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오염·부족은 여성노동과 가족건강에 직격탄

여성과 물에 대한 담론은 제3세계 위주로 이야기돼 왔다. 사막이나 물 부족 국가에서 물을 긷고 물을 관리하는 주체가 여성인 까닭에 강과 우물이 마르고 오염되는 것은 여성 노동과 가족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세계적인 에코페미니스트 반다나 시바는 저서 <살아남기>에서 여성과 아이들이 물 부족의 최대 희생자라고 지적했다. 심각한 물 부족이 식량, 고용, 생계 수단의 부족을 초래하고, 이로 인한 기아를 피해 대부분의 남성들이 지역을 떠나지만 여성과 아이들은 그대로 남겨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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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전세계 20억 인구의 2/3가 여성이기에 물은 곧 여성문제다.

<사진제공·김동주>

또한 여성들이 자연적인 흐름에 따라 친환경적으로 물을 관리해 온 것과 달리, 가부장적인 남성 기술관료들이 댐 건설 등으로 물을 남용하고 착취해 물의 고갈과 오염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세계 물 문제의 핵심은 물 부족과 함께 '깨끗하고 안전한 물'에 대한 접근이고 이러한 부분은 여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지난 2002년 9월 남아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지구정상회의(WSSD)에서는 위생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는 곳에 사는 20억 빈민 인구를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박은경 세계YWCA 부회장은 “이들 20억 빈민의 2/3가 여성이기 때문에 물 문제는 인권 문제인 동시에 여성 이슈가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박 부회장은 “물은 공동의 재산”이라며 “가난한 여성들이 저렴하게 물을 공급받을 수 있도록 사적 조직인 기업이 아니라 공적 조직인 정부가 물을 개발하고 공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근 다국적 기업 등이 물 개발과 공급에 관여해 물을 사유화하고 효율성의 이름으로 일부 국가에서 이를 허용하는 움직임에 대한 경고인 것이다. 오는 27일 여성환경연대가 주관하는 아시아여성환경회의에서 박 부회장은 이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젠더와 물'에 대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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