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주거지역 공격, 어린이 등 7명 사망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외곽의 이르핀시 주거지역의 한 아파트가 4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BBC 화면 갈무리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외곽의 이르핀시 주거지역의 한 아파트가 4일(현지시각)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파괴됐다. ⓒBBC 화면 갈무리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일대를 점령했다.

4일(현지시각) BBC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가 남동부 자포리자주에 있는 원전이 러시아군에 장악당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이날 오전 1시경 원전 단지에 포격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인근 교육·훈련 센터 건물 등에 화재가 발생했지만 진화됐다. 

원전은 1호기가 일부 손상됐지만 안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원전 주변 방사능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 있다고 밝혔다.

자포리자 원전은 지난 1995년에 지어진 대규모 원전이다. 세계에서는 9번째로 크다. 총 6기의 원자로에서 5700메가와트가 생산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원자력발전소를 공격했다고 비난하고 세계 지도자들에게 핵 재앙이 되기 전에 러시아를 중단시킬 것을 촉구했다.

◆ 주거지역 공습, 어린이 등 민간인 사망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 교외의 주거 지역을 공격해 어린이를 포함한 7명이 숨졌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지금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숨진 민간인 수는 330명이 넘는다.

로이터 통신은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어린이 2명을 포함해 최소 7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9일째인 이날 러시아군은 키이우시 남서부 외곽에서 약 10㎞ 떨어진 키이우주 마르할리우카 마을의 주거 지역을 공격했다.

러시아군은 현재 키이우를 비롯해 키예프 북동부의 체르니히우, 우크라이나 제2의 도시인 하리코프, 남부의 항구 도시 마리우폴 등에 화력을 집중하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개전일인 지난달 24일 오전 4시부터 이날 0시까지 민간인 사망자는 331명, 부상자는 675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 어린이 사망자는 19명에 달했다

◆ 미국·영국·프랑스 원전서 철군 요구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은 4일(현지시각)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긴급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원전을 장악한 러시아 군병력의 즉각 철수를 요구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주유엔 미국대사는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원전 공격과 관련해 열린 안보리긴급회의에서 "신의 은총으로 간밤에 세계는 핵 재앙을 가까스로 피했다"고 말했다. .

토머스-그린필드 대사는 "어젯밤 러시아의 공격은 유럽 최대 원전을 심각한 위험에 빠뜨렸다"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모하고 위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핵시설이 이번 분쟁의 일부가 돼서는 안 된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의 15개 원자로를 위험하게 만들 추가 무력 사용을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국과 프랑스, 아일랜드의 유엔대사들은 기자회견과 회의 발언을 통해 "해당 지역에서 모든 군사 활동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전반적인 문제 해법은 러시아가 침공을 자제하고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전면 철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버라 우드 주유엔 영국대사는 "한 국가가 가동 중인 원전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국제법과 제네바 협약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니콜라 드 리비에르 주유엔 프랑스대사는 "우리는 원전에 대한 이번 공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모든 원자력 시설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상황을 점검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자국의 포격으로 원전 단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대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국수주의자나 테러단체가 현 상황을 이용해 핵 도발을 하지 못하도록 원전을 통제하고 지키는 중"이라고 말했다.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끼슬리쨔 대사는 러시아를 향해 "거짓을 퍼뜨리는 일을 그만 멈추라"고 촉구했다.

끼슬리쨔 대사는 자포리자 원전 상황에 관한 러시아 측의 설명은 "가스라이팅(타인의 심리나 상황을 교묘하게 조작해 판단력을 잃게 하고 그 사람에 대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의 끔찍한 사례"라며 자칫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와 같은 사고가 벌어질 뻔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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