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해서 못 보겠다. 페미가 갈아엎자”
“모두의 내일을 위해 오늘의 페미니즘”
여성주의의 상징인 보라색 옷을 입은 여성들이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오후 서울 보신각터에 모여 “우리는 주권자다 우리는 페미니스트이다”라고 외쳤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이하 여연)은 이날 보신각터에서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7회 한국여성대회를 열었다. 이날 보신각 앞 광장에는 보라색으로 드레스코드를 맞춘 250여명(주최 측 추산)의 여성들로 가득 찼다.
김민문정·김윤자·양이현경 여연 공동대표는 대회사에서 “올해는 그 어느 해보다 여성의 참정권의 의미가 절절하게 다가온다”며 “코로나 팬데믹·기후 위기·돌봄·사회적 안전망의 위기 그로 인해 더욱 악화된 불평등과 양극화의 위험이 고스란히 여성의 삶과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그럼에도 이를 해결할 정책과 정치는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불평등·혐오·차별·선동의 정치를 끝장 낼 것”이라며 “우리는 평등하고 안전한 모두의 미래를 위해 오늘의 페미니즘을 실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해의 여성운동상은 불안정한 여성 노동 현실을 드러내고 방송작가 노동자성 인정 결정을 이끈 ‘방송작가 유니온’이 수상했다.
특별상은 성별 다양성이 인정되는 성평등 군대를 향한 길을 만든 ‘고 변희수 하사’가 받았다.
성평등 디딤돌은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가 처한 부조리한 현실에 맞서 승리한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 △정상가족 고정관념에 균열을 낸 ‘서울가정법원의 엄마의 성·본 쓰기 성본 변경 청구 허가 결정’ △디지털 성착취 범죄 근절운동의 구심점이 된 ‘텔레그램성착취공동대책위원회’ △성소수자와 부모들의 다양한 삶의 조건과 맥락을 드러낸 ‘영화 너에게 가는 길’이 선정됐다.
성평등 걸림돌은 △반복되는 젠더폭력에 보여주기식 사과만 내놓는 ‘국방부’ △이주여성들의 인격권을 침해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을 추진한 ‘문경시’ △육아휴직을 사용한 여성노동자를 탄압·보복한 ‘남양유업과 홍원식 회장’ △면접과정에서 채용성차별을 한 ‘동아제약’ △성차별·혐오발언을 쏟아낸 ‘챗봇 이루다’와 개인정보를 무단 활용한 ‘개발사 스캐터랩’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 진술녹화 증거능력을 폐기처분한 ‘헌법재판소’ △업무상 위력 성폭력피해자 부당해고하고 법원 해고무효 판결 무시한 ‘전남대학교’가 지정됐다고 여성연합은 밝혔다.
성평등 디딤돌과 특별상은 지난 한 해 우리 사회의 성평등에 기여한 개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반면 성평등 걸림돌은 우리 사회의 성평등 실현에 걸림돌 역할을 한 개인 또는 단체를 지정한다.
래퍼 슬릭과 가수 이랑의 공연과 ‘페미니스트 주권자행동’의 퍼포먼스도 이어졌다.
이후 거리행진이 진행됐다. 이날 거리행진에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도 함께했다.
여연은 선언문을 통해 “우리는 여성주권자의 이름으로 정책에 젠더관점이 반영될 수 있도록 성평등 정부가 필요함을 선언한다”며 “우리는 3월 9일,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팔아 정치적 기득권을 유지하는 남성 독점 기득권 정치를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존재와, 성평등을 향한 연대가 모여 한국사회의 변화를 만들어왔고, 더 큰 변화를 만들어 갈 것”이라며 “ 모두의 내일을 위해 페미니스트들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존재하는 성차별과 성폭력을 깨부수기 위해 페미니즘을 외친다. 모두의 내일을 위해, 오늘 페미니즘!”이라고 외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