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연습게임 아닌 엄연한 현실 결혼과정은 격전장…지나친 배려가 갈등 유발

내 나이 서른여덟, 느즈막한 결혼이다. 누가 왜 결혼을 아직 안했냐고 물으면 난 주저없이 “번거로워서요”라고 답했다. 이 번거로운 통과의례를 위해 지난 2년간 무수히 줄다리기를 했다. 내달 16일이면 이 절차가 끝나고 이제 결혼생활이라는 것을 하게 된다.

우둔한 자는 경험을 통해서 깨우친다고 했다. 난 그쪽임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2남 2녀 중에 차녀인 나는 오빠, 언니와의 나이 차이로 내가 중학교 때 두 사람은 일찍이 결혼식을 치렀고, 막내인 남동생은 2년 전 결혼을 했다. 서른이 넘도록 결혼을 하지 못한 나는 오빠로부터 대학때 남자를 만나 이상이 같은 사람하고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결혼이라는 뼈저린 눈총을 받으며 싱글생활을 청산하려고 주변을 기웃거렸다.

남동생이 결혼을 먼저하자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으며 이때쯤 본격적으로 신랑 될 사람과 결혼이야기가 오고 갔다. 결혼이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신화를 깨고 웬만하면, 적절한 시점의 선택이라는 다짐을 하며 나이가 든 만큼 상대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우아하게 결혼식 준비를 하려고 했다.

그러나 현실은 피터지는 싸움과 문화의 차이를 실감하며 결혼식장을 예약해 놓고도 날짜를 연기하면서까지 이제야 드디어 그 결말을 보게 된 것이다.

내 친정 쪽은 기독교 집안, 합리적이신 아버지만 계시고, 시집 쪽은 불교, 깔끔하신 시어머니 한 분에 누군가 매끄럽게 조율해 주실 분이 안 계신 상황이다 보니 서로에 대한 배려가 너무 오버돼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았다. 간소하게 하자는 내 제안에 시집 쪽에서는 섭섭해 했고, 친정 쪽에서는 까다롭다고 불평했다. 둘 다 서른 후반, 이 나이 되면 직장에서 위치로 개인적인 시간을 할애하기가 거의 힘들다 보니 신혼집 장만, 살림살이 장만, 집안간의 인사치레 등을 제대로 해낼 수가 없었다.

바쁜 회사일 가운데 한 사람씩 역할분담을 해,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고 그사람이 맡은 부분에 대해서는 자금문제 등을 비롯해 터치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세웠으나 절차에서 일어나는 모든 마찰 등에 서로가 진이 다 빠진 상태다. 그러나 앞으로 20일간의 일정에는 진짜로 우아하려고 한다. 결혼을 마음 먹었을 때처럼 종교적 차원으로 넘어가자고.

더 이상 결혼은 연습게임도 준비단계도 아니었고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책임이고 '내 것'이라는 소유의지 확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이성적인 논리로 해명이 안 되는 “얼렁뚱당, 어리버리, 어쩌다 보니”라는 내 결혼의 궁색한 변명이다.

송영실(38?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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