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유럽 여성 작가 3인전
‘레드룸 : 러브 이즈 인 디 에어’
자연스럽고 편안한 감정·몸짓 표현해
11월 6일까지 그라운드시소 서촌

민조킹, Let's be naked, 2020 ⓒ민조킹/㈜미디어앤아트 제공
민조킹, Let's be naked, 2020 ⓒ민조킹/㈜미디어앤아트 제공

사랑과 섹스를 전면에 내세운 전시는 많지 않다. 여성 작가의 전시라면 더 흔치 않다. ‘레드룸 : 러브 이즈 인 디 에어’가 눈길을 끄는 이유다. 한국의 민조킹, 스페인의 마르티나 마틴시오, 이탈리아 출신 스텔라 아시아 콘소니 세 여성 작가가 함께한다.

연인의 일상과 감정을 포착한 사진, 영상, 일러스트, 시, 에세이 등 200여 점을 모았다. 신체 노출이 많고 성관계 장면을 묘사한 작품도 있다. 그러나 포르노처럼 남성의 시선에 치우치거나 성적으로 과장된 묘사는 찾기 어렵다. 다양한 여성들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자신의 몸과 쾌락을 탐구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Stella Asia Consonni, Love Me’ 중 제이미와 리즈(Jamie and Liz), 2019 ⓒStella Asia Consonni/㈜미디어앤아트 제공
Stella Asia Consonni, Love Me’ 중 제이미와 리즈(Jamie and Liz), 2019 ⓒStella Asia Consonni/㈜미디어앤아트 제공

콘소니 작가는 대표작 ‘Love Me’ 연작을 선보인다. 동성 연인, 아이를 키우는 연인 등 다양한 인종과 정체성을 지닌 이들이 편안하게 맨몸을 포개고 서로를 보며 웃는 사진과 영상을 볼 수 있다. 

구찌, 버버리, 프라다, 아르마니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며 주목받는 작가다. ‘Love Me’는 자신의 실연을 회복하고자 다른 연인들을 촬영해 SNS에 올리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반응이 뜨거웠다. 동성 연인의 사진엔 혐오 댓글이 달렸고 석연치 않게 삭제되기도 했다. 비판 여론이 일자 복구됐다. 작가는 “어떠한 차별과 혐오도 용납할 수 없다”며 프로젝트를 확장했다.

자신과 연인의 누드사진 100여 점을 선보인 작가도 있다. 스페인 사진작가이자 SNS 인플루언서인 마르티나 마틴시오와 애인이 서로의 몸을 카메라에 담았다. 신체 본연의 아름다움에 주목한 사진들이다. 여성의 부드러운 선, 남성의 단단한 근육과 피부를 매력적으로 포착했다. 노출이 많아도 외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마틴시오 작가는 “자신의 몸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자유롭게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들과 많은 사진 작업을 해온 그는 “나는 그저 그들이 흘러가는 대로 몸을 편안히 맡길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만 한다. 여성들에겐 언제나 아름다움이 있다”고 했다.

Marina Matencio, Hotel ME, 2021 ⓒMarina Matencio/㈜미디어앤아트 제공
Marina Matencio, Hotel ME, 2021 ⓒMarina Matencio/㈜미디어앤아트 제공
서울시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열린 ‘레드룸 : 러브 이즈 인 디 에어’ 전시 현장.  ⓒ이세아 기자
서울시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열린 ‘레드룸 : 러브 이즈 인 디 에어’ 전시 현장. ⓒ이세아 기자

민조킹 작가는 섹스 일러스트 50여 점을 선보인다. 대형 조형물, 증강현실 애니메이션도 준비했다. 대형 미디어 설치물로 구현한 신작도 처음 공개했다.

작가의 그림 속 섹스는 사랑하는 사람들 간 자연스럽고 건강한 행위일 뿐이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서로 탐닉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을 그림으로써 다들 이렇게 사랑하며, 우리가 사랑하고 살아가는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한국 여성이 섹스를 그린다는 이유로 여러 시선을 받아왔는데 “(여성으로 이런 작업을 하는 것에 대한 고충을) 신경 썼다면 애초에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 “다들 섹스를 하고 우리도 섹스로 생긴 결과물인데 뭐가 문제인가”라고 유쾌하게 반문한다.

전시작 대다수가 젊고 날씬하고 아름다운 몸의 이미지들이다. 좀 더 다양한 신체와 성적 지향을 반영하는 작품을 보고 싶어 하는 관람객들에겐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그래도 여성이 섹스를 말하기만 하면 불호령이 떨어지는 사회에서 ‘여성의 섹스’에 대한 감각과 상상을 확장하려는 시도는 반갑다.

타로카드를 골라 자신의 연애관을 알아보는 일종의 심리테스트, 연인 등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관객 체험 프로그램도 있다. 전시를 기획한 ㈜미디어앤아트 측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장면들은 나의 경험으로 치환되고, 공감과 지지가 어우러져 우리의 보편적인 이야기가 돼 가는 과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인터파크에서 만 20세 이상에 한해 1만8000원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11월 6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그라운드시소 서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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