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핵위협으로 우크라이나 압박
캐나다·유럽, 러시아 항공기에 영공 폐쇄

[키예프=AP/뉴시스] 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거리에서 우크라이나군 장갑차들이 도로를 봉쇄하고 있다
[키예프=AP/뉴시스] 26일(현지시각) 우크라이나 키예프 거리에서 우크라이나군 장갑차들이 도로를 봉쇄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28일(현지시각) 벨라루스 국경 인근에서 첫 회담을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리아노보스티통신,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회담 상황에 밝은 한 벨라루스 인사는 “양측의 회담이 28일 오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리아노보스티통신은 벨라루스의 정치 전문가 언급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폴란드를 거쳐 벨라루스로 오고 있다”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대표단이 신변 위험 탓에 벨라루스 고멜을 거쳐 곧바로 회담장으로 가지 않고, 벨라루스 서남부 지역의 브레스트 인근 폴란드 국경검문소를 통해 벨라루스로 들어갈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크라이나 내무부의 한 보좌관은 이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회담을 시작했다”고 전했지만, 보안 문제로 하루 연기한 것으로 보인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벨라루스 국경 지역에서 러시아 측과 조건 없이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구체적인 회담 장소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타스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회담 장소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직접 협상장에 가지 않고 대표단을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측은 협상장에 이미 도착했음을 확인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와 협상을 위해 대표단이 벨라루스 남동부 고멜에 도착했다”며 “협상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 대표단은 크렘린궁, 외무부, 국방부 인사들이 포함됐다.

이번 회담은 우크라이나에서 나흘째 교전이 이어지는 와중에 사실상 처음 두 나라가 마주 앉는 것이다. 이 때문에 현재 선에서 전쟁을 마무리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협상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 억지력 부대의 특별 전투임무 돌입을 국방부 장관과 총참모장에게 지시했다”고 말했다. 

핵 억지력 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운용하는 러시아 전략로켓군 등 핵 무기를 관장하는 부대다. 다분히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 캐나다·유럽, 러시아 항공기에 영공 폐쇄

유럽연합과 캐나다가 27일(현지시각) 앞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모든 항공사들에 대해 영공을 폐쇄하겠다고 발표하고 미국에도 똑같이 하라는 압박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집행위원장은 "러시아에 EU 영공을 폐쇄할 것이다. 러시아가 소유했거나, 러시아에 등록된 또는 러시아가 통제하는 모든 항공기들이 금지될 것이다. 이 항공기들은 더 이상 EU의 영토에 이·착륙하거나 EU 상공을 비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기 위한 자금을 제공하고 친러시아 언론들을 금지시킬 것이라고 발표하고 "EU 사상 최초로 공격받는 국가를 위해 무기 및 기타 장비를 구입할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나다의 오마르 알가브라 교통부장관도 아무런 도발도 없는 이웃나라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러시아에 대해서는 캐나다의 영공을 러시아 항공기들이 통과할 수 없게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연합의 조치는 많은 회원국들이 27일 밤까지 러시아항공기에 대한 영공진입을 금지했거나 금지 계획을 밝힌 직후에 발표되었다.

알렉산더 드 크루 벨기에 총리는 트위터에 "유럽의 하늘은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는 자들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이들에게만 열려있다"는 글을 올렸다.

마크 하버 네델란드 인프라 물관리 담당 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 불필요하고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는 국가에게는 네델란드의 영공을 개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스페인, 그리스, 터키 등 여러 나라들도 유럽연합의 발표가 있기 전에 이미 러시아 항공기에게 영공을 폐쇄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는 유럽국가들의 영공폐쇄에 대응해 해당 국가들의 러시아 영공진입을 금지하고 러시아 항공사 S7의 유럽행 운항도 금지시켰다.

항공기 운항추적 업체들에 따르면 미국 시간으로 27일 오후에 모스크바에서 뉴욕으로 가던 러시아 국적기 아에로플로트 여객기가 노르웨이 항공을 지난 다음에 다시 러시아로 회항했다. 이 비행기는 원래 노르웨이에서 캐나다 영공을 통과해 뉴욕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러시아와 서방 국가들 사이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긴장이 고조되면서 코로나19 발생 이후 막대한 피해를 입은 국제 항공업계도 타격을 입게 되었지만 아직까지는 그 피해가 경미한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의 항공사들도 이번 여름에는 대륙간 피서 여행객으로 모든 항공기가 초만원을 이룰 것을 기대하고 있으나 우크라이나 사태는 이미 일부 항공사들에게 추가 운항비용의 소모 등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항공추적 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의 이언 페체니크 대변인은 원래 동러시아 상공을 거쳐가던 알래스카 앵커리지 출발 항공기 수십대가 항로를 바꿀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이들은 연료비 상승이라는 형벌을 받게 되었다고 말했다

항공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여객기가 노선을 바꾸면서 추가로 드는 비용이 시간 당 4천러~1만2천달러나 되며 비행기 크기나 연료가격에 따라 피해금액은 달라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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