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와 울프 크리스테르손 야당 대표가 최근 노르웨이에서 실시된 대규모 국제 군사훈련(Cold Response)을 함께 참관했다. 사진=TV4 Nyheterna 유튜브 영상 캡쳐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와 울프 크리스테르손 야당 대표가 최근 노르웨이에서 실시된 대규모 국제 군사훈련(Cold Response)을 함께 참관했다. 사진=TV4 Nyheterna 유튜브 영상 캡쳐

콜드 레스폰스(Cold Response). 지난 주 노르웨이 북쪽 지역에서 실시된 혹한 훈련의 이름이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이 지역은 러시아의 북극함대가 위치해 있어 전략적으로 매우 취약한 지역으로 이 훈련은 북대서양 군사동맹기구인 NATO(나토)가 유사 시 러시아가 침략할 것에 대비해 2006년부터 노르웨이 국방부가 주관해 실시해 온 혹한 훈련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처음 실시된 올해의 훈련에는 나토의 30개 회원국 중 23개국에서 3만5000명의 해군, 육군, 포병, 기갑 및 전차부대, 공군부대가 참가했고, 비회원국인 스웨덴도 북부방위사령부 소속 1600명이 참가했다. 노르웨이 부동항인 나르빅(Narvik)에서 북쪽 끝인 핀마르크 지역까지 펼쳐진 이번 훈련은 대다수 나토회원국가가 참가해 세계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스웨덴은 정식 나토 회원국이 아니지만 나토 군사훈련에 특별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다. 지난 주에 실시된 훈련에는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와 울프 크리스테르손 야당 대표가 참관해 눈길을 끌었다. 총리와 야당 대표는 총리전용기를 함께 타고 직접 훈련에 참관해 모든 일정과 동선을 함께 했다. 훈련사령부 방문, 훈련 참관, 그리고 스웨덴 군인과의 만남의 시간까지 모든 시간을 함께 하는 모습이 스웨덴의 일간지 1면을 장식했고, 하얀 눈이 덮힌 훈련장에서 군인들과 함께 야전복을 입은 여야의 대표가 함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은 스웨덴 여야 상생 정치의 진면목을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2박 3일 동안 여야 대표가 함께 훈련에 참가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스웨덴은 오는 9월 총선을 치른다. 그런데 5개월 정도 남은 이번 총선은 어느 정당 주도로 정부를 구성하게 될지 오리무중인 상태다. 8개 주요 정당이 참가하는 이번 총선에서 어느 정당도 확실하게 다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구성에 있어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다. 우파가 승리할 경우 크리스테르손이 당대표로 있는 보수당 중심으로 내각이 구성될 수 가능성이 크다. 사민당이 다시 정권을 잡게 될지도 모르지만, 이런 불확실한 상황에서 현 총리는 9월 총선 이후 총리후보가 될 수 있는 야당 대표를 군사훈련에 함께 참관할 것을 제안했다. 국가의 운명을 가를 나토 가입문제와 유사 시 나토 회원국들과 공조체제를 갖춰야 하기 때문에 야당대표에게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것이다. 군사훈련에 직접 참관해 얻는 군사정보와 각국 군사고문단과의 네트워크 구축에 얻는 정치적 자원을 야당의 공격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었겠지만 안데르손 총리는 이를 포기했다.

대신 우크라이나 전쟁사태에서 불안해했던 국민들은 여야 대표가 훈련장에 함께 나타나는 모습을 보고 심리적 안정감을 가져다주고 정치의 신뢰를 더 높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비슷한 사례가 또 있다. 1991년 유동성위기로 화폐가치의 30%가 1주일만에 떨어지고 물가와 시중이자는 천정부지로 치솟자 거의 모든 국민이 현금 인출을 위해 은행으로 달려가 몇 백미터의 줄을 서는 사태가 몇일 간 지속된 적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여야의 정당대표들이 함께 모여 위기대응정책을 함께 발표하자 사회적 불안은 빠르게 수습되었다. 정쟁 대신 함께 위기의 해법을 찾고자 하는 모습에서 국민은 안심을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여야지도자들이 보여주는 상생의 모습은 극도로 불안한 국민들의 마음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안정감을 가져다주는 최고의 방법이다.

이를 발판으로 1991년 12월 원내 여야 5개 정당이 참여하는 연금대책그룹(Pensionsgruppen)이 만들어졌다. 국가의 미래연금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함께 논의하고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역할을 한다. 1991년 이후 연금대책그룹은 매년 연례모임을 통해 지속적으로 공동대책을 강구한다. 올해는 어떻게 연금대책그룹이 활동하고 있나 확인하기 위해 정부포탈에 들어가 보니 고령시대에 맞춰 새로운 연금개혁을 위한 공동입법안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적혀 있다. 1991년 이후 여야 간 정권이 벌써 3번이나 바뀌었지만 상생의 전통은 깨지지 않고 30년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국방안보와 에너지 문제에 있어서도 여야의 공조체제가 구축되어 있다. 국가미래를 좌우하는 정책에 좌우가 없다는 모습을 보여준다. 전쟁은 이제 ”만약”이 아니라 ”필연”일 것이라는 전제하에 국가안보정책을 수립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에너지 뿐 아니라 광물자원과 곡물, 식용수 확보, 의약품 등 이제는 모든 자원이 국가생존의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여야의 끝없는 정쟁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론을 분열시킨다. 인수위원회는 여소야대의 극복차원이 아니라 국가생존의 문제와 직결된 정책분야는 차제에 야당과 함께 상의해 결정하는 여야상생 기구를 상설화할 것을 권한다. 거대 야당이 될 현 여당도 힘의 논리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 앞에 겸손한 자세를 보여줘야 할 때다. 정파나 진영에 관계없이 대다수 국민들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정치체제의 구축이 진정 정치교체라는 국민적 요구에 대한 대안이자 시대적 정신이 아닐까 한다.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정치학과 교수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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