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부산 영도 HJ중공업 사내 단결의 광장에서 복직인사를 하고 있다. 김 위원은 해고 이후 37년이 지나 복직했다. ⓒ뉴시스·여성신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해고된 지 37년 만인 2022년 2월 25일 명예 복직했다. 그는 이날 영도조선소 사내 단결의 광장에서 소회를 밝히며 “김진숙에게만 굳게 닫혔던 문이 오늘 열렸다. 정문 앞에서 단식을 해도 안 되고, 애원을 해도 안 되고, 피가 나도록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던 문이 오늘에야 열렸다”고 말했다. ⓒ뉴시스

37년 만에 노동자로 돌아간 김진숙 지도위원의 복직 행사를 보았다. 오랜 세월 동안 고통과 핍박을 이겨내고 당당히 노동의 현장으로 되돌아간 김진숙 지도위원의 힘찬 목소리를 들으며 한없이 눈물을 흘렸다.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그 높은 망루에 올랐던 결연함과 37년의 시간을 견뎌낸 투쟁의 역사가 감히 상상되지 않았다. 대단하다는 생각과 복직에서 느껴지는 기쁨, 그리고 나도 언젠가 노동자로서 다시 일터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의 감정이 뒤섞여 한참을 울었다.

4년 전 스스로를 지키고, 추가적인 성폭력 문제를 막고자 어렵게 나섰다. 거대한 힘에 극심한 두려움과 압박감을 느꼈다. 세상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으면, 엄청난 권력과 관계로 뒤얽힌 사회의 부당함이 나를 매장해 버릴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는 이렇게 사건이 묻히지 않게 해달라고 나서서 말하지 않고도, 높은 망루에 올라 세상에 노동권을 주장하지 않고도 누구나 존중받고,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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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을 기다릴 자신이 없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 오늘도 간절히 문을 두드린다. ⓒpixabay

2018년 3월 이후 지난 4년 동안 너무나 힘들었다. 그러나 변화도 조금씩 오고 있다. 권력의 차이에서 오는 폭력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정의와 진실보다 인맥으로 뭉쳐진 사회 지도층들이 얼마나 가열찬 2차 가해를 저질렀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일부 의원들이 권력형 성범죄와 2차 가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발표했고, 2차 가해자들의 공적 업무를 허용하지 않겠다고도 밝혔다. 변화에 감사하고, 다시는 뒤로 돌아가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뿐이다.

그러나 정작 일부 의원들의 사과가 있을 때 그동안 2차 가해에 참여했던 안희정계 의원들은 포함되지 않았다. 또 다른 2차 가해자들은 여전히 청와대, 국회, 지자체 등 정부 곳곳에서 공직에 몸담고 있으며, 공개적인 정치 활동들을 이어가고 있다.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왔지만, 정치권의 ‘우리가 남이가’식 의리는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이 사람들이 변화된 세상을 만들겠다며 마이크를 붙잡고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고, 출마 경력 한 줄 더 넣기 위해 영전을 거듭하고 있다. 가해자와 2차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는 제도의 개선과 실행 없이는 폭력의 피해자들을 지켜낼 수 없다.

김진숙 지도위원은 “굳게 닫혔던 문이 오늘 열렸다”, “차별하는 사람들의 말이 아니라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장애인, 여성들 그들이 목숨 걸고 하는 말을 들어야 차별이 없어진다”라고 외쳤다. 혐오가 주목받고, 차별이 관심 끄는 선거의 시대에 우리가 주목해야 할 말이다.

37년을 기다릴 자신이 없다. 세상의 변화를 위해 오늘도 간절히 문을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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