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란

여성학자

박근혜와 추미애의 등장을 지켜보자니 꼭 자기 신세 같아 애잔한 느낌이 든다고 말하는 후배가 있다. 아무리 표현은 자유라지만 웬 애잔? 평소 정치에도 관심이 없을 뿐 아니라 페미니즘은 더더욱 멀리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 여성정치인에 대한 약간은 친근한 표현이 영 생뚱맞게 들렸다.

설명인즉슨 남자들이 엉망진창으로 죽 쑤어놓은 당살림을 수습하기 위해 막판에서야 나선 모습들이 평생을 철없는 남편의 뒷치다꺼리를 하느라고 뼛골이 빠진 자신과 너무나 닮았다는 것이다.

남자들은 막다른 벽에 부딪쳐 더 이상 어찌할 수 없을 때까지는 절대로 여자들에게 살림의 주도권을 주지 않는다는 게 한 남자와 30년을 살아온 그 주부의 결론이었다. 처음부터는 아예 바라지도 않지만 해결의 여지가 조금쯤은 남아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하면 오죽이나 좋으련만 무슨 똥배짱인지 자존심인지 혼자 움켜쥐고 있다가는 다 죽게 되어서야 아내를 찾는 남편 때문에 자신은 결국 일생을 응급구조사로 살아야 했단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그 후배는 안정된 직장을 가진 적은 한 번도 없이 결혼 이후 지금까지 줄곧 아르바이트만으로 아이 셋을 훌륭하게 키워낸 초능력자였다.

쪽박 난 살림살이는 여성의 차지?

자신한테 이런 능력이 있는 줄 결혼 초부터 알았다면 진작에 인생이 달라졌을텐데, 왜 옛날에는 그저 남자만 믿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는지 지금 돌아보면 정말 어리석었다고 그녀는 회한 섞인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어찌 그 후배만일까. 쉰 넘은 여자치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 (겉으로는 엄청나게 똑똑해 보였던 왕년의 헤라니도 물론 예외가 될 수 없지.) 아무튼 남자들이 주고 싶어 준 게 아니라 할 수 없어 내팽개치다시피 한 살림이지만 이 기회를 통해 두 여성정치인의 능력이 한껏 발휘될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는 자신 있게 단언했다. 자기가 개인적으로 박근혜나 추미애를 좋아하건 싫어하건 상관없이 일단 그들을 믿는단다. 아무리 못 해도 남자들만 못 할 리는 없다나. 여성들에겐 아무리 쪽박난 살림살이라도 죽을 힘을 다해 살림을 살아내는 정신이 있단다. 그러고 보면 이제까지 저질러놓기만 한 남자들로선 그나마 최후의 탁월한 선택이란다.

깨끗하고 따뜻한 정치 멀지 않았다

비단 이 후배뿐 아니라 요즘 여성정치인을 보는 사람들의 시각이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정치가 죽을 쑬수록 사람들은 여성정치인에게 희망을 거는 것 같다. 세상 참 빨리 변한다. '남자도 못 하는 정치를 감히 여자가'라거나 암탉 운운하는 말을 듣던 게 불과 몇 년 전인데 어느새 여자대통령 이야기도 자연스러운 화제가 될 정도라니.

그러니 이번 총선에서 각당의 비례대표 후보에 여성이 절반씩 올라도 아무도 놀라지 않거니와(혹시 너무 놀라서 말문이 닫혔나?) 마치 지지난번 선거 때도 그랬고 지난번 선거 때도 그랬던 것처럼 아주 익숙한 풍경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과연 우리나라의 역동성은 알아줘야 한다. 좀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던 것들이 어떤 작은 신호만 감지되면 눈도 깜빡하기 전에 확 바뀌는 나라다.(이 재미에 이민을 못 간다니까. 반백년 동안 이 재미에 맛들였는데 다른 나라에 가면 심심해서 어떻게 살겠냐고. 내가 혹시 매저키스트인가?) 17대 국회엔 여성들이 대거(어디까지나 현 수준에 비해) 입성한다. 물론 여성이라고 다 여성이 아니라고 하지만 후배의 말대로 어떤 여성정치인도 일단 남자들보다는 정치를 잘할 거라는 희망이 있기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매우 흥분되고 기쁘다.

우리 모두 오랫동안 꿈꿔왔던 깨끗하고 따뜻한 정치, 이제 이 땅에서 이루어질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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