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두 아이의 손을 잡은 어머니가 어린이집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뉴시스ㆍ여성신문
두 자녀의 손을 잡고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여성. ⓒ뉴시스ㆍ여성신문

직업 또는 일에 대한 관점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세대와 성별에 따라서도 차이가 크다고 하겠다. 필자가 속한 세대의 직장 여성들에게는 ‘독하다’는 평가가 따라다녔다. 굳이 직장생활을 하지 않아도 남편 월급으로 먹고 살 수 텐데 집에서 아이를돌보지 않고 일하러 나가는 독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여성고용과장을 맡게 됐을 때 더 이상 일하는 엄마가 독한 사람이라는 말은 듣지 않게 하고 싶다고 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그 때가 15년 정도 전이다.

그 사이 인식 변화는 많이 일어난 것 같다. 워킹맘에 대해 사회가 더 지원해야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정책적 노력들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육아휴직제도와 어린이집 같은 시설 무상보육이다. 특히 육아휴직은 현재 법률상으로 사업주가 엄마, 아빠에게 반드시 1년씩 주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아빠들은 많지 않았다. 육아휴직 급여의 소득대체율이 낮았기 때문이다.

아빠들의 육아휴직 사용을 독려하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 수준을 월 최대 150만원까지 올리고, 아이가 태어난 후 1년 이내에 엄마, 아빠 모두가 육아휴직을 3개월 사용할 경우 각각 월 최대 300만원까지 지급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고쳐왔다. 2021년 전체 육아휴직자 11만555명 중 2만9051명(26.7%)이 남성이었다. 4872명(5.6%)에 불과했던 2015년에 비하면 격세지감이다.

하지만 자녀의 주양육자와 가정의 주돌봄자가 여성인 것은 여전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20‧30세대의 젊은 여성들은 이전 세대와 조금 다른 고민과 결정을 하는 듯하다. 직장을 계속 다닐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니라 결혼을 할 것인가, 엄마가 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딸이 본인의 꿈은 워킹맘이 되는 것이라며, 나름 어려운 결정을 했다고 얘기한 적 있다. ‘워킹’이 먼저, ‘맘’은 그 다음이고 또 선택인 시대가 된 것이다. 딸이 대견하면서도,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런 한편으로는 일을 계속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엄마 세대나 결혼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하는 자녀 세대나 여성들은 왜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는가 하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결국 이러한 고민을 덜어주기 위한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리고 육아로 대표되는 돌봄에 있어서 성평등이 하루 속히 정착돼야 할 것이다. 

일을 하고 있거나, 일을 하고자 하는 여성이 1200만명을 넘는 시대다. 직업은 생계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그 사람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일이 고되고 힘들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보람도 느끼고 존재 의미를 찾기도 한다. 따라서 시장경제 하에서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는 일을 갖는 것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이를 전제로 정책이 설계되고 추진되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여성경제활동 참가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럽국가나 일본에 비해 10%포인트(p) 정도 격차가 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일하는 여성이 다수인 시대에 접어들었지만 60%에도 못 미치는 현재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70% 이상 일하는 여성이 확실한 다수가 될 때 사회구조와 인식, 좀처럼 바뀌지 않는 가정 내 성역할 구분도 바뀌어갈 것이다. 우리의 딸들이 일하면서도 엄마가 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게 온 사회가 나서야 할 때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 사진=여성가족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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