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내리는 문 방향이 다른 지하철 엘리베이터
휠체어‧전동스쿠터‧유아차 이용자들 불편 호소

기자가 수레를 끌고 안국역 엘리베이터를 타 봤다. 빈 수레인데도 엘리베이터를 나갈 때 어려움이 있었다. ⓒ여성신문
기자가 수레를 끌고 안국역 엘리베이터를 타 봤다. 빈 수레인데도 엘리베이터를 나갈 때 어려움이 있었다. ⓒ여성신문

교통약자에겐 지하철 엘리베이터의 타고 내리는 문이 다른 경우도 불편하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안국역 대합실에서 엘리베이터에 탑승하면 지상에서는 반대쪽 문으로 내려야 한다. 전동스쿠터처럼 좁은 공간에서 회전하기 어려운 보조기기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어려움을 겪는다. 2021년 11월 17일 고양시장애인문화예술자립센터 측이 이런 식 엘리베이터가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안국역 엘리베이터를 타 보니 장애인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기자는 빈 수레를 끌고 안국역 엘리베이터를 이용해봤다. 엘리베이터 안이 좁아 함께 탑승한 사람들이 마뜩잖게 보는 것이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를 내릴 때도 방향을 틀어야 했기 때문에 기다리던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졌다. 한 사람은 삿대질을 하며 혀를 차기도 했다. 역에는 전동스쿠터 탑승 방향 안내문이 붙어 있지만 작은데다 위치도 애매해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안국역 엘리베이터 문에는 특수한 구조에 따른 전동스쿠터 탑승 순서가 적힌 안내문이 부착돼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여성신문
안국역 엘리베이터 문에는 특수한 구조에 따른 전동스쿠터 탑승 순서가 적힌 안내문이 부착돼 있지만 잘 보이지 않는다. ⓒ여성신문

여행용 가방을 들거나 유아차를 밀고 이용하는 이들도 불편했다고 밝혔다. 여행용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이용한 시민 정지원(22세)씨는 “계단이 많아서 힘들었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 해도 역 구석에 있어 이용하지 못하거나 거기까지가려고 더 걸어야 사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아이가 어려 유아차를 자주 이용한다는 최수미(32세) 씨도 “개찰구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려면 많이 걸어야 해 불편하다”고 말했다.

2019년 기준 수도권 인구 4분의 1은 교통약자
‘1일 1동선’ 확보 안 된 서울 지하철역 21곳

2019년 기준 수도권 인구 약 4분의 1은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어린이와 영유아 동반자 등 교통약자다. 고령화로 교통약자 비율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하철 엘리베이터는 비단 장애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통약자를 돕고 긴급 상황에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중요한 시설물이다. 그러나 지하철 출구에서 대합실, 승강장까지 엘리베이터만 이용해 지하철을 탈 수 있는 동선인 ‘1일 1동선’이 확보되지 않은 역사가 올해 2월 기준 서울(서울교통공사 관할)만 21곳이다.

24일 재개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지하철 시위에 많은 시민이 불편을 드러내고 있다. 전장연의 ‘출근길 지하철 탑니다’ 재개 공지 게시글에는 ‘당신들의 행위가 우리 장애인에게 정말 도움이 되고 있는지를 냉정하게 한번 봐보시라,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30대 청년입니다. 정말 힘들게 취업해서 출근하는데, 시위로 인해 지각을 3번이나 했습니다. 정말 제가 왜 피해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등 비난 댓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시위가 일반 시민들에게 불편함과 피해만 주고 있는 것일까. 시민들이 이용하기에 지하철은 과연 친절한 곳일까. 시민사회 스스로 다시 물어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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