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UCLA·존스홉킨스대 연구팀
제대혈 줄기세포 이식해 치료 성공
역대 세 번째 HIV 완치 사례

ⓒ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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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료진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 여성 환자를 완치시켰다고 발표했다. 제대혈(탯줄과 태반에 들어 있는 혈액) 줄기세포 이식으로 완치에 성공한 첫 사례다. 인류 역사에서 HIV 완치 사례는 이번이 세 번째고, 여성이 완치된 건 처음이다. ‘HIV도 치료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뉴욕타임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본 브라이스 미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UCLA) 박사와 데버라 퍼소드 존스홉킨스대 박사팀은 15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레트로바이러스 및 기회감염 콘퍼런스(CROI)’에서 HIV 완치 사례를 발표했다.

완치 환자는 중년 혼혈 여성으로 2013년 HIV에 감염됐고, 2017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의료진은 2017년 8월 환자에게 HIV의 인체 세포 침투를 막는 변이를 가진 제대혈 줄기세포를 이식했다. 환자는 이후 6주간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가족에게서 수혈을 받았다.

이 환자는 이식 37개월 후인 2020년 말부터 약물 치료(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를 중단했다. 이후 1년 2개월이 넘게 환자의 혈액에서 HIV가 검출되지 않았다. 백혈병도 완치됐다. 의료진은 줄기세포 이식 후 이 환자의 체내 면역체계가 발달했다고 판단했다.

기존 HIV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 2명은 백인 남성과 라틴계 남성이었다. 이들은 성체줄기세포 골수 이식을 받았다. 비싸고 위험한 수술이었다. 한 명은 이식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합병증인 ‘이식편대숙주병(GVHD)’을 앓았다. 다른 한 명도 청력 상실과 여러 감염을 겪었다. 3800만명이 넘는 HIV 환자 중 특수한 2명의 치료 사례를 일반화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번 여성 HIV 환자 완치 사례는 △조건이 까다롭고 여러 위험이 따르는 골수 이식 대신 제대혈을 사용할 수 있었으며 △큰 부작용이 없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HIV는 인체의 면역세포에 침투해 면역체계를 망가뜨리는 바이러스다. 무증상 잠복기만 10여 년이다. 이후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켜 각종 감염성 질환과 종양이 발생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나 항바이러스제 등 HIV 약물 치료제도 나왔고, 에이즈에 감염돼도 만성질환처럼 잘 관리하면 30년 이상 생존할 수 있다. HIV는 식사, 화장실, 목욕탕 사용 같은 일상생활 중의 신체 접촉으로 옮지 않고, HIV 보균자와 성관계를 한다고 무조건 감염되는 것도 아니며, HIV에 감염된 산모가 약물치료만 잘 받아도 아기에게 감염될 확률이 5%대로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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