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시즌 맞은 뮤지컬 ‘광주’
평범한 시민들의 분노와 희망 그려
남성 중심 서사 속 여성은
목격자·살아남은 자에 머물러
5월 1일까지 예술의전당
5월 14~15일 광주서 공연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현장. ⓒ홍수형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현장. ⓒ홍수형 기자

“깨어나서 외치는 뜨거운 함성/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깃발이 나부낀다. 싸우다 세상을 떠난 이들, 살아남은 이들이 장엄하게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합창한다. 

뮤지컬 ‘광주’가 세 번째 시즌의 막을 올렸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시민의 분노와 희망을 담았다. 앙상블 모든 배역에 이름을 부여했다. 한 영웅의 서사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의 혁명임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실제 인물을 본뜬 캐릭터가 여럿이다. 시민군을 조직하고 지휘하는 야학교사로 전남도청에서 최후까지 싸우는 ‘윤이건’(이지훈·조휘)은 ‘임을 위한 행진곡’의 주인공 고(故) 윤상원 열사를 본뜬 인물이다. ‘청솔부인회’ 회원들과 함께 항쟁을 지원하는 황사음악사 주인 ‘정화인’(문진아, 김나영)은 5·18 민주화운동의 기지 역할을 한 ‘녹두서점’ 주인 정현애 오월어머니집 이사장을 모티브로 했다. ‘청솔부인회’는 당시 활약했던 광주 민주여성단체 ‘송백회’에서 따왔다.

시민들을 갈라치기 위해 파견된 특수부대원 ‘박한수’(정동화·신성민)가 광주의 참상에 괴로워하며 변화하는 모습이 극의 한 축이다. 국가폭력에 참여한 인물의 갈등과 죄의식을 다룬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광주문화재단이 2019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기획, 2020년 초연했다. 2021년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창작 부문 프로듀서상을 수상했다. 그해 일본 TV ‘위성방송’에서도 방영됐다. 11월에는 미 브로드웨이에서 쇼케이스도 열 예정이다.

3연을 맞아 서사가 일부 수정됐다. 평화를 갈망하는 시민이 무기를 들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더 설득력을 지니도록 했다. ‘윤이건’의 비중을 높여 광주시민의 서사에 한층 무게감을 두려 했다.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고선웅 연출은 “조작된 진실을 보여주는” 한편, “‘딛고 일어나서 춤추고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전하려 했다”고 밝혔다.  ‘눈엔 눈’, ‘높은 담장이 광주를 가두네’ 등 신곡도 추가됐다.

조휘 배우는 “42년 전 얘기지만 지금 우리 얘기”라며 “팩트에 기반해 무대화한 자체가 대단한 용기”라고 말했다. ‘광주’로 뮤지컬 데뷔를 치른 김나영 배우는 “실제 인물, 장소, 말들이 녹아든 작품이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지만 ‘통쾌하고 열정적으로 공연했으면 좋겠다’는 고 연출 말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거리천사’ 역 김은숙 배우는 “광주 출신으로 광주에서 활동해왔다. 출연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했다.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현장. (중앙 왼쪽) ‘박한수’(정동화)와 ‘윤이건’(이지훈)이 열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현장. (중앙 왼쪽) ‘박한수’(정동화)와 ‘윤이건’(이지훈)이 열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현장. 극중 청솔부인회 회원들이 열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현장. 극중 청솔부인회 회원들이 열연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현장.  ⓒ홍수형 기자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린 뮤지컬 ‘광주’ 프레스콜 현장. ⓒ홍수형 기자

다만 ‘광주’가 재현하는 역사가 남성 시민군의 서사에 치우쳐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는 어렵다. ‘윤이건’, ‘박한수’ 두 남성을 축으로 극은 흘러간다. 무기를 든 시민군은 다 남성이다.

물론 ‘조화인’, 야학교사 ‘문수경’(효은·최지혜) 등 투쟁하는 여성 캐릭터도 있다. 밥을 해서 시민군을 먹이고, 사람들을 모으고 돌보는 여성들도 나온다. 제작사 라이브㈜ 측은 실제 광주 여성들의 저항을 무대에서 재현하려 했고, 시민군 중 여성 비율을 남성과 동일하게 맞추려 노력했다고 한다. ‘거리천사’ 김아영 배우는 “총칼을 들고 싸우는 분들도 대단하나 (여성이 맡은) 주먹밥, 물 제공 등은 실질적으로 생명과 맞닿은 아주 숭고한 역할”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광주’가 그리는 여성의 기억은 ‘폭력의 목격자’, ‘살아남은 자의 슬픔’에 가깝다. 광주엔 남성들 못지않게 분연히 싸운 여성들이 있었다. 정보 수집, 물품 공급, 가두방송, 상황일지 기록·보관, 시신 수습, 구속자 석방 운동까지 다방면으로 활약했다고 한다. 뮤지컬이 지워진 역사를 재구성하는 한 방법이라면, 오랜 시간 말하지 못했던 여성의 기억과 목소리에 더 무게를 둬도 좋았을 것이다. 권위와 억압에 맞서고 갈등하며 성장하는 중요 인물들이 남성의 얼굴을 해야만 할 이유는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광역시가 주최하고 광주문화재단, 라이브㈜가 주관한다. 라이브㈜와 극공작소 마방진이 제작했다. 5월 1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5월 14~15일 광주 빛고을시민문화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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