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숲 인근으로 옮긴 디뮤지엄
10월30일까지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K-순정만화 거장들·80~90년대생 작가 23인
일러스트·사진·설치 작품 등 300여 점
다양한 관람객 포용 노력은 아쉬워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지미 마블 작가의 ‘Way Out’(2017, in Collaboration with Jesse Chamberlin) ⓒJimmy Marble/디뮤지엄 제공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지미 마블 작가의 ‘Way Out’(2017, in Collaboration with Jesse Chamberlin) ⓒJimmy Marble/디뮤지엄 제공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채드 무어 작가의 ‘Sasha and Melissa (Kiss)’(2016) ⓒChad Moore/디뮤지엄 제공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에서 볼 수 있는 채드 무어 작가의 ‘Sasha and Melissa (Kiss)’(2016) ⓒChad Moore/디뮤지엄 제공

‘20대가 사랑하는 힙한 미술관’ 디뮤지엄(D MUSEUM)이 돌아왔다. 서울숲 부근에 둥지를 튼 이후 여는 첫 전시 주제는 ‘사랑’이다.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은 다양한 사랑의 순간과 감정을 표현한 사진, 만화, 영상, 일러스트레이션, 설치 작품 등을 선보인다. 1990년대 한국 순정만화 거장들, 각국에서 활동하는 1980~1990년대생 사진작가들, 일러스트레이터, 설치 작가 등 23인의 작품 300여 점을 한데 모았다.

코로나19 시대에 ‘사랑’은 귀하고 애틋한 단어다. 마주 보는 눈빛, 맞잡은 손의 온기, 서투르지만 간절한 몸짓 같은 것으로부터 멀어진 시대다. 이번 전시가 포착한 순간들이다. 수줍은 첫사랑, 애욕과 격정, 이별과 홀로서기까지 7개 섹션으로 나뉜다.

순정만화 일곱 편 속 장면을 모티브로 삼았다. 1990년대를 풍미한 순정만화 작가들의 작품을 대형 스크린으로, 무빙 이미지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다. 천계영 작가의 『언플러그드 보이』, 이은혜 작가의 『블루』, 이빈 작가의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 이미라 작가의 『인어공주를 위하여』, 원수연 작가의 『풀하우스』, 박은아 작가의 『다정다감』,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주인공들이 각기 다른 색채와 감성을 전한다.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장 풍경. 천계영 작가의 『언플러그드 보이』 속 한 장면. ⓒ디뮤지엄 제공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장 풍경. 천계영 작가의 『언플러그드 보이』 속 한 장면. ⓒ디뮤지엄 제공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장 풍경. 가운데는 원수연 작가의 『풀하우스』 속 한 장면. ⓒ디뮤지엄 제공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장 풍경. 가운데는 원수연 작가의 『풀하우스』 속 한 장면. ⓒ디뮤지엄 제공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장 풍경.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속 한 장면. ⓒ디뮤지엄 제공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장 풍경. 신일숙 작가의 『아르미안의 네 딸들』 속 한 장면. ⓒ디뮤지엄 제공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장 풍경. 이빈 작가의 만화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 속 장면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디뮤지엄 제공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장 풍경. 번쩍번쩍한 조명 옆으로 이빈 작가의 만화 『크레이지 러브 스토리』 속 장면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디뮤지엄 제공

어렵거나 무겁지 않고, 사진 찍기 좋고, 동시대적 ‘갬성’(감성이 과잉된 상태를 가리키는 신조어)으로 꽉 채운 흥미로운 전시다. 섹션 제목부터 그렇다. ‘언젠가는 바라봐 주기를 간절히 바라던 그 밤’, ‘소중한 추억으로 반짝반짝 빛나던 그 시절’.... 직관적이며 감성에 호소한다.

개별 작품보다 공간 자체를 콘텐츠로 삼는 전시다. 첫 섹션 ‘사랑인지도 모르고 서툴고 수줍었던 그 때’에 들어서자 달콤한 향기가 났다. 밝은 노란색으로 채운 벽을 따라 외국 소년소녀의 풋풋하고 설레는 한 때를 포착한 사진 작품이 쭉 걸렸다. 거대한 한복 천과 한지로 만든 오브제를 매달아 햇살 아래 따뜻하고 아련한 그림자를 만드는 설치 작품으로 복도 전체를 메웠다(양지윤 작가, ‘그럼에도 랄랄라’). 열정적으로 키스하고 서로 어루만지는 이들을 그린 일러스트 작품 옆으로 클럽처럼 조명이 번쩍이고 강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세 번째 섹션 ‘미칠 것 같이 뜨겁게 열병을 앓던 그 해’). ‘인스타그램 핫플레이스’라는 디뮤지엄의 명성에 걸맞게 모든 공간이 포토존이라 할 만하다.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장 복도에 설치된 양지윤 작가의 공예 작품 ‘그럼에도 랄랄라’(2022) ⓒ이세아 기자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 재개관전 ‘어쨌든, 사랑: Romantic Days’ 전시장 복도에 설치된 양지윤 작가의 공예 작품 ‘그럼에도 랄랄라’(2022) ⓒ이세아 기자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은 층계도 전시의 일부로 삼고 곳곳에 포토존을 설치했다. 그러나 휠체어나 유아차, 기타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계단 이용이 어려운 관람객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세아 기자
서울 성동구 디뮤지엄은 층계도 전시의 일부로 삼고 곳곳에 포토존을 설치했다. 그러나 휠체어나 유아차,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계단 이용이 어려운 관람객에겐 그림의 떡이다. ⓒ이세아 기자

다만 다양한 관람객을 포용하려는 노력은 조금 아쉽다. 디뮤지엄은 전시장과 전시장을 잇는 층계도 전시의 일부로 삼고 곳곳에 포토존을 설치했다. 그러나 휠체어, 유아차, 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계단 이용이 어려운 관람객에겐 그림의 떡이다. 엘리베이터가 있으나 동선이 긴 편이다. 작품 설명은 전시장 귀퉁이에 작은 글씨로 붙어 있는 경우가 많아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어느 작가의 어떤 작품인지 찾기 어렵다. 저시력자나 노년층에겐 문턱이 높다. 디뮤지엄이 제공하는 경험과 공간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관람객의 범위가 더 넓을 순 없을까.

대림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디뮤지엄은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서 성동구 서울숲 근처로 옮겼다. 코로나19로 개장을 미뤄 지난 16일부터 관람객을 맞고 있다. 전시실 2개 층을 포함해 총 5개 층, 약 5400㎡(1630평) 면적으로 한남동 시절보다 전시 공간이 두 배가량 넓다. 수인분당선 전철역 서울숲역에서 바로 연결돼 접근성도 높아졌다. 전시는 10월 30일까지. 자세한 내용은 디뮤지엄 웹사이트 (https://www.daelimmuseum.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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