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러 특허제도에 숨은 ‘국익 수호’ 전쟁
미·중·러 특허제도에 숨은 ‘국익 수호’ 전쟁
  •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 승인 2022.05.21 11:54
  • 수정 2022-05-31 15: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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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여 특허로 말하라]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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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 밀 생산국인 인도가 밀 수출을 금지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후 국제 시장에 밀 공급량이 줄고 가격이 올라 인도와 이웃 국가의 식량 안보가 위기에 처했다는 게 이유다. 식량을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주도국들이 자국 이익 우선, 자국 시장 안정을 직접 내세울 기미가 보인다.

과학기술 분야의 수호신 역할을 하는 특허 제도에서도 각국은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고 있다. 우리나라 특허법은 국가산업의 발전 및 보호를 목적으로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해외에 특허기술을 출원하는 것을 제한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군사 무기용 발명 등 국가 안보상 필요한 발명은 외국에 출원하는 것을 금지하거나 공개되지 않도록 비밀 취급을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고 있다. 국가 안보에 필요한 최소한의 당연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가 안보와 무관한 일반적인 발명인데도 해외에 출원하는 것을 제한하는 국가들이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자국 내에서 이뤄진 발명에 대해서는 반드시 자국 내에서 우선 특허 출원하도록 하고 있으며, 해외 출원을 일정 기간 제한하거나 정부 부처의 허가를 받아야만 할 수 있도록 강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미국에서 이루어진 발명은 국가 안보와 직접 관련이 없더라도 반드시 미국에 먼저 출원해야 하고, 미국에 출원했더라도 6개월이 지나기 전에 다른 나라에 출원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해외 출원 허가(foreign filing license, FFL)를 받아야 한다. 만일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먼저 출원한 경우, 미국에서 특허를 등록할 수 없고 등록돼도 무효가 될 수 있다. 심지어 고의적인 경우로 판단되면 형사처벌 대상이다. 발명자가 여러 명인 경우에도 한 명이라도 미국에서 발명에 참여했다면 이 규정이 적용되는데, 국경을 넘어 협업 연구가 이뤄지는 시대에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 또한 중국 영토 안에서 완성된 발명은 해외 출원 시 먼저 비밀 유지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를 지키지 않은 경우 중국 출원이 거절되거나 무효가 된다. 우리나라 기업이 중국에 설립한 생산법인에서 발명을 완성했더라도 한국에 출원하기 전에 중국 정부 기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다. 외연적으로는 평화와 협업을 외치며 선의의 기술 경쟁을 펼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치열한 패권 전쟁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 철저하게 자국의 이익을 우선하는 제도적 발판을 마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유사한 규정을 두거나 국내 우선 출원을 강제하고 있지 않다. 앞서 말한 국방상 필요한 발명과 관련한 제도가 있으나 그 기준이 모호해 자국 위주의 기술 보호가 충분히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전 세계에서 직간접적으로 기술 전쟁과 무력 전쟁이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기술의 전략적 보호를 위해 충분한 장치가 마련돼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김지우 다선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기업기술가치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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