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상영작 217편 발표
코로나19 이후 첫 대면 축제 전환
국제경쟁 10편 중 6편
한국경쟁 9편 중 7편은 여성감독 영화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포스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이준동)가 오는 4월 28일부터 5월 7일까지 전주 영화의 거리 일대에서 열린다. 코로나19 대유행 이래 중단했던 오프라인 행사를 재개한다. 영화제의 상징이던 전주 돔을 다시 짓고, 개·폐막식을 포함해 기존 대면 행사를 되살린다.

올해는 전주 시내 5개 극장, 19개 관에서 전 세계 56개국 217편(해외 123편·국내 94편)이 관객과 만난다.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슷한 규모로 확대됐다. 영화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 ‘온피프엔’에서도 112편(해외 69편·국내 43편)을 감상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국내외 작품들이 다수 상영되는 가운데, 올해도 여성 감독들의 약진이 돋보인다. 국제경쟁, 한국경쟁, 한국단편경쟁, 불면의 밤 상영작 모두 절반 이상이 여성 감독의 작품이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After Yang) 스틸컷.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작인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After Yang) 스틸컷.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인 캐나다 출신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풀타임’(Full Time) 스틸컷.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작인 캐나다 출신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풀타임’(Full Time) 스틸컷.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31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개막작은 한국계 미국인 코고나다 감독의 ‘애프터 양’(After Yang)이다. 아시아계 청년의 모습의 안드로이드 ‘양’이 갑자기 작동을 멈추자, 양과 가족처럼 지내던 사람들이 양의 기억 데이터를 들여다보며 발견하는 것들을 다룬 SF 영화다. 코고나다 감독은 최근 방영 중인 애플TV+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를 공동 연출했다. 콜린 패럴의 열연, 거장 사카모토 류이치가 참여한 영화음악이 감동을 더한다.

폐막작은 캐나다 출신 에리크 그라벨 감독의 ‘풀타임’(Full Time)이다. ‘노란 조끼’ 시위가 한창인 프랑스를 배경으로, 호텔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며 홀로 두 아이를 키우는 여성이 정규직 일자리를 얻기 위해 분투하며 겪는 극한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제78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오리종티 부문 감독상·여우주연상 수상작이다.

국제경쟁 부문 초청작 10편 모두 아시아 최초 상영작이다. 6편이 여성 감독 작품이다. 군사독재 정권 하 과테말라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담은 아나이스 타라세나 감독의 다큐 ‘스파이의 침묵’, 캐나다 세이블 섬에 1970년대부터 살면서 환경보호 활동을 해온 학자의 삶을 다룬 재클린 밀스 감독의 다큐 ‘고독의 지리학’을 포함해 다채로운 영화를 소개한다.

재클린 밀스 감독의 다큐 ‘고독의 지리학’ 스틸컷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재클린 밀스 감독의 다큐 ‘고독의 지리학’ 스틸컷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이지은 감독의 ‘비밀의 언덕’ 스틸컷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이지은 감독의 영화 ‘비밀의 언덕’ 스틸컷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한국경쟁 부문 상영작 9편 중 7편이 여성 감독 영화다. 심사를 담당한 문석 프로그래머는 “사회 부정의와 모순 등 외부 세계에 관심을 쏟던 영화 흐름이 코로나19 장기화로 가족, 사랑 등 내적 세계로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바뀐 듯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지은 감독의 ‘비밀의 언덕’은 글짓기 대회에서 상을 탈 정도로 재능이 있지만 젓갈 장사를 하는 부모님이 부끄러워 거짓말을 하는 소녀가 글짓기에 수반되는 진실성에 관해 고민하는 이야기다. 이외에도 갑자기 사라진 가수 윤시내를 찾아 헤매는 모녀의 이야기 ‘윤시내가 사라졌다’(김진화 감독), 텔레그램 성착취 ‘N번방’ 사건을 모티브로 한 ‘경아의 딸’(김정은 감독), 중년 여성 공장 노동자가 사적 동영상 유출로 받는 수모와 모멸, 용감한 결단을 담은 ‘정순’(정지혜 감독) 등이 관객을 기다린다.

문석 프로그래머는 “한국단편경쟁 부문 상영작 25편 감독 28명 중 20명이 여성”이라며 “여성 감독이 한국 영화계에 더 다채로운 색을 불어넣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31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전주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가 31일 서울 용산구 CGV에서 상영작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 사무국 제공

‘부산행’,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의 연상호 감독은 ‘J 스페셜: 올해의 프로그래머’ 섹션을 맡는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블루벨벳’, 구로사와 기요시 ‘큐어’, 가타야마 신조 ‘실종’, 자신의 작품 ‘돼지의 왕’, ‘부산행’을 선택했다. 연 감독은 “요즘 제가 가장 관심 있는 장르영화에 영향을 준 작품들로 프로그래밍을 했다”고 말했다.

신수원 감독의 최신작 ‘오마주’를 중심 삼아 한국 여성 감독의 삶에 관해 논하는 소규모 특별전도 마련됐다. ‘오마주’는 1960년대 활동한 영화인들의 삶을 들여다보며 힘든 상황에서도 영화에 대한 애정과 낙관을 잃지 않으려 하는 여성 영화감독 ‘지완’의 모습을 그린다. 신 감독의 데뷔작 ‘레인보우’, 다큐멘터리 ‘여자만세’, 홍은원 감독의 ‘여판사’ 등 4편을 모았다.

다양한 장르영화를 상영하는 ‘불면의 밤’ 부문 상영작 6편 중 4편이 여성 감독 영화다. 마녀사냥의 역사를 들춰내는 처절한 복수극 ‘마녀들의 땅’(샤를로트 콜베르 감독), 인종주의와 노예제의 뿌리가 남아 있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을 배경으로 한 여성의 심리적 공포를 그린 ‘굿 마담’(제나 카토 바스 감독) 등 섬세하게 직조된 장르영화들이다.

특별전 ‘이창동: 보이지 않는 것의 진실’에서는 이창동 감독이 4년 만의 단편 신작 ‘심장 소리’와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버닝’ 등 8편을 소개한다. ‘충무로 전설의 명가, 태흥영화사’ 회고전도 열린다. ‘장남’, ‘기쁜 우리 젊은 날’, ‘개그맨’, ‘경마장 가는 길’ 등 다양한 영화를 남긴 태흥영화사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이태원 태흥영화사 전 대표를 추모하고자 마련됐다.

이외에도 도발적이고 실험적인 영화를 모은 ‘프론트라인’과 ‘영화보다 낯선’, 전 세계 거장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마스터즈’ 등 다채로운 영화가 관객과 만난다.

즐거운 이벤트도 준비됐다. 상영관 밖에서 영화를 자유롭게 관람하며 지역 내 특색 있는 공간을 소개하는 ‘골목&야외상영’, 디자이너 100팀이 재해석해 만든 영화제 상영작 포스터 100편을 전시하는 ‘100 필름, 100 포스터’, 영화제와 음악 페스티벌의 만남 ‘해브어나이스데이’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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