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신고 못 하는 아이 없어야...‘사랑이 아빠’는 8년째 싸운다
출생신고 못 하는 아이 없어야...‘사랑이 아빠’는 8년째 싸운다
  • 이세아 기자
  • 승인 2022.01.22 11:25
  • 수정 2022-01-23 22: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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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
출생신고 못 해 인권 사각지대 놓인 아이들
서류 못 갖춰도 ‘출생등록 권리’ 인정해야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는 한부모 가족을 돕는 한부모다. 엄마 아빠의 문제로 출생신고를 못 해서 사각지대에 선 아이들의 현실을 알리고 바꾸려 노력해왔다. 그를 17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 보호시설에서 만났다.  ⓒ홍수형 기자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는 한부모 가족을 돕는 한부모다. 엄마 아빠의 문제로 출생신고를 못 해서 사각지대에 선 아이들의 현실을 알리고 바꾸려 노력해왔다. 그를 17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 보호시설에서 만났다. ⓒ홍수형 기자

김지환(45) 아빠의품 대표의 휴대전화는 인터뷰 내내 쉬지 않고 울렸다. 그는 겸연쩍은 얼굴로 거듭 양해를 구했다. “죄송해요. 비혼부 출생신고를 위한 위헌소송 관련 서류를 오늘 꼭 변호사에게 보내야 해서요. 오후엔 아빠 두 분과 육아 상담이 있고, 내일은 출장입니다.”

그는 한부모 가족을 돕는 한부모다. ‘사랑이 아빠’로 잘 알려졌다. 2014년 8개월 된 딸이 탄 유아차를 끌고 서울 도심에서 1인시위를 했던 그 아빠다. 아빠 혼자 출생신고를 할 수 없어서 아이를 인권 사각지대에 방치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널리 알렸다. 2015년 가족관계등록법을 개정해 비혼부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사랑이법’(가족관계등록법 제57조)이라는 결실을 봤다.

8년이 흐른 지금 김 대표는 싱글대디가정지원협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의 품’을 운영하며 비혼부들을 돕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가 운영하는 ‘베이비박스’ 책임팀장으로도 뛰고 있다. 아기를 두고 가는 부모들의 사연을 듣고, 양육을 포기하지 말라고 설득하고, 가능한 육아·법률 등 지원을 연계·제공하는 일이다.

“아이들이 죽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어요. 해마다 약 100명이 버려진 채로 발견돼요. 베이비박스에 왔다가 저희의 설득으로 다시 애를 키우는 경우가 18%는 됩니다. 특히 아이를 포기하려는 아빠들을 설득하는 데 힘쓰려고요. 제가 그분들의 마음을 아니까요.”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가 17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 보호시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 베이비박스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가 17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 ‘베이비박스’ 보호시설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 중 베이비박스를 보여주며 설명하고 있다. ⓒ홍수형 기자

부모 사정 때문에, 서류 못 갖췄다고...
까다로운 재판 거쳐야 아이 기본권 인정하는 법

그가 만난 한부모 가정들은 다 사연이 복잡하다. 한 연인은 아이가 태어난 후 갈라섰다. 아이 엄마는 결혼도 안 한 사이에 출산 기록을 남길 수 없다며 출생신고를 거부했다. 남편의 폭력·학대를 피해 먼 타지로 도망갔다가 다른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은 여성도 있다. 뒷일을 생각할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었던 엄마는 출산이 임박해서도 사실을 밝히기를 주저했다고 한다.

요즘은 한국 중년남성과 이주여성 사이에서 아이가 생겨 상담을 요청하는 사례가 대폭 늘었다. 이러면 혼인신고부터 해야 한다. 엄마가 본국에서 여러 증빙서류를 떼고, 다시 한국에 와서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든다. 코로나19 시국이라 입출국도 쉽지 않다. 대사관 업무 이용도 어렵다. 불법체류 여성의 아이라면 출생신고의 벽은 더 높다.

여러 사유로 출생신고를 못 하는 아이는 유령이 된다. 국적도 이름도 주민등록번호도 없다. 기초 복지를 누리기 어렵다. 어린이집 이용도 초등학교 입학도 불가능하다.

친부 혼자서도 아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 풀 수 있는 문제다. 2015년에 이어 지난해 개정된 ‘사랑이법’에 따라 아빠가 아이 엄마의 인적사항을 모르거나, 일부 알더라도 엄마가 출생신고에 협조하지 않으면 아빠 혼자서도 출생신고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래도 복잡하다. 지난해 기준 사랑이법이 적용된 사례 500건 중 70여 건만이 출생신고에 성공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를 가정법원에 제출해, 출생신고 확인 신청 승인을 받아서, 다시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적어도 석 달은 걸린다.

만일 친모가 법적으로 혼인한 상태거나, 이혼한 지 300일이 지나지 않았을 때 아이가 태어나면? 민법상 ‘친생자 추정 원칙’에 따라 아이는 법적 남편의 아이로 간주된다. 이 경우 법적 남편이 아이 친부가 아님을 증명해야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 친모는 물론 법적 남편의 협조가 필요하다. 보통 8개월 정도 걸린다. 누군가에게는 아이와 잘살아보겠다는 의지를 꺾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검사나 지자체가 출생신고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2년간 지자체 단위 출생신고 사례는 없고, 검사가 출생신고한 사례는 1건 뿐이다.

