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형은 우리나라 인구 중 약 25%의 사람들이 갖는 성격유형이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사람들과 직접 부딪치기보다는 막후에서 교섭하고 움직임을 거의 감지하기 어려울 정도로 서서히 자기 의견이나 이상을 실현시켜 나간다. 남들이 하루에 결정할 일을 1년에 걸쳐서 생각하거나 계획을 세우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부드럽게 미소로 대하고 누구의 의견에도 동조를 표현하거나 지지한다는 반응을 보이지만, 속으로는 자기의견을 따로 갖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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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을 알 수 없는 사람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그 이유는 자기 의견이나 이상이 만들어지기 전이나 표출할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될 때에는 주변의 요구가 있어도 내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결정에 지나치게 신중해 남들이 다 결정하고 실행하려는 순간에 갑자기 '아하, 이런 문제가 있어 이대로 가면 어려울텐데' 하고 지나가는 말투로 한마디 내뱉는 경우도 있다. 이때 이들의 말은 정말로 심각하고 날카로운 지적일 때가 종종 있다.

▲고건 총리 최규하 전 대통령 이 유형에 속해

이들의 판단이나 의견을 필요로 할 때는 사전에 자료를 충분히 제공하고, 생각을 삭여 반죽할 시간을 넉넉하게 주어야 한다. 이들은 분명한 생각을 말하기보다는 '내 생각에는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겠는데…'라고 말해 불분명한 사람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늘 중재자의 자리에 서려고 하며 분쟁이 일어나면 뒤로 물러서서 각 문제를 비평,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려고 한다. 현실문제에서 늘 한발 멀리 서서 바라보기만 하고 개입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취해 때로는 그 자리에 있어도 없는 듯한 '소재불명인'이라는 비판에 몰릴 수도 있다. 그러나 조직에서 시간이 흐른 다음에 보면, 그 사람이 어느새 중심적인 위치에 서서 진두지휘를 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고건 총리나 최규하 전 대통령 같은 인물이 이런 유형이다. 여성으로는 대장금에서 늘 격랑의 뒤에 숨어 있는 듯하다가 나중에 수라간 최고상궁까지 오른 민상궁과 같은 인물이다. 이 유형에게는 대개 사람들이 조용하게 몰린다. 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듯이 보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 비슷한 유형의 배우자를 만나면 대개 서로를 말없이 이해한다고 느끼기에 조용하고 평화롭게 잘산다. 그러나 간혹 서로를 답답해하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사실 결혼할 때에 많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유형이 무색무취인 듯하면서 듬직하게 보이는 중재자형의 유비형이다. 남편으로서 인기가 많아 60평생을 무난하고 편안하다는 부부유형으로 성공하는 커플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유형은 상대의 감정이나 이야기에 너무 둔감해 상대로 하여금 히스테리나 신경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상대의 말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여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삶 속에는 사람들의 숫자만큼이나 많은 변수들이 있다. 이 변수는 때로는 갈등으로, 때로는 행복요인들로 나타난다. 자기의 성격유형을 이해하고 발달시키려는 노력 여하에 따라 사람의 인생은 다르게 펼쳐진다. 성격은 태생적인 면이 강하지만, 개성을 이해하고 각자의 행동방향으로 인정한다면 환상의 커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정경자|마이다스두손 대표 가이아결혼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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