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의 생존 기록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출간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의 생존 기록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출간
  • 이하나 기자
  • 승인 2022.01.20 14:02
  • 수정 2022-01-20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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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 이후부터 복직까지 468일간의 기록
피해 내용·고소과정·2차 가해 실상·일상 회복 등 담아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천년의상상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천년의상상

출판사 천년의상상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김잔디(가명)씨가 쓴 책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를 출간한다고 20일 밝혔다.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는 피해자인 김씨가 자신이 입은 피해 내용, 고소에 이르게 된 과정, 박 전 시장의 죽음 이후 끊임없이 자행된 2차 가해의 실상과 그로 인한 상처를 극복한 과정 등 생존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필명인 김잔디는 ‘성폭력특례법상 성범죄 피해자는 절차에 따라 가명을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피해자가 임의로 선택한 이름이다. 피해자 신분이 가해자와 같은 서울시 공무원이라는 사실과 그에 따른 피해자 인권 보호와 2차 가해 방지를 고려해서 불가피하게 내린 결정이다.

책에서 김씨는 2020년 4월 서울시청 직원 회식 자리에서 동료 직원으로부터 불의의 성폭행을 당한 뒤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인 자신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등 서울시의 미온적인 태도에 상처를 받았다고 말한다. 이후 정신과 의사와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지난 4년여 동안 박원순 시장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괴롭힘을 당하면서 입은 상처가 트라우마로 고여 있음을 깨닫고 이 사건을 세상에 꺼내 놓을 결심한 과정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저자는 책에서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게 된 경위부터 4년간 지속된 성적 가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전한다. 김씨는 2015년 서울시 공무원으로 발령 받아 서울시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던 중, 갑자기 서울시장 비서직 면접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는다. 2015년부터 전보 발령을 받는 2019년 중반까지 김씨는 박 전 시장의 비서로 일했다. 저자는 박 시장이 사적으로 부적절한 연락을 해오기 시작한 시점이 2017년 상반기부터였다면서 2018년 9월 시장 집무실에서 있었던 성추행의 구체적인 내용도 밝힌다.

김씨는 박 전 시장 사망 이후 ‘피해호소인’으로 불리는 등 지속적인 2차 가해를 겪은 고통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당시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김씨의 본명과 사진이 노출되고, ‘살인녀’, ‘꽃뱀’, ‘기획 미투’ 운운하는 박 전 시장 지지세력의 공격이 집요하게 계속됐다.

김씨는 “모두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믿고 싶은 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들과 싸우는 일은 너무나 힘겨웠다. 나를 공격하는 사람들의 중심에는 내가 평소 존경하고 따르던 사람들이 있었다”며 “나의 삶도 죽은 것과 다름없는 삶이었다.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며, 하루하루 끔찍한 날들을 버텼다”고 털어놨다.

책에는 공무원이자 노동자인 김씨가 서울시장 비서로 일하면서 경험한 부당한 노동환경과 처우에 대한 기록도 담겼다. ‘심기 보좌’라는 명목으로 박 시장이 밥을 먹을 때 말동무로서 동석을 해야 했던 것, 박 시장 가족의 명절 음식을 챙겨야 하던 것까지 공적 업무에 포함되지 않은 일을 수행해야 했던 경험에 대한 진술도 있다.

책이 출간돼 다시 한 번 주목받게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김씨는 출판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 책을 통해 한 명의 존엄한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잊혀질 권리’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특히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있어 ‘잊혀질 권리’는 더욱 간절한 소망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잊혀질 권리보다 ‘제대로 기억될 권리’가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대로 기억되어야, 제대로 잊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사건 발생 이후부터 제가 복직하게 되기까지 468일간의 기록이며, 저는 이 책을 통해 한 명의 존엄한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출판사는 “김씨와 책이 이념적 지형에 따라 적대적으로 갈린 양대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사용되거나 복무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혔다. “책이 2022년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전 구성원에게 우리가 지키고 마땅히 가꿔나가야 할 공동체의 정의와 윤리적 가능성을 묻는, 불편하지만 피해서는 안 될 유효한 질의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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