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후보 접전
“사표 방지보다 가치에 투표”
“20대 여성 대변할 후보 없어”
약한 결집력·낮은 투표율 ‘관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5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두 번째 TV 토론회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월 25일 서울 마포구 SBS에서 열린 TV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선 막판 1·2위 후보가 접전을 펼치면서 투표율과 부동층, 2030 표심 등이 판세를 바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특히 마지막 부동층으로 불리는 20대 여성의 선택이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경제가 칸타코리아에 의뢰해 2월 27일~3월 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2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그동안 쏠림 현상이 나타나지 않았던 20대 여성의 30.9%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직전 조사에서 이 후보의 20대 여성 지지율은 20%였다. 다만 30대 여성 지지율은 여전히 윤 후보와 경합을 벌이는 양상이다. 이번 조사에서 30대 여성 중 30.5%는 윤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번 대선판은 ‘여성 없는 선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윤석열 후보가 반페미니즘 성향이 강한 일부 20대 남성(이대남)을 겨냥한 전략으로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여기에 맞서 이재명 후보는 “광기의 페미니즘을 멈춰 달라”는 글을 공유하면서 젠더 이슈가 대통령 선거 전면에 등장했다. 5년 전 대선에선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페미니스트”를 자처했으나, 지금은 여성가족부 폐지, 성범죄 무고죄 강화가 공약 맨 앞줄에 올랐다.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 시위를 열었던 ‘팀 해일’은 지난 2월27일 청와대 앞에서 ‘Vote_For_Womyn’이라는 이름의 ‘2022 여성혐오 대선 규탄 시위’를 열었다. ⓒ팀 해일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 시위를 열었던 ‘팀 해일’은 지난 2월27일 청와대 앞에서 ‘Vote_For_Womyn’이라는 이름의 ‘2022 여성혐오 대선 규탄 시위’를 열었다. ⓒ팀 해일
여성단체 ‘서울여성회’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광장마당에서 ‘이번 대선 나만 답답해?’ 3·1 정치파티도 열었다. ⓒ서울여성회
여성단체 ‘서울여성회’가 지난 1일 서울 마포구 광장마당에서 ‘이번 대선 나만 답답해?’ 3·1 정치파티도 열었다. ⓒ서울여성회

여성들은 온·오프라인으로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전국 릴레이 백래시 규탄 시위를 열었던 ‘팀 해일’은 지난 2월27일 청와대 앞에서 ‘Vote_For_Womyn’이라는 이름의 ‘2022 여성혐오 대선 규탄 시위’를 열었다. 팀 해일은 “더 이상 최악과 차악 중에 고민하지 않을 것이며 오직 여성을 위한 투표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같은 날 여성단체 ‘서울여성회’는 강남역에서 각 당 후보의 공약을 여성의 눈으로 분석·발표했고, 1일에는 서울 마포구 광장마당에서 ‘이번 대선 나만 답답해?’ 3·1 정치파티도 열었다. 여성 유권자들의 모임 ‘유.권.자’는 대선 중 여성혐오적 발언에 모멸감을 느낀 여성들의 목소리를 모아 연서명을 받았다. 2월26일까지 총 2222명의 여성들이 참여했다.

여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온라인 여론전도 거세다. ‘친문’ 커뮤니티로 유명한 다음카페 ‘소울드레서’는 이 후보 당선을 저지해야 한다는 취지로 윤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게시글이 올라온다. 회원 82만의 다음 카페 ‘여성시대’에는 이 후보의 여성정책을 알리고 지지하겠다는 글이 게시된다. 이 후보는 그동안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받지 못했으나 사표 방지 심리가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4일 충북 충주 도심 젊음의 거리에서 여성 지지자의 '셀카' 촬영 요구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24일 충북 충주 도심 젊음의 거리에서 여성 지지자의 '셀카' 촬영 요구에 응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전남 여수EXPO역에 도착해 지지자로부터 꽃목걸이를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전남 여수EXPO역에 도착해 지지자로부터 꽃목걸이를 받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전문가들은 이 같은 20대 여성들의 움직임이 표심으로 연결될 수 있냐는 질문에 엇갈린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2020년 총선에서 20대 여성이 20대 남성보다 투표율이 높았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김 교수는 “이재명 후보의 형수 욕설·스캔들 논란 등 도덕성에서 비판적 부분이 많지만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의 젠더 갈라치기로 인해 20대 여성이 ‘스윙보터’로 떠올랐다”며 “이들은 사표 방지보다 가치에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위원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여성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이 보이지만 20대 남성의 표 결집도에 비하면 비교적 못 미친다”며 선거판을 바꿀 정도의 변동요인은 아니라고 봤다. 정 전문위원은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의 안티페미니즘 공세에 반감이 있어 이재명 후보쪽으로 (20대 여성들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나지만 이 후보 역시 친여성적 후보는 아니라 상승폭에 한계가 있다”며 “20대 전체로 봤을 때로 보면 여전히 윤석열 후보가 우위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0대 여성의 투표율도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전문위원은 “예상하기로는 20대 여성 투표율이 낮을 가능성이 있다”라며 “20대 여성에게 자신을 대변하거나 지지하는 후보가 없는 상태라서 효능감이 굉장히 낮다. 반면 20대 남성은 윤석열 후보와 국민의힘이 노골적으로 안티페미니즘에 드라이브를 걸었기 때문에 20대 남성의 투표율은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20대 전체가 페미니즘 찬반으로 완벽하게 설명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안티페미니즘에 동원되지 않은 남성도 있어 투표 자체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며 “청년의 삶에 젠더 갈등만 대두되고 있는데 그것만으로 20대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은 청년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4·7 재·보궐선거에서 15%가 ‘페미표’라고 한 분석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른 과장된 해석”이라며 “당시 페미니즘을 표방하는 정의당도 불출마했고 15%에는 허경영 후보와 보수 후보 표도 제법 섞여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선거 이후 정의당과 페미니즘 운동 진영의 내부적 자기성찰의 시간도 필요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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