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작은 둥지가 더 친하지?'

얼마 전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을 옮겼는데, 아이 친구의 말이다. 1년을 다녔던 전의 어린이집보다 이제 겨우 두 달을 넘기고 있는 작은둥지 식구들이 더 친하게 느껴진다는 녀석의 말이 흘려지지 않는다.

작은 둥지는 지금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어린이집 이름이다. 이름만큼이나 작은 어린이집이다. 아이들 수 다 합쳐봐야 다섯을 겨우 넘고, 엄마 아빠 모두 모여 회의를 한다 쳐도 상 하나에 둘러앉으면 그만이다. 돌봐야 하는 아이들 수가 적어지니 교사는 아이 하나하나 마음써주고 부모와 나눌 수 있으니, 부모로서는 든든한 육아 보좌관을 둔 셈이 된다.

모여 있는 사람이 적다 보니 갈등이 빚어질 계기 자체가 줄어들게 되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폭은 상대적으로 넓어졌다. 서로의 상황이 서로에게 전달되고 서로 나누면서 천천히 기다릴 줄 아는 법도 배울 수 있었다.

처음에는 단출한 우리네가 낯설고 당황스러웠다. 뭔가 부족한 거 아닌가 싶고 뭔가 아직 하지 못한 일이 있는 듯싶어 조바심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한 노릇이다. 매달 운영비는 적자임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자꾸만 편안해진다.

아이들도 눈치를 챈 걸까, 저들끼리의 의리가 대단도 하고 아침에 눈을 뜨면서 친구 이름을 한 번씩 읊어대는 것이 아침인사였다. 저들간의 끄달림도 줄어든 탓인지 전에는 줄곧 달고 살았던 '누구누구는 싫어' 소리는 하지도 않는다.

세상은 자꾸만 커져가고 거대해져 간다. 작은 구멍가게도 사라졌고, 작은 서점도 없어지고, 작은 구두방도 작은 복덕방도 동네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대형할인매장에, 대형서점, 전국 체인점을 자랑하는 음식점, 부동산들이 자랑하듯 커다란 간판을 위세 있게 내걸고 있다. 세상은 좀더 빠른 것이, 좀더 큰 것이 좋은 듯 허세를 부린다.

그렇지만, 속지 말아야지. 작아서 나누기 편하고 얼굴 마주 대하고 앉았어도 스스럼없는, 천천히 기다릴 줄 알고 서로 어깨동무 할 수 있는 작은 세상이 더 없이 좋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조유성원 한양대 문화인류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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