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락(酒樂)과 통음(痛飮)의 아슬한 경계

나도 술을 좋아한다. 청주에서 강의하고 받은 강사료를 들고 호산춘(湖山春)이라는 술을 찾아 문경 예천을 헤맬 만큼 전통주 맛보기를 즐긴다.

엄마 손에 끌려온 여대생. 소화가 안 되고 위가 쓰리고 미식거리고 팔다리에 힘이 없다고 한다. 피부는 까칠하고 눈동자가 흐릿하고 두통이 자주 온다고 한다. 진찰대에 눕혀놓은 동안 엄마는 딸 몰래 종이쪽지를 건넨다.

“선생님 술 먹으면 죽는다고 얘기 좀 해주시고요. 술 끊는 약 좀 지어주세요.”

어이가 없어진 나도 종이에 썼다.

“얼마나 마셔요?”

“날마다 소주 두세 병.”

엄마와 나는 의미심장하게 눈을 마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터키에서는 음주운전을 하면 3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버린 뒤 집까지 걸어오게 한 후 집에서 구속한다니 의정부에서 술 마시고 걸리면 과천쯤에서 버림받아 한 이틀 원 없이 걸어야 할 것 같다. 핀란드는 깔끔하게 한달 월급을 깡그리 몰수한다고 하니 가뜩이나 술로 쓰린 속에 갈퀴질을 하는 것 같다. 불가리아에서는 초범은 훈방을 하지만 재범은 아예 교수형에 처한다. 엘살바도르에서는 아예 총살형으로 술 없는 세상으로 보내버린다고 하니 이보다 무서운 형벌이 없다.

얼마 전 방송국 아나운서가 음주운전으로 운전면허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녀는 밤에 술을 마시고 잔 뒤에 새벽에 출근하다가 알코올농도 0.059%로 음주단속에 걸렸다고 한다. 우째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간단한 산술로 속 시원히 풀어보자.

얼마나 마시면 이렇게 될까. 소주 한 잔을 마시면 혈중 알코올농도는 0.03%. 한 시간 동안 우리 몸이 분해시킬 수 있는 알코올량도 소주 딱 한 잔이다. 한 시간 동안 소주 두 잔을 마셨다면 분해된 것 한 잔을 빼면 남은 한 잔의 혈중 알코올 농도는 0.03%. 석 잔을 마시면 두 잔의 알코올은 남아 0.06%로 취기가 올라 자제력과 판단력을 잃으니 벌써 운전면허정지인 0.05%를 넘어버린다. 기분내며 원샷을 외치다 보면 한 시간에 너댓 잔은 기본이니 혈중 알코올농도는 바로 0.1% 전후. 몸이 맘대로 안 움직여지고 혀도 꼬부라지는데 자기만 안 취했다고 우기지만 딩동! '당신의 면허증은 취소되었습니다' 판결.

단속에 걸린 사람은 자고 나도 두 잔만큼의 알코올이 혈액 속에 남아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이렇게 잠자고 난 뒤 새벽에 음주단속에 걸리는 사람이 서울에서만 하루에도 80~90명에 이른다고 한다. 몰랐지? 술은 이제 남자들의 성역이 아니다. 술자리 접대를 못해 여자들이 영업에 약하고 아무래도 높은 자리는 어렵다고 하던 통설도 깨졌다. 주위를 둘러보면 여자들도 모이기만 하면 당연히 주신(酒神)을 열렬히 모신다. 음주를 해야 남성권력 사회에 낄 수 있던 풍토가 여성의 기호를 완전히 장악해버린 것이다. 그들이 가진 권력과 지위를 나누진 못하는 대신 술로써 대리만족을 느낄 수도 있다. 하긴 술맛을 느끼는 혀에 어디 성차별이 있으랴. 그동안 여자들의 수고로 누룩을 빚어 남자들의 입맛에 봉사한 것이 술의 역사거늘 이제 더불어 주락(酒樂)을 누린다 한들 무슨 허물이 되리오. 그러나 여자로 살기 팍팍하고 고달픈 이 땅에서 통음(痛飮)의 쓰라린 아침을 맞을 자매들을 생각하면 한마디 거들고 싶다. 세상이 바뀌기 전에 몸이 절단날라. 좋은 시절이 꼭 올테니 축배를 들 날을 위해 몸 좀 아끼자.

남강한의원장, 건강교육가

다이어트자습서 〈살에게 말을 걸어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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