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xabay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Pixabay

2021년, 한국은 국제연합무역개발회의(UNCTAD) 가입 56년 만에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지위가 격상됐다. 앞선 2019년에는 세계 6개 나라만 달성한 ‘30-50’ 국가클럽(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인구 5000만 명 이상)에 진입한 7번째 국가가 됐으며, 이는 식민지 경험을 가진 나라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의 2022년 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우리의 행복지수는 세계 59위로 매우 낮으며, 낮은 행복지수 너머 한국의 미래를 담당할 청년세대를 보면 ‘헬조선, 흙수저, N포세대, 이생망’ 등 신조어가 끊임없이 생겨날 정도로 처절한 상황에 놓여 있다.

아울러 최근 실시된 대선에서는 청년세대들을 성별로 갈라치기한 정치프레임이 난무해 우려를 낳았으며, 더욱 커다란 문제는 그들의 분노가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혐오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소득 증가와 물질적 풍요는 사회 관심사를 단순 생존문제에서 삶의 질, 민주주의 등 더 높은 차원으로 심화시키기 마련인데 우리는 지금 어느 지점에서 이렇게도 헤매고 있는 것일까?

한국은 경제력·국방력이 세계적 수준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한류콘텐츠를 정기적으로 소비하는 한류팬이 1억 명을 넘을 정도로 문화력 또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의 자산이 개인의 행복으로 이어지는 정도가 미미하고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도 치열한 경쟁사회이다 보니,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에 살면서도 정작 한국인들은 행복하지 않다.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불안정성, 불평등성 등을 특징으로 하는 뉴노멀 시대에 성별·세대·소득별로 사회적 분열과 갈등은 심화되고 있으며, 이는 특히 우리나라에서 더욱 증폭되고 있는 것 같다.

최근의 젠더갈등으로 인해 누가 실질적 이익을 얻게 될까? 2030 남성들? 아니다. 실질적 이익은 우리 사회의 기득권층일 것이다. 뉴노멀 시대 가장 큰 희생자 중 하나인 청년세대를 ‘성별 대립구도로 환원’시킴으로써, 이들의 분노가 기득권층을 향하게 하지 않고 사회의 차별적 구조를 바로 보지 못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불평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승자독식이 강화되는 ‘뉴노멀 시대’에서 ‘지속가능발전한 사회’로 가기 위한 지표는 무엇일까? 이를 위해 국제사회가 제시한 지표 중 하나가 ‘성평등’이다. 

또한 행복지수가 1위인 핀란드를 비롯해 덴마크, 아일랜드, 스위스 등의 ‘성평등’ 수준 또한 높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2021년도 성격차지수(GGI)는 156개국 중 102위로 매우 낮다. 경제수준에 따라 순위가 어느 정도 높아지도록 설계된 유엔개발계획(UNDP)의 성불평등지수(GII)와는 달리, 실제적 결과를 토대로 성별격차를 측정하는 이 지수는 한 나라의 경제수준이 높아도 성별격차가 심하면 낮게 나타난다. 결국 GGI가 낮다는 것은 선진국일지라도 성평등한 국가는 아니며, 이것은 또한 행복수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2004년부터 성별영향평가, 성인지 예산, 성인지 통계 제도 등을 운영하고, 이러한 업무를 위해 공무원 대상 성인지 교육 및 전문가 컨설팅 지원 등을 행해 이제 일정 부분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논의되고 있는 정부조직 개편으로 그간 성평등정책을 이끌어 온 여성가족부가 폐지된다면 우리 사회의 성평등 수준은 어떻게 될 것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명약관화하다.

코로나19로 인해 남성보다 더 많은 여성이 일자리를 잃고 돌봄노동·가사부담은 더 가중되는 한편, 디지털혁명에 따른 경제구조적 변화로 심화되는 젠더 불평등 등 많은 통계가 보여주듯, 우리는 지금 성평등 정책을 행해 온 부처를 없앨 것이 아니라 성평등 정책을 더욱 강화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직면한다. ‘성평등’은 단지 여성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이며, 성별-가족-지역 사회에 고루 영향을 미쳐 국가경쟁력도 향상시키고 국민의 행복지수도 올라가게 하는 기반이 된다. 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라는 중앙부처를 두고 GGI가 11위인 독일이 성평등 정책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2021년 성평등 연방재단(Bundestiftung Gleichstellung)을 설립한 사례만 보더라도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는가?

우리 헌법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 지속가능발전하고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성평등 정책’, 그것은 ‘취사선택’이 아닌 ‘필수불가결’의 영역에 있다.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장명선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원장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