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하는데 방관, 수사 협조 안 하는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 활동을 하면 모르는 분들도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이것저것 많이 질문합니다. 좋은 취지로 답장을 하는데 언젠가 수락을 눌렀더니 본인 성기 사진을 보냈더라구요”(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운동 모습을 올리는 C 씨)

인스타그램에서 운동하는 모습을 업로드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희롱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디프로필, #운동스타그램, #오운완(오늘도 운동 완료)등은 인스타그램에서 운동하는 여성들이 사진을 올리면서 자주 쓰는 해시태그(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기능, 기호(#) 뒤에 특정 단어를 쓰면 그 단어에 대한 게시글이 뜬다)다. 해당 해시태그를 검색해보면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보여주는 게시물들을 볼 수 있다. 가해자들은 주로 이런 게시물을 대상으로 성희롱 DM을 보낸다.

운동 계정 운영자 M씨가 인스타그램에서 받은 성희롱 메시지들 ⓒ여성신문
운동 계정 운영자 M씨가 인스타그램에서 받은 성희롱 메시지들 ⓒ여성신문

“몸 좋으신데 혹시 남자친구 있냐는 질문도 왔었고요, 팔로우 거시는 분 중에 프로필이 없어서 들어가 보면 프로필란 자기소개에 음란한 목적으로 팔로우한다고 대놓고 적혀 있는 계정들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바디프로필 게시글이 몇 개 더 있었는데 많이 지워 놓은 상태입니다” 또 다른 운동 계정 운영자 Y 씨의 이야기다. 이외에도 운동 계정 운영자 M 씨는 무작정 체중과 키를 물어본다거나 역시 성기 사진을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위와 같은 예는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한다. 디지털 성범죄란 디지털 기기를 활용한 모든 성범죄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 DM으로 성희롱을 하는 행위는 ‘통신매체이용음란죄(통매음)에 해당한다. 통매음은 2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있다. 성범죄이기 때문에 처벌이 이뤄진다면 성범죄 전과로 조회가 되며, 취업제한도 이뤄질 수 있다.

운동 계정을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받은 성희롱 메시지를 재구성한 이미지 ⓒshutterstock / 여성신문
운동 계정을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사용자들이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받은 성희롱 메시지를 재구성한 이미지 ⓒshutterstock / 여성신문

문제는 플랫폼의 대처다. 인스타그램은 해당 사안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인스타그램 DM을 통한 성희롱에 대해 고소한 적이 있는 이들은 ‘인스타그램의 협조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2020년 초 인스타그램 DM으로 성기 사진을 받고 신고한 ‘잉자’(가명)씨는 자신은 “운이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그의 경우 가해자가 해당 계정 관련 전과가 있어 추적이 쉬웠고, 덕분에 가해자를 찾아 처벌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성희롱하는 가해자들의 경우 보통은 본인의 신상을 최대한 숨긴 ‘가계정’을 만들어 DM을 보내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다. 인스타그램 측에서 수사 협조 요청을 받고 계정 정보를 알려준다면 얼마든지 추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스타그램 DM 성희롱 관련 사건을 여러 차례 수임한 착한법률사무소의 조의민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 경찰 측에서 수사 공문을 보내도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고 한다. 인스타그램 본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어 국제형사공조 사법절차가 이뤄지게 되는데, 이 절차에 응답하지 않는 등 제대로 협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페이스북)의 커뮤니티 가이드에서는 나체 사진을 금지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인스타그램 모회사인 메타(구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가이드에서는 나체 사진을 금지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인스타그램 플랫폼의 커뮤니티 가이드를 보면 ‘여러 가지 이유로 인스타그램은 나체 이미지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여기에는 성관계, 성기, 완전히 노출된 둔부의 확대 사진, 동영상 및 디지털로 만들어진 콘텐츠 등이 포함됩니다’라고 나와 있다. 또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구 페이스북)의 커뮤니티 가이드에도 ‘다른 사람을 성적으로 괴롭히는 방식으로 반복적으로 연락하는 행위’는 1등급 금지사항으로 나와 있다. 불편한 대화에 대한 차단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 차단, 신고는 일시적인 해결책일 뿐이다. 차단이나 신고를 해서 DM 전송에 제한이 생겨도 다른 계정을 만들어 다시 DM을 보내는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그러나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면서 “변호사들 중에는 성범죄 피해자들을 위해 저렴한 비용으로 사건을 수임해 주는 분이 많으니 신고 의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변호사에게 상담할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또 “신고를 방치하고 포기할수록 가해자들이 또 다른 가해자들을 양산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shutterstock / 여성신문
ⓒshutterstock / 여성신문

성희롱 메시지가 오면 시간과 날짜가 잘 보이도록 캡처하고 편집을 하지 말라고도 했다. 시간과 날짜가 특정돼야 신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신고 의지가 있을 때 가해자와의 대화를 통해 신원을 파악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 사이트의 경우 경찰과의 공조에 적극적인 만큼 국내 SNS나 채팅 플랫폼으로 연결하면 피해자를 특정해서 처벌하기 쉽다. 다만 이때 상호 동의하에 한 음란한 대화가 아니란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최초 메시지를 확보해 놔야 한다. 해외 플랫폼의 경우, 협조가 어렵다는 것을 아는 수사관들이 신고하려는 피해자를 돌려 보내는 고소장 반려 처분이 자주 이뤄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 우편접수를 하는 것도 팁이라고 밝혔다. 우편접수 시 수사관이 배정돼 사건 조사까지는 이뤄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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