법무부는 출생통보제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병원에서 아이를 낳으면 시·읍·면장에게 통보되고, 필요하면 시·읍·면장이 직권으로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이 골자다. 국회도 관련 법안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혼외자식, 불법체류 이주여성이 낳은 아이 등에 대해서는 명확한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 익명 출산을 원하는 산모들이 병원 출산을 꺼리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2021년 3월 9일 방송된 MBC PD수첩 ‘#살아있었다 – 미혼부의 출생신고’ 편은 그해 1월 9살 때 친모에게 살해당한 ‘하민이’ 사건을 조명했다. 엄마는 전남편과 이혼하지 않고 다른 남자와 살다 낳은 딸의 출생신고를 꺼렸다. 아빠는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혼자 출생신고할 방법은 없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참극으로 이어졌다. 친부는 아이를 홀로 보낼 수 없다며 따라서 목숨을 끊었다.  ⓒMBC 화면 캡처
2021년 3월 9일 방송된 MBC PD수첩 ‘#살아있었다 – 미혼부의 출생신고’ 편은 그해 1월 9살 때 친모에게 살해당한 ‘하민이’ 사건을 조명했다. 엄마는 전남편과 이혼하지 않고 다른 남자와 살다 낳은 딸의 출생신고를 꺼렸다. 아빠는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혼자 출생신고할 방법은 없었다. 두 사람의 갈등은 참극으로 이어졌다. 친부는 아이를 홀로 보낼 수 없다며 따라서 목숨을 끊었다. ⓒMBC 화면 캡처
2020년 6월 18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혼부도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사랑이법’ 후속으로 ‘사랑이와 해인이법(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서 의원 왼편에 서 있는 남성이 김 대표다.  ⓒ뉴시스·여성신문
2020년 6월 18일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혼부도 아이의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한 ‘사랑이법’ 후속으로 ‘사랑이와 해인이법(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다고 밝혔다. 서 의원 왼편에 서 있는 남성이 김 대표다. ⓒ뉴시스·여성신문

혼외자식은 친모만 출생신고 가능?
비혼부 4인 헌법소원 제기 “왜 아이들이 피해봐야 하나”

“왜 아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느냐”고 김 대표는 되물었다. “아이의 기본권부터 챙겨야죠. 엄마 아빠의 문제는 나중에 따져도 되잖아요? 그런데 법은 안 그래요. 정부도 전문가들도 다들 문제의식을 갖고 있지만 ‘가족관계등록법의 근간이 흔들린다’거나 ‘얽힌 법제도가 너무 많아 복잡하다’고만 합니다.”

그와 비혼부 4인이 2021년 8월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유다. ‘혼외자식은 원칙적으로 엄마만 출생신고를 할 수 있다’는 가족관계등록법 제46조 제2항을 헌법재판소의 심판대에 올렸다. 역대 최연소 헌법재판관이자 전 대통령 박근혜씨 파면 결정문을 낭독했던 이정미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이 힘을 보태고 있다. 사건은 헌재 전원재판부에 회부돼 심리 중이다.

김 대표와 변호인들은 전향적인 판결을 기대하고 있다. 2020년 6월 대법원은 미혼부도 아이 출생신고를 할 권리가 있다는 기념비적인 판결을 내렸다. 헌재도 새 시대, 달라진 가족 형태에 맞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다수다.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비혼부와 그 자녀를 위한 정부 지원 제도 안내문. ⓒ여성가족부
여성가족부가 배포한 비혼부와 그 자녀를 위한 정부 지원 제도 안내문. ⓒ여성가족부

한부모의 힘 여가부, 폐지 말고 확대해야
모든 아이가 안전하고 행복한 세상 꿈꿔

비혼부를 위한 정부 지원도 조금씩 강화되는 추세다. 여성가족부는 출생신고를 못 한 아이도 친부 유전자 검사 결과나 사회복지 전산관리번호 등이 있다면 한부모가족으로 인정해 양육비를 월 20~35만원 지원한다. 보육료·양육수당, 아동수당, 건강보험 등도 신청할 수 있다.

김 대표가 ‘여가부 기능 확대’를 촉구하는 이유다. 최근 여가부를 향한 공격이 도를 넘었다고 봤다. “미흡하고 아쉬워도 우리 같은 한부모들, 특히 비혼부들을 이렇게 도와주는 정부 부처는 여가부뿐입니다. 적은 예산과 인력으로도 큰 성과를 내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모든 비난은 여가부를 향하고, (한부모·미등록 아동 관련 문제 대응 유관부처인) 행정안전부, 법무부, 보건복지부 등은 조용합니다. 저라도 이런 얘기를 해야겠습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한 데 대해서도 “원래 양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한다고 했지 않나. 폐지하고 새로 만드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라고 꼬집었다.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와 딸 사랑이(가명). ⓒ김지환 대표 제공
김지환 아빠의품 대표와 딸 사랑이(가명). ⓒ김지환 대표 제공

김 대표의 딸 사랑이(가명)는 올해 9살이다. 지난해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이는 코로나19로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놀지 못하고 홀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다. 야근하고 늦게 귀가하는 아빠를 보며 “미쳤어 미쳤어!” 팔짝 뛰어도, “늘 애답지 않고 속 깊은” 딸을 생각하면 김 대표는 마음이 시큰하다.

“기사 댓글을 읽다가 ‘가난한데 왜 애를 낳아?’라는 말을 봤어요. 화나요. 가난해도, 어디서 어떻게 태어났어도 아이는 안전하고 즐겁고 행복한 게 맞는 건데. 가난하다고 애를 못 키우는 사회는 정말 잘못됐어요.”

김 대표가 홀로 아이를 키우는 아빠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아이 엄마 없는 티를 내기 싫겠지만요. 다 티가 납니다(웃음). 한부모든 두부모든 뭐 어때요? 남의 시선 무시하고 살아요. 힘들어도 옆에서 안전하게 지켜주면 애는 다 크게 돼 있어요. 포기하지 말고 견뎌봐요. 애를 죽이거나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보다 당신이 훨씬 훌륭합니다. 애 앞에서 부끄러운 아빠 되지 말고, 정말 열심히 착하게 사는 모습 보여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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