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남녀평등하다’ 34.7%… 5년 전보다 13.7%↑
‘남성에 불평등’ 20대女 4.3%·20대男 24.0%

여가부는 올해부터 모든 정부 정책에 성평등 관점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iStock
 . ⓒiStock

“구조적 성차별은 있다.” 20대 여성 10명 중 7명의 생각이다. 

한국 사회의 성평등 수준이 5년 전에 비해 개선됐지만, 성평등에 대한 20대 여성과 남성의 인식 수준은 극명하게 갈렸다. 특히 20대 여성 73.4%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했다. “젊은 세대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집단적 구조적 차별에 직면하지 않고 성장했다”(미국 워싱턴포스트 인터뷰)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의 발언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반면, 20대 남성은 29.2%만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답해 큰 격차를 보였다.  

여성가족부(장관 정영애)는 지난해 전국 4490가구 8358명의 만 15세 이상 여성 4351명(52.0%), 남성 4007명(48.0%)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9일 발표했다.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여성가족부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여성가족부

조사 결과, 사회 전반의 성평등 수준에 대해 ‘남녀평등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34.7%에 그쳤다. 5년 전(21.0%)에 비해 13.7%포인트(p) 늘었다. ‘여성에게 불평등’이란 답변은 53.4%로 9.2%p 줄었고, ‘남성에게 불평등’은 11.8%로 4.6%p 감소했다.

5년 전인 2016년 조사 때보다 전반적으로 성평등하다고 체감하는 응답자가 더 많았으나 성별 격차는 여전했다. 

여성 65.4%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 27.8%가 ‘남녀평등하다’고 응답한데 반해, 남성은 41.4%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 41.7%가 ‘남녀평등하다’고 응답했다.

여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절반 이상이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인식하는 가운데, 남성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는 인식이 가장 높은 40대와 50대에서도 절반이 되지 않았다. 청소년은 31.5%, 20대는 29.2%만이 동의했다.

특히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하는 성별 비율 격차가 가장 큰 세대는 20대 였다. 여성의 73.4%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인식한 반면, 남성은 29.2%에 불과했다. 15~18세 남성도 31.5%만이 동의했다.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여성가족부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여성가족부

20대 남녀의 인식 격차에 대해 조사 책임자인 마경희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여성은 과거에 비해 남성과 동일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고 직업적 성취에 대한 기대도 남성과 동일하기 때문에 성평등 인식 수준이 높을 수 밖에 없다. 최근 경제적 어려움과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성평등 문제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분석했다. 마 연구위원은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여성과 남성이 각각 사회에서 경험하는 차별 요소들을 없애 나가고 오해하는 부분은 소통의 기회를 늘려 풀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이들이 겪는 애로사항은 국가가 적극 해소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영역별로는 여성에게 가장 불평등하다고 인식되는 영역은 ‘돌봄 책임 분담(-1.26점)’이었고, 이어 소득수준(-0.88점), 의사결정참여(-0.83점) 순이었다. ‘건강 수준(-0.09점)’, ‘교육 수준(-0.21점)’ 영역은 성평등에 가장 가깝다고 인식했다(-4점에 가까울수록 여성에게 불평등, 4점에 가까울수록 남성에게 불평등).

가족 내 역할 분담 등 성역할 고정관념 완화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여성가족부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여성가족부

2016년에 비해 여성과 남성 모두 ‘남성은 생계부양, 여성은 자녀양육’이라는 전통적 성역할 고정관념이 크게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에 비해 남성이, 또 연령이 높을수록 남성 생계부양책임, 직업의 성별분리 인식이 강한 경향이 나타났다.

가족 내 역할 분담에 있어서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한다’에 동의(그렇다+매우 그렇다)하는 비율은 29.9%로 5년 전보다 12.2%p 줄었다. ‘직장생활을 하더라도 자녀에 대한 주된 책임은 여성에게 있다’는 인식은 17.4%로 2016년보다 36.4%p나 감소했다.

여성과 남성의 지위 변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줄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아내의 소득이 남편소득보다 많으면 기가 죽는다’와 ‘남성이 여성 밑에서 일하는 것이 불편하다’에 동의하는 비율은 각각 45.1%에서 30.8%(-14.3%p)로, 30.4%에서 23.5%(-6.9%p)로 변화했다.

여가부는 “전반적으로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성평등한 인식을 갖는 경향을 보여 기성세대가 암묵적으로 갖고 있던 성 고정관념이 청년층에서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가족의 생계는 주로 남성이 책임져야 한다’는 문항에 대해 60세 이상 남성은 47.5%가 동의했으나, 19~29세 남성은 17.5%만 동의했다. ‘남성이 여성 밑에서 일하는 것은 불편하다’는 질문에는 60세 이상 남성은 44.6%, 19~29세 남성은 9.0%만 ‘그렇다’고 응답했다.

인식 나아졌으나 ‘여성=자녀돌봄’ 현실 여전

가사·돌봄에 있어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부담한다’는 응답이 68.9%로 가장 많았다. 반반 부담이 26.8%, 남편이 주로 부담은 4.2%였다. 그러나 맞벌이라 하더라도 60% 이상(여성 65.5%, 남성 59.1%)은 ‘전적으로 또는 주로 아내가 가사와 돌봄을 한다’고 응답했다.

시간으로 따져도, 맞벌이 가정이어도 ‘돌봄 시간’이 남성은 0.7시간, 여성은 1.4시간으로 여성이 2배 더 길었다. 특히 12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경우, 남성의 평일 돌봄 시간이 1.2시간인데 비해 여성은 3.7시간으로 3배 이상을 돌봄 노동에 사용하고 있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여성의 돌봄 부담은 더 가중됐다.

조사 결과, 모든 연령대에서 여성의 ‘코로나19로 인해 가사·돌봄이 증가했다’는 응답이 여성 26.0%, 남성 19.1%로 남성보다 높았다. 30~40대에서 성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는 ‘여성의 경력단절’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 ⓒ여성가족부
‘2021년 양성평등 실태조사’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 ⓒ여성가족부

국민이 생각하는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성불평등 문제(1순위)는 ‘여성의 경력단절(28.4%)’, ‘고용 상 성차별(27.7%)’, ‘여성에 대한 폭력(14.4%)’, ‘남성에 대한 돌봄 참여(12.5%)’ 순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전 연령대 여성 절반 이상이 ‘해결해야할 성불평등 문제’ 1위~3위로 선택했으며, 특히 30대 여성의 85.1%는 경력단절 문제를 1순위로 꼽았다.

‘온라인 성별혐오와 공격’, ‘여성의 성적 대상화’, ‘학교 교육에서의 성별고정관념’은 연령대가 낮을수록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높아졌다. 특히 ‘온라인 성별혐오와 공격’의 경우 20대 남성 48.0%, 15~18세 44.5%가 해결해야할 문제로 선택했다.

여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2023~2027)’을 수립할 예정이다.

정영애 여가부 장관은 “우리 사회 양성평등 의식 수준 향상, 일·생활 균형 문화 확산, 폭력에 대한 민감도 증가는 성평등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 신호”라며 “다만 여성의 경력단절과 돌봄 부담 해소, 디지털 성범죄 등 여성폭력 문제 개선 가속화 등 성평등 사회 실현을 촉진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이고 꾸준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