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지방선거 D-60
시·도지사 예비후보자
전체 65명 중 여성 7명

(왼쪽부터) 권수정, 이진숙, 한민정, 김해경, 장연자, 박영선, 이혜훈 

두 달 앞으로 다가온 6·1 지방선거에서 여성 광역단체장이 탄생할 수 있을까. 1995년 제1회 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이래 지금까지 17개 광역자치단체 통틀어 여성 단체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6·1 지방선거에서 여성 광역단체장이 나오려면 2018년 지방선거 여성 후보 비율인 8.45%의 벽을 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3월 3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시·도지사 선거에 등록한 예비후보자는 65명이다. 이 가운데 10.77%인 여성은 7명이다. △권수정 정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이진숙 국민의힘 대구시장 예비후보 △한민정 정의당 대구시장 예비후보 △김해경 더불어민주당 광주시장 예비후보 △장연주 정의당 광주시장 예비후보 △송영주 진보당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김연 더불어민주당 천안시장 예비후보 △이혜훈 국민의힘 충북지사 예비후보 △부순정 녹색당 제주도지사 예비후보가 도전장을 냈다.  

4·7 재보궐선거 사전 투표 첫날인 2021년 4월 2일 서울 종로구 종로1·2·3·4가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홍수형 기자
2021년 4월 2일 서울 종로구 종로1·2·3·4가동 사전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고 있다. ⓒ홍수형 기자

여성들 잇따라 기초단체장에 도전장
광역단체장 유력후보엔 여성 안 보여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지만 후보로 물망에 오르는 인물들도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재도전할지 주목된다. 민주당 소속 김진애 전 의원은 이미 출마를 확정지었다. 경기지사에는 윤석열 당선자 대변인을 맡은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과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이 거론되고 있다. 충북지사는 이혜훈 전 의원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광주에선 동희영 광주시의원(민주당), 여수는 김유화 전 여수시의원(민주당)이 출사표를 냈다. 

기초단체장에 도전하는 여성 정치인들도 속속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고양에서는 김필례 국민의힘 고양시을 당협위원장, 과천은 신계용 과천의왕 당원협의회 위원장, 계룡은 허남영 계룡시의원(국민의힘), 동두천은 정계숙 동두천시의원(국민의힘), 의왕은 전경숙 의왕시의원(민주당) 등이 국민의 선택을 받겠다고 나섰다. 

여의도 국회와 마찬가지로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얼굴도 남성 일색이다. 2018년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도 광역자치단체장 전체 후보 중 여성 후보 비율은 8.45%였고 기초자치단체장은 4.67%에 불과했다. 광역, 기초의원 지역구 여성 후보 공천 비율은 각각 14.53%, 18.65%였다. 그 결과 광역자치단체장 여성 비율은 0%, 기초자치단체장은 3.5%이며 광역의회 지역구 의원은 13.3%, 기초의회 지역구 의원은 20.7%가 됐다.   

전 세계 할당제 현황 ⓒInternational IDEA
전 세계 할당제 현황 ⓒInternational IDEA

여성·청년 할당 늘리는 민주당
공정 내세워 할당 없애는 국민의힘

청년 여성 예비후보를 볼 순 없을까. 여야는 여성 공천에서 각기 다른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방선거기획단은 여성과 청년 공천을 늘리는 방향을 구상하고 있다. 지선기획단은 광역·기초의원의 30% 이상에 청년과 여성을 공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에 대해 논의할 전망이다. 지방선거기획단장을 맡은 김영진 의원은 지난 3월 24일 “청년이 미래다. 더 많은 청년들이, 더 많은 여성 인재들이 후보로 도전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당에 지방선거 혁신을 위한 5대 원칙으로 △예외 없는 기준 적용 △청년공천 30%△심판받은 정책 책임자 공천 금지 △다양성의 원칙 △미래비전 원칙을 제시했다. “여성·청년뿐 아니라 장애인, 사회적 약자 등이 그들의 입장을 대표할 수 있게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이 정하는 것 이상의 당 차원에서의 할당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남녀노소 누구나 공정하게 경쟁시키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추구하는 인사원칙을 그대로 준용하려고 한다”며 “젊은 세대,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에 대한 할당보다는 그분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47조(정당의 후보자 추천)를 보면 각 정당은 지역구 지방의원 후보자 추천 시 여성 1명 이상을 의무적으로 추천하고, 비례대표의 경우 50%를 여성에게 할당해야 한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은 할당제 적용 대상이 아니다. 1995년 첫 전국동시지방선거부터 2018년 선거까지 23년간 기초의회 당선자 중 여성은 6.9%, 광역의회는 5.8%, 기초단체장은 1.8%에 그친다. 광역단체장은 아예 없다.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이 의무화한 여성 할당은 지키되 그 이상의 할당은 강제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대신 당은 지방선거 비례대표 출마자를 대상으로 당 차원에서 만든 ‘공직후보자 역량강화시험(PPAT)’을 실시할 계획이다. 정당법·지방자치법·정치자금법·당헌당규 등 지식을 묻는 시험으로 상대평가 방식이다. 기초의원 비례대표는 3등급(상위 35%), 광역의원 비례대표는 2등급(상위 15%) 이상을 받아야 공천을 신청할 수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지난달 14일 공천할당제를 비례 의석뿐 아니라 지역구 의석에도 의무화하는 등 여성의 정치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을 국회의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국회의원 및 지방의회의원 선거 후보자 추천 시 공천할당제를 지역구 의석에도 의무화하고 특정 성별이 전체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내용 등을 의결했다. 특히 후보 공천할당제의 적용 범위를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았다.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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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기초 의회 여성 40% 이상
청년은 30% 남녀동수로 공천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은 “인권위의 성평등한 정치대표성 확보 권고가 ‘권고’에만 그치지 않도록, 대통령 선거에서의 여성 배제가 지방선거에서 되풀이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여.세.연은 “인권위는 빠른 시일 내에 권고를 공표하라”며 “국회는 조속히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여성대표성 확대를 위한 개혁안을 통과하라”고 촉구했다. 또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광역과 기초 단체장 여성 후보 30% 이상 공천, 광역과 기초 의회 여성후보 40% 이상 공천하라”며 “기초와 경역 의회 청년 후보를 30% 이상 공천하고 청년 후보의 남녀동수를 실천하라”고 요구했다. 

신명 한국여성의정 상임대표는 여성 공천에 대한 인식 전환이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상임대표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여성 할당제는 공정을 수립하기 위해 일정기간 잠정적으로 성비를 맞추기 위해서 시행된 것”이라며 “프랑스 파리만 해도 여성 단체장, 구청장이 많은데 이는 여성이 정치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갖춰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여성 광역단체장이 단 한 번도 없었고 기초단체장은 4%대에 그친다. 이마저도 제도가 있어서”라며 “이런 변화는 여성 할당제라는 제도가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선거가 얼마 안 남았지만 공직선거법 개정도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 여성공천할당제가 도입되면서 한 자릿수였던 여성 지역 의원 비율이 두 자릿수가 됐다. 하지만 제도 시행 이후 여성계는 20여 년간 ‘권고’에 머물러 있는 공직선거법을 ‘의무’ 조항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러한 요구를 담아 한국YWCA연합회,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한국여성유권자연맹, 한국여성단체연합은 오는 7일 ‘정치법 개정 촉구와 여성공천확대방안 토론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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