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자매연대'제작, 생리에 대한 통념 바꿔

“대안생리대가 있다는 얘길 듣고 오래전부터 관심을 가졌어요. 일회용 생리대는 가격도 비쌀뿐더러 생리 때마다 가렵고 안 좋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거든요.”

지난 7일 3·8 여성의 날 기념 무지개 시위가 한창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만난 20대 여성은 판매대 앞에서 대안생리대 두 개를 구입하며 기대감을 표한다.

“안에 있는 천을 빼서 찬물에 담가두면 감쪽같이 빠지거든요. 사용한 생리대는 작은 헝겊 봉투에 담아 이렇게 똑딱단추로 봉하면 돼요.”

판매를 하는 매닉이 친절한 설명을 덧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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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매연대 구성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느림, 매닉, 돕.

알록달록 갖가지 색깔의 융으로 만들어진 생리대를 집었다 놓았다 하는 20대 여성들, 삼삼오오 친구들과 모여 구경하는 십대 청소녀들, 남자친구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생리대를 고르는 여성 등 저마다 신기하다는 표정이다.

이처럼 대안생리대는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대 여성 두 명과 청일점인 남성 한 명으로 이루어진 피자매연대가 그 주인공. 각기 매닉, 느림, 돕이란 별칭을 쓰는 이들은 각종 여성 관련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말로만 듣던, '써본 사람은 안다'는 대안생리대의 매력을 설파하고 나섰다. 모두 여성, 환경, 평화운동에 적을 두고 낮에는 직장인, 밤에는 대안생리대를 제작해 생리를 둘러싼 우리 사회의 통념에 반기를 드는 활동가들이다.

“대안이란 비판과 저항을 의미하잖아요. 비판이 빠진 대안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매닉은 대안생리대가 나오게 된 사회적 맥락을 강조하며 “일회용 생리대와 탐폰의 판매전략은 여성의 월경을 금기시하고 여성의 피를 더러운 것으로 간주하며 생리대는 하얗고 안 보이면 안 보일수록 좋은 것이란 이미지를 심고 있다”고 지적한다. 생리대 광고에 등장하는 '깨끗해요'라는 문구처럼 청결함에 대한 강박관념을 확산시키며 여성의 몸을 억압하고 있다는 설명. 또한 매닉은 “기업이 강조하는 편리함이란 논리는 지극히 일상적인 생리를 비일상적인 것으로 치부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일상이 가치 없는 것으로 치부되고 억압되는 문화이기에 피자매연대가 대안생리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놓는 바느질 한 땀 한 땀은 소중한 의미를 갖는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많은 이들이 바느질을 하며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 기계중심적인 가치관에서 물러나 얻는 것은 내면의 평화죠. 한편으론 여성들도 대안생리대 자체만이 아니라 대안생리대가 놓여 있는 맥락을 같이 보아줬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냐''사고 싶다'등 주로 소비적인 접근을 하는 데에는 아쉬운 부분이에요.”

매닉은 “만드는 것 자체가 여성이 주체가 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바느질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바라보는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한다. 대안생리대를 직접 만들어본 이들은 자기 것에 대한 애착이 생기고 한번 쓰면 계속 쓰게 됨은 물론, 다음 생리일이 기다려진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고 그는 설명한다.

피자매연대는 공장제 생산방식을 지양한다. 총 인원 세 명이 직접 제작, 접수, 발송을 담당할 뿐이다. 그리고 대안생리대 판매수익금을 이주노동자 지원단체 <투쟁과 밥>,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의 모임 <전쟁 없는 세상>, 파병반대 병역거부자 <강철민 지원단> 등에 지원하며 직접 만들어 쓰는 즐거움을 느껴보라는 취지에서 만드는 법을 공개하고 워크숍을 진행한다.

직접 만들 경우 커버에 쓸 융은 1마에 2천원, 안에 대는 방수천은 2천원 안팎, 수건이나 테리 타올은 4천원에서 1만원 미만이다. 이를 각각 한 마씩 사면 커버 8∼10개, 라이너 50개(중형기준) 정도 만들 수 있어 일반 생리대보다 훨씬 저렴하다.

대안생리대 구입 문의와 워크숍 문의는 홈페이지(http://bloodsisters.

gg.gg)로 하면 된다.

임인숙 기자

isim123@

■ 대안생리대 어떤 게 있나

● 키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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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보들한 천연 고무로 만들어진 제품. 질에 삽입해서 월경혈을 받아낸다. 12시간 동안 착용이 가능하며, 월경혈이 키퍼에 가득 차면 그냥 따라버리고 살짝 물로 헹군 다음 다시 착용하면 된다. 한 번 구입하면 10년은 넘게 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 면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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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생리대와 달리 천으로 만들어져 있어 빨아 계속 사용할 수 있다. 부드러운 플란넬 천과 테리 천(수건에 쓰는 천)으로 만든다. 팬티에 고정시킬 수 있도록 날개와 똑딱단추가 달려 있다. 쓰고 난 생리대는 커버와 속감을 분리해서 찬물에 담가두었다가 다른 빨래들과 세탁기에 함께 빨면 된다.

● 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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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면을 끓는 물에 소독하고 나서 치실을 붙인다. 이는 탐폰에 달린 실처럼 질에서 쉽게 해면을 꺼내기 위한 것. 흠뻑 젖으면 꺼내 비누와 물로 빨아 다시 사용한다. 월경이 끝나면 다시 소독해서 다음 달을 대비한다.

대안생리대 소개 영문 사이트

●www.bloodsisters.org

월경의 혁명을 추구하는 몬트리올 공동체

●www.mum.org

월경에 관한 모든 것 소개

●www.onewoman.com

●www.keeper.com

키퍼에 대해서 더 알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들러볼 만함

<자료·피자매연대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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