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전북 전주역 앞에서 정책 공약을 홍보하는 '열정열차'에 탑승하기 전 전북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2일 전북 전주역 앞에서 정책 공약을 홍보하는 '열정열차'에 탑승하기 전 전북지역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대선 여론조사들을 보면 정권교체 여론은 변함없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야당이 특별히 달라진 것도 없는데 왜 이럴까 생각해 보았다. 그만큼 더불어민주당 정권이 싫었던 국민이 많았다는 얘기가 된다. 부동산 문제의 실패도 큰 원인이겠지만, 집권 내내 계속되었던 분열의 정치가 초래한 결과이기도 하다.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믿는 오만과 독선에 갇힌 내로남불의 정치는, 우리 사회를 분열시키고 갈등을 격화시켰다. 그래서 등돌린 민심이 정권교체를 원하는 다수의 여론으로 표현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정권교체가 되더라도 분열의 정치가 극복될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어려운 현실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이 추구해온 ‘이대남’ 전략은 분열의 정치다. 물론 윤 후보는 “이대남들을 타깃으로 표심을 얻겠다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하지만 여성가족부 폐지 구호를 신호탄으로 시작된 선거행보의 변화가 이준석 대표의 이대남 전략에 올라탄 것임은 우리가 다 아는 사실이다.

급기야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는 윤 후보의 주장이 나온다. 성차별이 단지 개인적인 문제라면, 더 이상 국가가 개입할 일은 아니라는 의미가 된다. 이준석 대표의 발상과 닮은꼴이다. 이 대표가 주장해온 ‘세대포위 전략’은 전형적인 분열의 선거전략이다. 2030 세대와 60대 이상 세대가 4050 세대를 둘러싸면 승리한다는 이 전략은, 세대 간의 분열을 조장해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발상이다. 나라를 책임지겠다는 정당이라면 4050 세대를 포위해 승리할 생각을 할 것이 아니라, 그들 세대도 껴안을 수 있는 통합의 리더십을 추구하는 것이 정도다.

국민의힘의 이대남 전략은 일단 20대 남성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효과를 거뒀다. 윤 후보의 지지율을 반등시킨 효자로 인식되는 것이 당 내부의 분위기인 듯하다. 그래서 위험해 보인다. 국힘의힘과 윤 후보가 이대남 전략의 효험을 과대평가하며 계속 신봉할 때, 정권교체가 이루어진들 결국 분열의 정치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연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런 전략이 가져온 일시적 반등 효과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후보의 악재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윤 후보의 지지율 또한 박스권에 갇혀있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비단 젠더 문제만이 아니다. 실패했던 보수정권 시절로 회귀할 것에 대한 우려, 보수편향의 정치가 인권·젠더·평화·환경 같은 보편적 가치들을 밀어낼 것에 대한 우려가 존재한다. 이런 우려에 제대로 답을 주지 못한다면, 정권이 교체된들 문패만 바뀐 채 분열의 정치는 무한반복 될 위험이 크다.

그렇다고 바꿔봐야 소용없으니, 민주당을 찍자는 얘기가 아님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우리는 선택의 딜레마에 갇혀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이럴 때 생각나는 폴 벤느의 말이 있다.

“회의주의자는 이중의 존재다. 사유하는 한 그는 어항 바깥에 있으면서 그 안을 맴도는 금붕어들을 바라본다. 그러나 그 역시 멀쩡히 살아가야 하기에, 자신 또한 한 마리 금붕어로 어항 속에서 다음 번 선거에 어떤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를 결정한다. (자기 선택에 대단한 진리값을 부여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회의주의자는 그가 의심하는 어항 바깥에 있는 한 명의 관찰자인 동시에 금붕어들 가운데 한 마리다.” (폴 벤느, 『푸코, 사유와 인간』)

이런 자기 분열을 겪어야 하는 이번 대선, 참 힘들다. 

유창선 시사평론가
유창선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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