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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정육코너에 ‘대체육’이 들어왔다. 소·돼지고기 옆에 고기가 아닌 인공 고기가 진열된 것이다.

대체육은 진짜 고기처럼 만든 인공 고기다. 콩·버섯·밀 등 식물에서 추출한 원료를 가공해 만든 것도 있지만 동물세포를 배양해 만든 고기도 있다. 배양육이라고 하는데 동물을 사육하는 대신 살아 있는 동물의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배양해 생산한다. 그러나 비싼 가격으로 식물 성분 대체육에 비해 가성비면에서 뒤처진다. 대체육은 최근 지구온난화에 대한 경각심과 채식주의자가 증가하면서 관심을 받고 있다. 시장 규모 또한 커지고 있다. 일반 마트나 온라인 장보기 업체에서도 손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되면서 일반 소비자 사이에서 평이 갈린다.

“갈아놓은 형태의 대체육은 일반 고기와 맛이 비슷해요”

김지민(30)씨는 최근 장을 볼 때 대체육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분식집에 가서 만두를 시켜 먹었는데 알고 보니 비건 만두였다”며 “고기를 갈아놓은 듯한 형태의 대체육은 일반 고기와 맛도 똑같고 (비건의) 취지도 좋아서 장을 볼 때 되도록 대체육을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콩으로 고기 흉내? 인위적이라 별로예요”

반면 고기의 모양과 맛을 구현한 대체육은 달갑지 않다는 목소리도 있다. 비건을 지향하는 민진성(25)씨는 “고기를 흉내 낸 모양과 고기 향을 첨가한 대체육은 인위적이라 역겹다”고 밝혔다. 민씨는 “콩으로 고기 모양과 맛을 그대로 구현하는 것은 육식에 집착하는 것 같아서 싫다”며 “차라리 콩을 동그랗게 빚어 튀긴 팔라펠(병아리콩을 갈아서 다진 마늘·양파·파슬리 등을 넣고 둥글게 빚어 튀긴 중동 요리)이나 비건 만두는 먹을 만하다”고 설명했다.

대체육은 채식주의자만 먹는 것일까? MZ세대 10명 중 7명은 ‘환경을 생각해 대체육으로 식탁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신세계푸드가 지난달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2030세대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대체육 인식 관련 온라인 설문 조사를 보면 MZ세대 67.6%가 대체육을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 이유로 “환경을 생각해서”라는 응답이 71.4%로 가장 많았다. 이어 “대체육 소비가 공장식 사육 등 동물 복지 문제 근절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이 53.2%였다.

국내외 대체육 시장 규모는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2008년 15만명에서 2020년 기준 250만명까지 늘었다. 이에 따라 대체육 시장 규모도 증가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대체육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약 35% 성장(155억 원)했다. 글로벌 시장 또한 2015년 4조2400억원에서 2023년엔 7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글로벌 경영 컨설팅 기업 에이티커니(AT Kearney)는 글로벌 시장에서 일반 육류 점유율이 2025년 90%에서 2030년 72%로 줄고, 2040년에는 소비되는 육류의 60%를 대체육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모르는 사이 식탁에 올라온 대체육

이미 많은 기업들이 대체육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이마트는 수도권 20개점 정육코너에서 대체육 ‘언리미트’를 판매한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소·돼지고기와 함께 진열해 대체육을 하나의 축산 품종으로 고려한다는 의미다. 롯데마트도 지난해 말 냉동식품 매장 내 비건 특화존을 70개점으로 늘렸다. 홈플러스 또한 지난해 10월 전국 52개 주요 점포에 대체육 브랜드를 들여와 비건존을 조성했다. 대체육 브랜드도 춘추전국시대다. 2019년 롯데 ‘제로미트’를 시작으로 지난해 들어서 CJ ‘플랜테이블’과 신세계 ‘베러미트’가 출시됐다. 농심은 자체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을 활용해 오는 4월 업계 최초로 비건 레스토랑을 연다.

다만 대체육 명칭을 둘러싸고 축산업계와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해외에서는 ‘고기’라는 표현을 금지한 사례가 있다. 프랑스와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식물성 대체 식품에 고기 명칭을 금했다. 지난해 4월 유럽연합도 ‘요거트’나 ‘우유’ 등의 명칭을 금지했다. 국내 축산업계도 식물성 식품에 고기를 뜻하는 ‘육’(肉), ‘고기’, ‘미트’(Meat) 등의 용어를 사용해선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물성 대체육을 표시하는 규정 마련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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