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이대남 담론 해체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에 모인 2030 남성들
“이대남은 조롱문화를 대표하지 않는다”
“젠더갈등 해결하는 것은 결국 페미니즘”

행동하는보통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행동하는보통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우리도 청년남성이다. 혐오를 멈춰라”

“멈추자 조롱문화 함께하자 페미니즘”

언론과 정치권에서 표상되는 이른바 ‘이대남’(20대 남성) 일반화에 반대하는 남성들이 모여 “우리도 이대남이다. 성차별을 폐지하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2030 남성들로 구성된 '행동하는 보통 남자들(이하 행보남)'은 9일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한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 성평등 교육활동가는 선언문을 통해 “정치권과 미디어는 혐오를 부추기는 것을 멈추고 성평등을 위한 진지한 고민과 구체적인 정책을 보여달라”며 “우리는 서로 헐뜯으며 경쟁하기보다 여전히 남아있는 성차별을 개선하여 공존하고 싶다. 혐오와 차별 없는 세상이 그토록 이야기하던 ‘청년남성’의 요구이며 소외된 모두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보남에 따르면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이번 기자회견과 선언문에 375명의 시민이 연대 서명을 했다.

거대한 이대남 담론 해체하기 위해 남성들이 광장에 모였다

행동하는보통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행동하는보통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이날 기자회견을 제안한 이가현 페미니즘당 창당모임 공동대표는 기자회견을 연 이유에 대해 “남성들 사이에서도 개별적으로 비판과 저항의 흐름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개별적 활동으로는 거대한 이대남 담론을 해체하긴 힘들어보였다”며 “그래서 남성으로서 페미니즘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모아 언론과 정치권의 눈에 보이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활동의 목적은 여성들에게 ‘남성이 사실은 이렇다 저렇다’라고 항변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페미니스트들에게 남성을 일반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던 어떤 끈질긴 남성들에게 보여줄 구체적인 실천”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너도 나도 특정한 정치성향의 남성들을 이대남으로 표상할 때 실제 현실을 살아가는 20대 남성들은 일반화의 덫에 빠지게 된다”며 “나도 안다. 청년 남성들이 다 그런 건 아니란 것쯤은. 그런데 언론과 정치권은 보이는 것으로만 판단한다"고 지적했다.

젠더갈등 해결하는 것은 결국 페미니즘

행동하는보통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행동하는보통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이대남으로 호명되는 20대 남성’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고선도씨는 자신 역시 주변의 여성들을 동료와 친구가 아닌 결혼 경쟁 속 잠재적 연애대상으로 밖에 볼 수 없었던 과거를 고백했다. 고씨는 “페미니즘은 여성이 나와 동등한 인간임을 상기시켜줬다”며 “더 나아가 그들은 남성과 동등하고 단지 중성적인 인간이 아니라 여성인 인간임을 알려줬다”고 밝혔다. 또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남성의 눈으로만 보아온 반쪽짜리 세상을 보다 온전하게 볼 수 있게 됐다”며 “젠더갈등을 해결해 내는 것도 결국 페미니즘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30대 트렌스젠더 남성인 김정현씨는 “저는 언론이 말하는 이대남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이 드실 지도 모른다”며 “법적 성별이 여성이고 나이도 20대가 아닌 30대니까”라고 말했다. 김씨는 “저는 제 스스로 청년 페미니스트 남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자리에 나왔다”며 “아직 법적 성별을 정정하지 못한 트랜스젠더 남성으로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외과 수술 비용의 의료보험화가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또 “주민등록번호 뒤 첫 번째 숫자가 무엇이든 간에 그것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것을 요구한다”며 “많은 트랜스젠더들이 자신이 패싱되는 성별과 주민등록번호 뒤 첫 번째 숫자의 불일치에서 오는 많은 시선들을 받는다”고 호소했다.

이대남은 조롱문화를 대표하지 않는다

김연웅씨는 페미니즘을 ‘배려’라고 정의했다. 김씨는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지 않고자 늘 노력하는 것, 그 누구도 따돌리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생각. 전 이게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성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왜 누군가를 공격하고 괴롭히는 일을 정치적 전략으로 삼는가”라고 비판했다. 김씨는 “20대가 어려운 취업과 비싼 집값에 절망하는 것이 페미니즘 때문인가? 당연히 아니다. 구조적 모순과 엇나간 정책 때문”라며 “이런 시대적 상황 속에서 이대남이라는 정치적 집단의 대표성이 구조적 모순과 억압에 대한 외침이 아닌 고작 페미니즘에 대한 조롱과 괴롭힘이라니 한 명의 이대남으로서 개탄스럽기 그지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저는 이대남이 더 이상 조롱문화를 대표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를 흘러오며 기성세대의 부정과 위선에 분노했던 그 에너지가, 공정 담론을 형성했던 그 지성이 다시 모여 페미니즘을 지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선언문 낭독 이후 이들은 “멈추자 성차별 이루자 성평등”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손을 모아 위로 올렸다.

행동하는보통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행동하는보통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행동하는보통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행동하는보통남자들이 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우리는 이대남이 아니란 말입니까'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수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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