랑스 파리로 진출하며 야수파, 입체파, 초현실주의 등 다양한 요소를 받아들여 점차 소박하며 찬란한 색, 단순한 형식으로 이뤄진 독자적 화풍을 완성해나갔다. 1930년대 르네상스 후기의 전통적 회화 방식을 부정하는 ‘회화의 암살(Assassination of Painting)’을 선언했다. 원근법, 중력, 부피가 주는 환영, 음영, 색을 버리고 이후 세대의 예술가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안 미로, 탈출하는 소녀(Girl Escaping), 1967, Painted bronze, 166 x 31 x 58.5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호안 미로, 탈출하는 소녀(Girl Escaping), 1967, Painted bronze, 166 x 31 x 58.5 cm ⓒSuccessió Miró / ADAGP, Paris - SACK, Seoul, 2022

미로의 독창성과 자유로움을 엿볼 수 있는 오브제 작품도 볼 수 있다. 노끈, 마네킹, 수도 펌프 등 주위에서 구할 수 있는 다양한 사물을 새롭게 조합해 창조했다.

주최 측은 “관객의 무한한 상상력과 해석을 자극하길 기대한다”고 했지만, 막상 전시장 곳곳에 붙은 미로의 생전 인터뷰, 작품 설명 등이 자유로운 해석을 다소 방해하는 느낌도 들었다. 출구 앞 한 벽면을 차지한 미로의 아뜰리에 사진을 보면 이 독특한 거장의 세계가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미로의 미대 출신 래퍼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가 오디오 가이드를 녹음했다.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 키즈 아틀리에 등도 마련했다. 전시는 9월 12일까지.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