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광역여성새로일자리센터는 경력단절여성을 위한 이러닝 콘텐츠 기획 등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Pixabay
한 해에 65만여 명의 여성들이 전국 158개의 새일센터를 방문한다. 그 중 18만여 명이 재취업에 성공한다. ⓒPixabay

여성 대학 진학률 77.4%와 대졸 이상 30대 후반 여성의 고용률 60.2%는 참 부조화스러운 수치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학 진학률을 자랑하지만, 우리나라 대졸 이상 여성의 고용률은 20대 후반 76.1%에서 30대 후반 60%초반까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대졸 남녀 간 임금격차는 더욱 심각해서 연간임금 기준으로 20대 후반 7.7%에 불과한 격차가 50대 초반에는 38.3%까지 벌어지게 된다. 국제비교를 해보면 부조화스러움이 한층 더 명확해진다. 한국의 2019년 기준 25~64세 여성고용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3.1%p 차이로 크지 않지만, 대졸 여성의 고용률은 OECD 평균보다 15.4%p 더 떨어지는 심각한 상황이다.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극복하지 못하고 노동시장에서 멀어져버리는 여성 인재들이 많은 것이다. 공무원이나 전문 자격증이 있는 직업 등 안정적 일자리가 아닌 경우 출산과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후 복귀할 수 있는 일자리가 별로 없고, 있어도 자신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또한 맞벌이를 하게 되면 육아비용이 크게 올라가는데 반해, 공고한 호봉제 임금 체계 하에서 상당기간 경력이 단절된 여성의 경우 호봉을 인정받지 못한다. 일해서 얻는 수익과 일하면서 발생하는 비용을 놓고 비용편익(B/C) 분석을 해보면 재취업을 안 하는 게 오히려 낫겠다는 판단이 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일을 하고 싶고,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고 싶은 것은 기본적 욕구다. 출산과 육아로 자신의 커리어에서 멀어진 여성 중에 ‘아이를 맡기고 일을 시작할까, 말까’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바뀌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용기 있게 새로운 일을 찾아서 성공하는 사례들이 있다. 얼마 전 서울시 동부권역 새일센터를 방문했을 때 만난 A씨는 국내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해 육아로 두 번 정도 경력단절을 겪은 분이었다. 이후 이전에 담당했던 인사업무 경력을 인정받아 외국계 회사에 취업할 수 있었다. 필자가 보건대 A씨의 성공에는 ‘다시 일을 하겠다’, ‘나의 강점을 살려 경력을 이어나가야겠다’라는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 같았다. 처음부터 재취업 일자리에 대해 너무 높은 기대를 하기 보다는 보수수준이나 대우는 본인이 앞으로 일을 해나가면서 계속 좋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 마인드도 한 몫을 한 것 같았다.

재취업 이후 꾸준히 경력개발을 해온 A씨는 육아기 사회와의 단절로 인한 소외감이 생각보다 컸고, 지금도 육아문제나 번아웃으로 퇴사해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 후배들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며 무엇보다 여성 경력단절 예방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중소·중견기업의 경우 재직자 개개인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기에는 재원의 한계가 큰데, 여성가족부 새일센터 경력단절예방 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여성들이 장기적으로 직장생활에 성공하려면 본인의 강점을 파악하고 촘촘하게 경력을 설계한 뒤 필요한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새일센터의 맞춤형 상담 프로그램, 경력 코칭, 멘토링 등이 지원군 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한 해에 65만여 명의 여성들이 전국 158개의 새일센터를 방문한다. 그 중 18만여 명이 재취업에 성공한다고 한다. 엄청나게 많은 인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결코 적은 인원도 아니다. 새일센터를 통해 취업하는 업종은 사무직, 제조업 종사자, 사회서비스업 종사자 등 다양하다. 임금수준도 다양할 것이다. 근로조건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러나 새일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는 것 자체로 그분들에게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분들이 얼마나 큰 용기를 가지고 그 문을 두드렸을지 알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민들이 그녀들의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고민들을 뒤로하고 힘찬 발걸음을 내딛은 날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커리어가 생기고 내 이름 석 자로 당당히 서는 어제와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될 수 있었다. 새로운 출발 앞에 선 그녀들에게 뜨거운 응원을 보낸다.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김경선 전 여성가족부 차관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