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 계단에서 열린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은 두려워하라, 여성들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뉴시스
3월 11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2022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 주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 뉴시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48.6%의 득표로 민주당 이재명 후보(47.8%)를 누르고 승리했다. 두 사람의 표차는 0.73%포인트(약 24만표)에 불과했다. 1987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보수·진보 정권이 10년마다 교대되는 “10년 권력교체 주기설”이 이번에 깨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8번의 대선에서 5년 만에 정권을 뺏긴 최초의 대통령이 됐다. 여하튼 한국 정치에서 집권 세력이 5년 만에 정권을 빼앗긴 것은 정당 재편성을 가져 올만한  큰 정치적 사건이다.

하지만 이재명 후보는 2030 여성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명확하다. 당시 20대 여성의 44%가 박영선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고, 40.9%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찍었다. 30대 여성은 50.6% 과반이 오 후보에게 표를 던졌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서는 결과는  달랐다. 20대 여성 58%가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고,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33.8%였다. 30대 여성도 49.7% 대 43.8%로 이재명 후보 지지세가 강했다.

특히 이번 대선에서 2030 여성들은 누구를 찍을지 고민하는 부동층보다는 대선 마지막까지 움직임이 없는 고정층의 성격이 강했다. 게다가 대선 패배 이후에도 이재명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더욱 결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이 끝난 후 이 고문의 팬 카페 '재명이네 마을'이 개설됐다. 이미 회원 수가 18만 명을 돌파했다. 특히 팬 카페 내에서 2030 여성들의 결집이 눈에 띤다. 스스로를 성격이 드센 딸, 이른바 '개딸'이라고 부르고, 이 고문을 향해선 "잼파파", "잼아빠", "개아빠" 등의 호칭을 써 애정을 드러내고 있다. 2030 여성들이 이 고문과 강한 정서적 일체감을 형성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2030 여성 투표에서 왜 이런 변화가 나타났을까. 시사IN이 대선 후에 실시한 웹 조사(3월 11~14일)를 살펴보면, 그 단서를 찾아낼 수 있다. 20대 여성은 '대선에서 중요하게 여긴 사안(1~3위 합산)'으로 가장 많은 54.6%가 '경제성장-일자리 창출'을 지적했다. 그 다음으로 46.2%가 '성 평등'을 꼽았다. 이런 조사 결과가 주는 함의는 “한국 정치에서 '젠더'가 전면에 등장한 최초 선거"가 등장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작년까지 이재명 후보는 '이대남 표심 잡기'에 집중하면서 '반 페미니즘' 행보를 이어갔다. 대표적인 사례로 관훈 토론회에서는 "(페미니즘이) 부분적으로 갈등과 문제를 일부 야기하는 측면이 있다"라고 밝힌 뒤에, 고민 끝에 여성가족부 폐지하자, '여성'자 들어가니까"라는 말까지 했다. 하지만 올해 1월에 이 후보가 n번방 성 착취를 취재한 '추적단 불꽃'의 20대 여성 박지현 현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젠더 의제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결국 이재명 후보는 국민의 힘의 노골적인 '젠더 갈라치기'의 반사이익만으로 2030 여성들의 표를 가져간 것은 아니다.

국민의힘이 승리에 도취돼 이번 대선에서 나타난 ‘2030 여성 표심‘을 폄훼하거나 외면하면 6․1 지방선거에서 의외의 일격을 당할 수 있다. 이들이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이들의 정치 참여를 넓힐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의 힘 행태는 참으로 우려스럽다. 이준석 대표는 3월 24일 6·1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젊은 세대,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할당보다는 그분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며 능력 위주 공천을 예고했다.

한편, 민주당은 4월 3일 17개 시·도별로 여성과 청년을 30% 이상씩 광역의원·기초의원 후보로 의무 공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더욱이, 민주당 공천 기획단은 당무감사에서 지역위원장을 평가할 때 여성·청년 공천 기준을 지켰는지 평가함으로써 강제성을 어느 정도 부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성에게 불리한 공천 제도를 개혁해 능력 있는 2030 여성들을 대폭 충원하고, 시대정신에 입각한 젠더 의제를 제시하는 정당이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여심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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