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
디지털 성착취 ‘N번방 사건’ 알린 ‘추적단 불꽃’ 출신 활동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홍수형 기자
익명으로 활동해온 ‘추적단 불꽃’ 출신 활동가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마스크를 벗고 대중 앞에 섰다. ⓒ홍수형 기자

대선의 최대 전장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최근 ‘박지현’이라는 이름이 자주 등장한다. 2030 여성 회원이 많은 커뮤니티와 트위터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를 권하며 “절대 지켜 박지현”, “박지현 VS 이준석 누구 찍을래?” 등의 표현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는 디지털 성착취 범죄 ‘N번방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추적단 불꽃’ 출신 활동가로 ‘불’이라는 박지현이라는 본명보다 활동명으로 더 유명하다. 2년 넘게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익명으로 활동한 그가 지난 1월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이름과 얼굴을 공개했다.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는 그에게 2030 여성들의 응원과 지지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박 위원장이 ‘최대 부동층’으로 불리는 20대 여성의 표심을 결집시키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지지 선언 이후에도 여전히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던 박 위원장은 최근 마스크마저 벗고 한 번도 드러내지 않은 얼굴을 공개했다. 마스크는 신상 털기와 불법 합성물 제작 협박을 받아온 그에게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박 위원장은 “마스크를 벗을 생각이 없었는데 변영주 감독이 이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모습을 보고 저도 덩달아 용기가 났다”며 “쉽지 않았지만 이제는 두려울 게 없다”고 말했다. 자신의 안전을 걸고 지지를 호소할 만큼 이 후보의 당선이 절실하다는 말로 읽혔다. 박 위원장은 이 후보가 ‘차악이 아닌 최선’이라고 했다. 그는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이 힘들다고 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게 이 후보는 한국 사회 문제를 해결할 최선의 선택이다”라며 “저를 믿는 만큼, 여성의 미래를 위해 이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방송 찬조연설을 하며 마스크마저 벗었다.

“그보다 앞서 변영주 감독의 지지 선언 영상 촬영장에서 먼저 마스크를 벗었다. 변 감독의 위치에서 한 명의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않나. 변 감독을 보며 뭉클하고 저도 덩달아 용기가 났다. 한 10초 고민하고 마스크를 벗었다. 더 이상 두려울 게 없다고 말은 했지만 사실 반반이다. 온라인 상에서 가해자들이 제 마스크 벗은 사진을 구하고 다닌다고 했다. 딥페이크(불법 영상물 합성)를 제작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얼굴을 공개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공개하고 나니 중고등학교때 친구들한테 연락이 많이 왔다. 추적단 불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사람이 박지현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했다. 많은 여자친구들이 응원 메시지를 보내줬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지 않나. 전해 듣기로는 커뮤니티에서 ‘이재명에게 예쁨 받아 한자리 하겠다’는 비아냥과 소위 ‘얼평’까지 오갔다고 한다. 여초 커뮤니티에까지 그런 글이 올라왔다는 게 상처가 됐다.” 

-한 인터뷰에서 이 후보를 지지하는 것에 대해 ‘살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을 생존의 문제로 보는 까닭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놨다. 여가부로부터 지원 받는 많은 피해자들에게 들어보면 ‘여가부 폐지’가 곧 지원을 끊어버리겠다는 말로 들린다고 했다. 여가부의 미혼모 시설에서 지원받고 있는 언니를 제발 살려달라는 분도 있었다. 지금도 일상회복이 원활하지 않은데 그나마 받는 지원도 끊어버리겠다는 것은 결국 생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피해자가 신고 조차 어렵게 하는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를 공약을 낸 사람이 대통령이 된다는 것이 가장 두렵고, 끔찍하다. ‘신남성연대’나 여성혐오 집단이 윤석열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여성혐오 목소리를 받은 국민의힘이 승리한다면 갈라치기 전략이 먹힌다는 것을 알게 돼 그들의 정치적 효능감이 커지고, 영향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디지털성범죄근절특위 위원장이 5일 오후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 여성대회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 여성신문
박지현 위원장이 5일 서울 보신각 앞에서 열린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 여성대회에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여성신문

-이 후보 지지를 결정한 이유는.

