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땜빵’ 발탁 장관, 한국 정치의 민낯 보여주다
[김은영의 영상 뽀개기] ‘땜빵’ 발탁 장관, 한국 정치의 민낯 보여주다
  • 김은영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미디어연구소 연구위원
  • 승인 2022.01.27 08:39
  • 수정 2022-01-27 18: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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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포스터. ⓒ웨이브

새로 문을 연 가게의 오픈빨(?)이 있듯 콘텐츠도 오픈빨이 존재한다. 공개 시기에 맞춘 이벤트로 입소문을 내어 흥행몰이에 나섰던 콘텐츠들은 여느 가게들처럼 고유의 매력이 없으면 대중의 관심에서 점차 멀어지면서 생명력을 잃어가기 마련이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이하 이상청, 연출 윤성호/ 극본 크리에이터 송편·김홍기·최성진·박누리 등)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wavve)의 오리지널 작품으로, 공개된 지 2개월 남짓 되어 오픈빨의 후광은 이미 사라져버린 드라마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유력 대선 후보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화제가 되는 대선 정국에서, ‘이상청’은 풍자와 해학을 덧입혀 우리 정치의 민낯을 보여줌으로써 드라마의 생명력을 더한다. 심지어 여성 대선 후보보다 대선 후보의 배우자들이 주목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은 여성 정치인으로 존재감을 키워가는 주인공의 행보에 주목토록 한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한 장면. ⓒ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한 장면. ⓒ웨이브

현실 고증 그대로 ‘정치풍자극’

‘이상청’의 주인공 이정은(김성령)은 ‘김연아’처럼 국민들에게 여왕으로 불리는 올림픽 사격 금메달리스트로 어느 날 갑작스럽게 ‘땜빵’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임명된다. 주요 이야기는 주인공이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벌어지는 체수처(문화예술계 범죄 전담 수사처) 설립과 남북 문화 교류와 같은 공적영역에서 벌어지는 사건들과, 남편이 납치돼 협박받는 사적영역의 사건이 엮어져 전개된다. 이 일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이정은은 의도치 않게 대선 잠룡으로 부상하는데,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연상할 만한 누군가를 혹은 사건들을 비틀어 웃음을 준다. 이처럼 ‘이상청’은 진지한 정치 드라마라기보다는 블랙코미디, 범죄와 스릴러가 잘 버무려진 재미를 전해주는 드라마다. 

드라마 초반 스포츠 스타로서 논란거리를 잠재울 면피용 장관으로 선택된 이정은의 정치력과 능력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게 그려진다. 이정은은 체수처 출범을 위한 소위 ‘얼굴마담’이자 위기 타개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어리바리할 것 같은 그의 반전이 펼쳐지기 시작하는 순간은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문체부 차관의 만행을 저지하고, 자신이 당한 폭력을 고백하면서 위기를 기회를 바꾸며 체수처 설립식을 성공시키는 에피소드에서 부터다. 이정은 장관은 피해자를 정치적 도구로 이용하는 대신,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에 앞장선다. 반면 7년 동안 성폭행을 당한 선수가 SNS에 올린 웃는 사진이 부적절하다며, 최대한 피해자로 보이게 하기 위해 피부 톤을 다운시키고, 밥도 못 먹고 악몽을 꾸며 잠도 못잔 듯 꾸며내려는 문체부 차관의 행태는 대의를 위한다는 말로 포장되지만, 결국 피해자다움을 전시하고 이용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강요에 맞선 우가은(안다정) 선수와 이정은의 행동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성폭행 피해자상에 고정관념이 옳지 않음 또한 보여준다.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한 장면. ⓒ웨이브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한 장면. ⓒ웨이브

“여자들은 쉽게 얻는 게 없거든”

우리 사회가 바라는, 혹은 모두에게 지지받을 수 있는 여성 정치인의 모습은 무엇일까? 이정은 장관의 스펙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라는 점 이외에도 군 입대해 교관으로 활동하고, 파병까지 다녀온 것으로 그려진다. 그래서 20~30대 남성들에게 소위 ‘까방권(까임방지권)’을 가진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 설정은 여성 대선 후보들이 조명 받지 못하고, 유력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국방 지식이 부족하다고 질타 받는 상황들을 손쉽게 해결하는 드라마적 장치다. 거기에 체수처는 ‘어머니의 마음. 누이의 마음. 토닥거려주는 마음’으로 피해자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점은, 여성 정치인에게 가해지는 엄마이자, 누이와 같은 역할에 대한 기대를 보여준다. 남성 정치인에게는 아빠이자 오빠와 같은 역할을 기대하지 않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이정은의 화려한 스펙은 오히려 여전히 여성 정치인이 그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녹록치 않은 높은 장벽을 보여준다. “여자들은 쉽게 얻는 것이 없거든”이라던 드라마 속 또 다른 유력 여성 정치인 차정원(배해선) 의원의 말처럼 말이다.

여전히 ‘여성 정치인’이라는 말을 통해 ‘여성’과 ‘정치’의 결합이 특수하고 예외적으로 여겨지는 정치의 장에서 정치하는 여성들은 소수자다. 드라마가 끝나갈 즈음에 이정은은 청와대를 거닐며, 대본을 신중하게 고르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면서 청와대로 입성하고자 하는 포부를 드러낸다. 다른 정치인들이 만든 판에서 움직이던 주인공의 각성으로 드라마는 끝나지만, 현실 속 이정은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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