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여성포럼 17대 총선 당선자 환영식을 보며

“마이너스 통장 개설해 선거 치러도 유효표 15%이상만 획득하면 국가로부터 전액 돌려받으니, 여성후보들이 더 이상 지역구 출마를 기피할 이유가 없다는 자신감이 든다.”

“총선 핵심인 공천심사위에 홍일점이 아닌 다수 여성이 참여해 전국 3곳에 기획공천이 가능했다.”

“타당 텃밭인 지역구에서 여성들의 열광적 지지를 얻어냈으니 '여자가 여자를 안 찍는다'는 통념은 이제 마땅히 폐기돼야 한다.”

지난 4월 19일 저녁 여성개발원에서 21세기여성포럼에 의해 치루어진 '17대 총선 포럼회원 당선 환영회'장은 마치 여성정치세력화의 발전소 같았다. 공교롭게도 4·19 혁명 기념일인 이날, 이번 총선에서 당당히 승리한 여성들의 소감엔 여성 정치세력화를 위한 혁명적 제언과 자신감이 흠씬 묻어났다. 지역구에 출마한 포럼회원 중 반수 이상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고, 비례대표 당선율은 90%를 훌쩍 넘겼으니, 그 자신감에 '거품'이 있다고는 말하지 못하리라.

이들 당선자들의 자신감은 '이제 여성도 지역구 도전해 볼 만하다'는 체험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15, 16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했던 이미경 당선자는 은평갑의 격전장에서 '살아 돌아왔다.' 16대 국회에 입성했다 초대 여성부 장관, 참여정부 환경부 장관으로 발탁, 총선 올인 작전에 투입돼 아쉬움을 접고 경기 고양 일산갑에 나섰던 한명숙 당선자는 '인물'론으로 겨뤄 4선 의원의 고지를 무너뜨렸다. 경기 안성의 김선미 당선자는 “그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왔으나 유권자의 눈 높이에서 생각하고 실천하려 노력하다 보니, '공안전문가' '조직선거의 귀재'라던 상대 4선 남성후보를 물리치게 되더라”며 “결국 이런 것이 통하지 않는 시대가 왔음을 체감했다”고 감격스러워했다.

이날 축하를 받은 11명의 여성 당선자들은 무엇보다 여성계의 일관된 지지 노력에 감사하며, 여성 교육 경제 통일 관련 국정에 '여성의 눈'으로 임하겠다고 다짐했다.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 이은영 당선자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호주제 폐지가 17대 국회에 꼭 달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고, 산부인과 전문의 안명옥 당선자는 여성 의대생들의 권익증진과 진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당선된 39명의 여성 숫자는 17대 국회 17개 상임위에 평균 2명 이상 배정하고도 여유분이 남는 규모다. 게다가 지역구 당선자 10명 중 비례대표 출신이 4명을 점한 현실로 미루어보아 이제 비례대표 첫걸음이 지역구 당선의 산실이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절반의 성공만 이어가도 20대 국회 쯤엔 여성의원 숫자가 7,80명에 족히 이르리라는 산술적 계산이 나온다.

17대 국회에 진입할 여성 당선자들은 여성계 출신이든, 비여성계 출신이든, 선거과정을 거친 당선과 함께 생물학적 여성으로서의 연결고리와 책무감을 실감한 듯 하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 이 당선자들의 여성계와의 연대 여부가 여성 정치세력화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앞으로 지역구를 통해서도 3선, 4선 여성의원이 나온다면 당뿐 아니라 의회에서도 여성리더십이 충분히 위력을 발휘하게 될 테고, 국회 의장도 여성이 맡을 때가 올 것이다. 여성의 파워가 생활정치를 만들어내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게 될 것이다”는 김희선 당선자의 말은 장기적 관점에서 여성이 이루어낼 여성 정치세력화의 비전을 제시한다.

여성 정치세력화의 자신감과 가능성을 본격적으로 열어준 17대 총선 씨앗에서 나온 39명 여성들의 향후 행보와 연대가 주목되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비전 때문이다.

박이은경 편집국장pleun@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