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외자식이라 출생신고 못 하고
의무교육·의료혜택 못 받는 아이들
비혼부 4인, 지난해 8월 헌법소원 제기
전원재판부 회부...심리 중

2020년 12월 9일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2020년 12월 9일 보편적 출생신고 네트워크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서울 종로구 청와대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보편적 출생신고 제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연관이 없음. ⓒ뉴시스·여성신문

“왜 엄마 아빠의 문제로 아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나요?” 

비혼부들이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다. 2021년, ‘혼외자식은 원칙적으로 엄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을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렸다. 현재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심리 중이다.

출생신고를 못 하는 아이는 유령이 된다. 국적도 이름도 주민등록번호도 없다. 기초 복지를 누리기 어렵다. 어린이집 이용도 초등학교 입학도 불가능하다.

2015년과 2021년 가족관계등록법이 두 차례 개정되면서 아빠가 아이 엄마의 인적사항을 모르거나, 일부 알더라도 엄마가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으면 아빠 혼자서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몇 달에 걸쳐 법원의 승인을 받아야 해 복잡하다. 혼외관계에서 생긴 아이, 외국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 등은 출생신고의 벽이 더 높다. 생계난을 겪는 한부모 가장이나 법률 자원이 부족한 이들에겐 더욱 높고 단단한 벽이다. 

한부모 가족을 돕는 김지환(45) 싱글대디가정지원협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의 품’(아빠의품) 대표는 17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이의 기본권부터 챙겨야 한다. 엄마 아빠의 문제는 나중에 따져도 되지 않나. 길고 힘든 재판부터 하고 나서 아기의 국적과 복지 혜택 등 기본권을 인정하겠다는 것은 순서가 잘못됐다. 우리 법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 헌법소원을 제출하게 됐다”고 말했다. 

역대 최연소 헌법재판관이자 전 대통령 박근혜씨 파면 결정문을 낭독했던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이 힘을 보태고 있다. 이 고문이 지난해 초 김 대표에게 먼저 연락해 “출생신고를 못 해서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어야 한다”며 대가 없이 소송을 돕겠다고 했다. 비혼부의 출생신고 등 법률 지원 경험이 풍부한 정훈태 법률사무소 승소 대표변호사도 참여했다. 반년간 준비해서 2021년 8월 17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사건은 법률 대리인들의 예상보다 빠른 일주일 만에 전원재판부로 넘어갔다. 헌재는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각하 또는 심판회부 결정을 내려야 한다. 

김 대표와 법률 대리인들은 전향적인 판결을 기대하고 있다. 2020년 6월 대법원은 미혼부도 아이 출생신고를 할 권리가 있다는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렸다. 헌재도 새 시대, 달라진 가족 형태에 맞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안타까운 순간도 있었다. 이번 사건의 청구인은 출생신고를 못 한 아이들과 그 아빠들이다. 공적 서류로는 이 아이들의 생존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친부가 맞는지, 엄마 없이 아빠 홀로 아이를 기르는 가정이 맞는지도 증명해야 한다. 비혼부들은 특별대리인을 선임해서 ‘아이는 살아 있고 친부가 홀로 돌보고 있음을 보증한다’는 내용의 서류를 헌재에 제출했다. 김 대표와 법무법인 로고스 측은 “바로 이러한 제도의 미비함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것인데, 저희가 이를 입증해야 소송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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