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의 에코해빗]
2019년 상수도 통계 기준,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당 하루 평균 가정용 수돗물 사용량은 189ℓ로 2ℓ 생수병 95개에 가까운 양이다. 덴마크(131ℓ), 독일(127ℓ) 등 유럽 국가보다 많고, 잠비아의 70배나 된다. 그런데 블룸버그의 ‘물 빈곤지수’에서 한국은 물이 ‘약간 부족’한 3등급으로 분류돼 있다. ‘보통’과 ‘약간 부족’ 등급은 일상생활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재난으로 인해 물이 필요할 때 빠른 시간에 원하는 만큼의 물을 쉽게 구할 수 없다는 차이점이 있다. 우리나라도 결코 물이 풍족하지 않다는 의미이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밀도와 환경변화, 인간에 의해 파괴된 자연으로 인해 먹을 수 있는 물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UN세계수자원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의 1인당 담수 공급량은 20년 안에 3분의 1로 줄어드는데 반해 2050년까지 인구는 93억 명으로 늘어나 향후 전 세계 인구의 20%가 심각한 물 부족 현상을 겪을 전망이다.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각국은 여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최근 미국 서부 지역에 가뭄이 이어지면서 캘리포니아주 마린카운티 남부와 중부 지역에서는 세차가 금지되고, 조경용 잔디에 물을 주는 횟수가 제한됐다. 자택 내 수영장과 분수에 물을 채우는 것도 금지됐다. 이런 정책 덕분에 실제 2021년 5월 한 달간 물 사용량은 2년 전인 2019년 대비 29%P 감소했다. 긴 가뭄을 겪으면서 생긴 절박함, 생활 양식의 변화가 낳은 놀라운 결과다.
사실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물’을 훨씬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제품의 원료, 제조, 유통, 사용과 폐기까지의 전 과정에서 사용되는 물 사용량을 합산한 지표를 ‘물 발자국(Water footprint)’이라고 하는데, 수치가 높을수록 사용된 물의 양이 많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125㎖ 커피 한 잔을 만들기 위해서는 커피나무 재배부터 수확, 가공, 유통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140ℓ (2ℓ짜리 생수 7병)의 물이 사용된다. 아보카도 하나의 물 발자국은 320ℓ로 오렌지의 약 15배, 토마토의 64배에 이르고, 햄버거 1개는 2400ℓ, 소고기 1kg에는 무려 1만 5400ℓ의 물이 사용된다. 티셔츠 한 벌에도 2500ℓ, 청바지 한 벌에 9000ℓ의 물이 사용된다. 결국 물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도 음식이든 물건이든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있는 물건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습관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좀 더 직접적이고 쉬운 생활 속 실천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비누칠하며 손에 거품을 내는 동안 물을 잠그면 약 3ℓ의 물을 아낄 수 있다. 양치컵을 사용하면 매일 약 15ℓ, 샤워 시간을 1분 줄일 때마다 한 번에 약 12ℓ의 물을 절약할 수 있다. 설거지할 때 찌꺼기나 기름기를 미리 휴지로 닦아내고 통에 물을 받아 설거지하면 최대 80%의 물을 아낄 수 있다. 이런 생활 속 작은 습관들을 통해서 우리의 생명수를 지킬 수 있다.
[물 절약을 위한 생활 속 에코해빗]
■ 흐르는 물 낭비하지 않기 (양치컵 사용, 비누칠할 때는 물 잠그기, 샤워시간 줄이기)
■ 설거지 전 기름기는 휴지로 닦기, 설거지통 사용하기
■ 세탁은 한 번에 몰아서 하기
■ 적게 사고 오래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