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택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유가의 움직임이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지난해 봄 배럴 당 25달러를 밑돌던 국제유가가 금년 1월에 28달러를 넘기더니 3월에는 드디어 30달러를 넘어서게 되었다. 이에 따라 국내 기름값도 계속 올라 주유소에서 리터당 1,100원 남짓 주고 넣던 휘발유가 1,400원을 훌쩍 넘게 되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긴다면 오산이다.

석유는 현대사회의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하며, 산업생산과 국민 의식주 생활 전반에 석유로 만든 제품이 쓰인다. 공장을 움직이는 전기는 석유를 연료로 발전을 한 것이며 가정이나 빌딩의 난방에도 석유가 필요하고 플라스틱과 섬유의 원료도 석유에서 뽑아내며 농촌에서 사용하는 비닐 하우스나 비료도 석유제품이다.

이처럼 귀중한 석유가 우리나라에서는 한 방울도 안 나 전부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원유 가격이 오르면 우리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데 1974년과 1979년 세계적인 오일 쇼크 때 이를 익히 경험한 바 있다.

최근 국제 유가가 오른 데에는 공급과 수요, 두 가지 의 원인이 있다. 원유를 수출하는 11개 나라의 모임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생산량을 꾸준히 조절하고 테러의 위협도 커짐에 따라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었다. 반면에 세계 최대의 인구를 가진 중국이 고도 경제성장을 하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경기가 회복됨에 따라 석유 수요는 늘어나게 되어 유가 인상요인이 생겼다. 이에 더해 저금리로 인해 마땅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한 투기자금이 원유시장으로 몰려가 유가상승을 부채질했다.

급속한 유가상승 추세는 지난 3.31 OPEC의 정기총회가 오스트리아의 비엔나에서 개최된 이후 일단 멈추었다. 이 회의에서 산유량의 약 4%인 100만 배럴 정도를 감축하기로 결정했는데 향후 전망에 대한 전문가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에이 비 엔 암로 사의 칼 랠리는 “유가가 한동안 주춤한 이후에는 상승이 계속되어 배럴당 4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으며, OPEC가 6월에 추가적인 감산 조치를 실시할 가능성이 커서 고유가 추세가 필연적이라고 한 예측도 있다.

반대로 쿠웨이트 등 생산 축소에 소극적인 OPEC 회원국들의 분위기에 비춰 실제 감축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앞으로 유가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세계적으로 2/4분기에는 석유의 수요가 줄어드는 경향이 있는 것도 가격하락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석유공사에서 열린 국내의 전문가들의 토론에서는 우리나라가 도입하고 있는 두바이산 원유를 기준으로 할 때 현재보다 3∼4달러 내린 26∼28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으며, 다만 중동과 베네수엘라 등의 정세가 돌발 변수로 꼽혔다.

국제유가가 1불 상승하는 데에 따라 우리 국민소득이 0.60% 줄고 소비자물가는 0.15% 상승한다고 한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상 해외가격 동향에 희비가 교차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지만 그 영향을 줄여나가는 노력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이 에너지를 아껴 쓰고 기업이 대체에너지를 개발하며 정부가 재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 유가 파동의 충격을 줄여 나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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