“권인숙 의원의 권유로 시작했다. ‘신변 위협을 잘 알고 있지만 여성 청년을 대표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에 결정했다. 제게 왜 정의당이 아닌 민주당을 선택했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다. 사실 정의당은 제가 아니고도 여성의 목소리를 낼 사람들이 있다. 민주당에도 권인숙, 정춘숙 의원 등이 있지만 여성 청년은 없지 않나. 게다가 거대 양당 체제 안에서 윤석열 후보를 막을 사람은 이재명 후보 밖에 없다. 이 후보는 적어도 일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추진력 있고 행동이 빠르고 문제를 직시하는 사람, 소통이 되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박 위원장의 의견이 잘 반영되고 있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후보의 사과를 요구했던 것이 반영됐다. 마지막 TV토론에서 이 후보가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에게 공식 사과했다. 그동안 당내에서도 사과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었다. 결국 후보가 TV토론에서 사과를 했다. 사실 제가 민주당을 선택한 것이 피해자들에게 상처가 되는 것은 아닌지 고민했다. 한편으로는 민주당에 가해자, 2차 가해자도 있지만, 이런 것이 문제라고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있지 않나. 그동안 닷페이스와 씨리얼에 출연하면 안 된다는 당내 목소리에 후보가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있다. 에펨코리아에 글을 올리고 반페미니즘 관련 글을 공유하는 일도 있었다. 지금은 후보가 그런 행동이 옳지 않았던 것이라고 직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박 위원장은 ‘비동의 강간죄’가 필요하다고 했찌만 이 후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는데.

“현행법에서 강간죄가 성립되려면 ‘협박’, ‘폭행’이 있어야 한다. 다수는 이 사실을 잘 모른다. 남성들도 당연히 관계 전에 서로가 합의하지 않으면 강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 않나. 윤 후보가 성범죄 무고죄를 강화하겠다는 공약도 냈었는데,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이 되면 무고죄도 오히려 필요가 없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가 성적으로 보수적이고 성관계도 암묵적으로 분위기를 보면서 해오면서 비동의 강간죄 도입이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이 후보 말대로 앞으로 5년 내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될 수 있도록 본격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2월 9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N번방 사건 취재 과정을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지난 2월 9일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 부위원장이 N번방 사건 취재 과정을 이재명 대선 후보에게 설명하고 있는 모습. 사진=국회사진취재단

-이번 대선에서 2030 청년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들을 위해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제 또래 친구들을 만나보면 정치는 자신과는 거리가 먼 얘기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밥 벌어먹기 힘든 상황이니까 정치와는 동떨어져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을 떠나 더 많은 20대 여성이 정치판에 들어와야 한다. 정의당 외에는 여성 정치인이 필요하지만 정치에 뛰어든 여성들이 너무 없었다. 20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할 여성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기회가 주어졌다.”

-최근 2030 여성들이 결집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로 2030 여성들이 결집하고 있다고 느낀다. 지난 2월 28일 2030 여성들에게 지지 선언에 동참해달라고 요청하는 SNS에 글을 올렸는데 3월 2일까지 3000명이 넘는 여성이 참여해 총 7431명이 이 후보의 지지 선언을 했다. 많은 분들이 간절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후보는 지지하지 않지만 박지현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글들이 보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030 남성을 대표한다면, 박지현 위원장은 2030 여성을 대표한다는 글도 있다.

“SNS에서 이런 글을 보면서 복합적인 감정을 느꼈다. 저를 믿고 이 후보를 뽑겠다는 말이 감사하면서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최근 이 후보가 제 트윗에 멘션을 달아 ‘백 마디 말 대신 확실한 행동으로 그 용기에 화답하겠다. 제가 더 열심히,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말에 힘을 얻었다.

이번 대선을 가리켜 ‘박지현 VS 이준석’이라는 글도 봤다. 여성 청년의 대표성을 띈다는 것이 무겁다. 이준석 대표는 ‘20대 여성은 아젠다 형성에 뒤쳐진다’거나 ‘화장실 전수조사를 했더니 몰카(불법촬영 카메라)를 하나도 못찾았다’며 여성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범죄에 대한 불안을 과대망상으로 치부했다. 갈리치기의 선두주자인 그런 사람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설령 윤석열 후보가 이긴다고 해도 이준석 대표는 정치인으로서 더 이상 행보를 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

-여성 유권자들에게 한 마디.

“최근 트위터에서 보고 충격을 받은 글이 있다. ‘박지현에게 진 빚부터 갚는다. 이재명을 뽑겠다’라는 글이었다. 많은 여성들이 저와 ‘단’ 두 명에게 짐을 짊어지게 했다는 것에 대한 부채감을 느끼시는 것 같다. 그런데 ‘추적단 불꽃’이 아니었어도 그 자리에 있었던 어떤 단체라도 당연히 그렇게 했을 거다. 저는 공모전에 참여하기 위해 우연히 N번방을 발견했고, 당연히 경찰에 신고를 했다. 심각성을 알려야 했기 때문에 목소리를 내는 당연한 과정을 걸어온 것이다. 부채감을 갖지 않으셔도 된다. 그저 더 많은 우리가 연대해 ‘우리’가 되면 된다.

저도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열심히 할 테니 이 후보를 한번만 믿어달라. 이번 대선에서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것이 힘들다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저는 이 후보는 차악이 아닌 한국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화합과 통합의 길로 가려는 이 후보를 한번만 믿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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