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선인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이대남(20대 남성)은 윤석열에게, 이대녀(20대 여성)는 이재명에게. 20대 대선에서 나타난 표심이다. 방송 3사의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의 58.7%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20대 이하 여성의 58.0%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몰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20대 남녀의 성별에 따라 표를 주는 정당이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갈릴 이유는 없었다. 민주당은 안희정-오거돈-박원순으로 이어지는 광역단체장들의 성비위 사건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의 비판과 원성을 사왔다. 그런 사건들이 잇따르는 데도 민주당은 ‘피해 호소인’으로 상징되는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여성 문제에 관해 지난 5년 사이에 있었던 잘못을 따지자면 민주당에게 훨씬 큰 문제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힘에 이준석 대표가 들어서면서 ‘이대남’ 노선이 전개됐다. 당 분열에 갇혀 지지율이 하락했던 윤석열 후보는 이 대표와 화해하면서 그의 이대남 전략까지도 덥썩 받아 안았다. 윤 후보는 투표일 바로 전날인 여성의 날에까지 ‘여성가족부 폐지-무고죄 처벌 강화’라는 공약을 재확인했고, 이 대표는 “여성의 투표 의향이 남성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다”는 말도 했다. 그런 언행들에 자극받고 성난 이대녀들은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의 당선을 막기 위해 이재명 후보에게 결집하여 표를 주었다. 그 가운데는 이재명 후보를 싫어했지만, 2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투표했다는 여성들도 많았다고 한다. 

선거가 끝나고 국민의힘 안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서병수 의원은 “여가부 폐지라는 공약 다시 들여다보자”며 “젠더의 차이를 가를 게 아니라 함께 헤쳐 나갈 길을 제시하는 게 옳은 정치”라고 말했다. 조은희 의원은 “여성가족부를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서 제대로 역할을 하게 해야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6월 지방선거도 치러야 하고, 안정적인 국정운영도 해야 할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이대녀들의 결집된 반기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여성가족부는 부처의 역사적 소명을 다 했다고 본다”면서 여가부 폐지 공약을 이행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가부보다 더 효과적으로 불공정과 인권 침해, 권리 구제를 할 수 있는 효과적 정부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물론 여가부 폐지 여부가 젠더 문제의 본질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기간 동안 여가부가 제 역할을 못한채 많은 비판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고, 시대 변화에 맞춰 역할과 기능이 개편될 필요도 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이대녀들의 성난 표심 앞에서 윤석열 당선자와 국민의힘이 어떤 식으로든 응답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 당선자의 평소 인식이, 아직 엄존하는 성차별의 현실을 간과한 채 국가는 빠질테니 여성들은 각자도생 하라는 결론을 의미한다면 무책임한 일이 될 것이다. 설혹 윤석열 정부가 여가부 폐지를 추진한다 하더라도 여성들의 차별받는 삶을 개선할 대안을 함께 제시하지 못한다면, 젠더 정책에서 과거로 후퇴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대남은 국민의힘, 이대녀는 민주당이라는 20대 대선의 결과는 정상적이지 못하다. 남녀가 상생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일은 여야에 따라, 이념에 따라 갈라질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이대남과 이대녀는 극단적인 분열을 겪고 말았다. 그 책임의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상당 부분은 윤석열 당선자와 국민의힘에게 있었다. 그러니 남녀 사이의 분열을 치유하고 해결하는 것도 윤 당선자의 몫이다. 국민통합정부를 약속하지 않았던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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