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복집 사건' 판례 25년만에 뒤집혀

대법원 ⓒ뉴시스
대법원 ⓒ뉴시스

누구나 출입 가능한 음식점에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하기 위한 장치를 설치했다면 주거침입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식당 주인 의사에 반한 도청은 불법 침입으로 선고한 이른바 '초원복집' 사건의 대법 판결을 뒤집은 것으로 25년 만에 판례가 바뀌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4일 주거침입죄로 기소된 A씨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실제 출입 목적을 알았더라면 출입을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정을 전제하더라도 사실상의 평온상태가 침해됐는지에 따라 주거침입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다만 김재형, 안철상 대법관은 "사실상 평온상태가 침해됐는지에 따라 침입 여부를 판단하더라도 거주자에 의사에 반하는지를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로 삼아 주거침입죄의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별도 의견을 냈다.

화물운송업체 부사장 A씨와 팀장 B씨는 지난 2015년 1~2월 회사에 불리한 기사를 쓴 기자에게 식사 대접 명목으로 부른 뒤 미리 식당 방 안에 몰래 녹음·녹화 장치를 설치한 혐의로 기소됐다.

두 사람은 이 장치로 기자의 부적절한 요구 장면을 확보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1심 재판부는 1997년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두 사람의 유죄를 인정하고 각각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A씨 등의 행위에 불법성이 없다며 주거침입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두 사람이 통신비밀보호법(1994년 시행)이 금지하는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고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음식점의 방 안에 들어간 것 자체로 관리자의 의사에 반했다고 볼 수는 없어 주거침입죄가 성립하지도 않는다고 판결했다.

이 사건은 1997년 '초원복집' 판례 변경 여부를 두고 관심을 모았다. 

'초원복집 사건'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로 맞붙은 지난 1992년 14대 대통령 선거 직전 당시 김기춘 법무부 장관, 부산시장, 부산경철청장 등 정부 기관장들이 '초원복집'에 모여 지역 감정을 부추겨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사실이 도청으로 발각된 것으로 '우리가 남이가'라는 유명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당시 대법원은 식당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대화를 녹음한 것을 주거침입이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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